'농구가... 하고 싶어요'... 아마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슬램덩크]를 읽은 독자라면, 한때 탈선의 길로 접어들었던 정대만이 가슴속 깊은곳에 담아두었다가 고백하는 이 한마디의 대사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질뻔할 경험을 하셨을리라 생각한다. 그만큼 이노우에의 [슬램덩크]는 '농구'에 대한 열정, 그 자체였다.
7년에 걸친 긴 연재끝에 허무하다 싶을만큼 갑작스런 종결로 독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이노우에는 이후 [버져비터]로 가볍게 몸을 푸는가 싶더니만 [베가본드]로 화가의 경지에 오른 놀라운 작화솜씨로 또한번 감탄을 자아내었다. 하지만 팬들이 그토록 기다려 마지 않는 [슬램덩크]의 속편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아마도 작자 자신조차 '전설'로 기억되는 작품의 연장을 선불리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리라.
[베가본드]의 연재가 한창이던 중 발간된 [리얼]은 어떤 면에서 [슬램덩크]의 팬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비록 이 작품이 [슬램덩크]의 정식속편은 아닐지라도 어떤 의미에서는 [슬램덩크]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NBA급의 스팩을 소유한 고교생들의 이야기인 [슬램덩크]보다도 [리얼]은 훨씬 인간적이며 더욱 '리얼'하다.
ⓒ Takehiko Inoue/ I.T. Planning. INC. All rights reserved. ⓒ Takehiko Inoue/ I.T. Planning.
다만 일본에서는 벌써 연재를 시작한지 7년째, 1년에 단행본이 한권만 발행될 정도로 연재속도가 극악임에도 판매부수 900만부를 돌파할 정도로 대단한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것이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힘이다. (그 유명한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도박묵시록 카이지]도 38권 발매 시점에서 1000만부를 판매한걸 보면 [리얼]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리얼]은 단순히 작가의 이름값에만 의존하고 있는 작품이 아니다. 이 작품은 [슬램덩크]를 뛰어넘을 만한 수작이다. 단순히 작화가 [슬램덩크]를 뛰어넘는다던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인물간의 대사나 스토리를 전개하는 방식에서 언제부터인가 인생의 조언자가 된듯한 작가의 연륜이 [리얼]에서 묻어나온다.
[리얼]의 스토리는 세 주인공을 주축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자신이 낸 사고로 장애인이 된 여학생 때문에 좋아하던 농구도 그만두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미야 토모미. 한때 촉망받는 육상 유망주였으나 선청성 골육종으로 다리를 잃고, 장애인이 된 뒤 휠체어 농구로 새로운 목표를 가지게 된 토가와 키요하루. 그리고 노미야와 같은 농구부의 주장으로서 엘리트 의식에 젖어 살다가 어이없는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에 걸린 타카하시.
사회적 약자인 이들은 각자가 처한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다. 여기에 성장을 위한 도구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농구'다. 다만 [리얼]은 [슬램덩크]처럼 농구 자체를 소재화하지는 않는다. [리얼]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주어진 환경에 대처하는 주인공들의 자세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깊이있는 인생관이 무엇보다도 강하게 반영되어 있으며,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독자들의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 Takehiko Inoue/ I.T. Planning. INC. All rights reserved.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슬램덩크]와는 달리 [리얼]은 주저않기도 하며, 때론 뒤로 물러서기까지 한다. 승리를 위해 숨가쁘게 몰아붙이는 [슬램덩크]의 폭발적인 에너지에 비하면 [리얼]의 전개는 다소 느슨하다. 그러나 절대 지루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인물들의 드라마는 매우 풍부해졌고, 단순히 농구만이 아니라 장애를 극복해 나가는 주인공들의 성장기는 [슬램덩크]보다 훨씬 어른스럽다.
현재 슬럼프에 빠져있거나 하는 일마다 꼬인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리얼]을 통해 한번쯤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삼길 바란다. 적어도 [리얼]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절박함에 비한다면 자신은 행복한 편이라고 생각될테니 말이다. [리얼]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다음권이 나올때까지 무려 1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 역시나 [슬램덩크 시즌2]는 기대하지 말아야겠다. ㅠㅠ
P.S: 주인공들 중 가장 의욕에 불타오르는 토가와 키요하루를 보면서 마치 '불꽃남자 정대만'의 휠체어 버전이라고 생각하는건 필자 뿐일까?
* [리얼]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Takehiko Inoue/ I.T. Planning. INC.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리얼]의 국내 판권은 ⓒ 대원씨아이(주)에 있습니다. 정식 발매판을 이용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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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리얼 1 - ![]()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대원씨아이(만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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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랭덩크의 추억이 다시 떠오르는군요.
2008.06.23 10:05전반전 진행하는 동안(출판되는 동안) 현실에선 한학기가 지나가 버렸던....
이제 1/3끝났나 싶었더니 연재종료 ㅠㅠ 얼마나 대성통곡을 했던지..
2008.06.23 10:07 신고음...다시 봐야겠네요. 슬램덩크에 완전 빠져 있을 당시, 이노우에 명인의 또 다른 농구 스토리 REAL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책방가서 구입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제가 바라고 보고자 했던 그런 스토리가 아니어서 살짝 보기 불편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2008.06.23 10:06시간이 많이 흘렀는데요. 다시 시도해 봐야겠어요. ^^
[리얼]과 [슬램덩크]는 성격이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성장스토리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리얼]쪽이 훨씬 절박합니다. 농구라는 소재도 [슬램덩크]는 그 자체가 주제이지만 [리얼]은 매개체일뿐이죠. 아뭏든 연재속도가 극악인것만 빼면 이노우에 최고의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2008.06.23 10:08 신고[만화]를 예술로써도 볼 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 슬램덩크라고 생각해요. 이노타케 상은...이미 신 -_-
2008.06.23 10:18맞습니다. 한국도 만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정도로 바뀌려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미 초토화된 만화시장을 생각하면 거의 불가능이라고나..
2008.06.23 11:25 신고리얼 현재까지 다 보유 중입니다. 극악의 연재속도 때문에 사 모으기도 수월하죠...^^ 이노우에는 이제 정말 거장의 반열에 들었다고 봐도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리얼... 처음에는 제목의 의미가 뭔지 한참 고민했는데, 작품을 계속 보면서 리얼이라는 말의 의미를 조금씩 알게 되가는거 같아요
2008.06.23 11:52완결날때쯤엔 저도 40대가 되어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연령대를 초월하는 이노우에의 솜씨는 정말이지 감동 그 자체입니다 ㅠㅠ
2008.06.23 12:05 신고아~ 이런 만화가 있었네요.
2008.06.23 12:41 신고그러고보니 [rb]극악의 연재속도[/rb]를 자랑(?)하시는 분이 많군요.
아무리 작품이 좋아도 이런 작가분들은 좀.. 미워욧!~
2008.06.23 14:01 신고시세이도 광고도 감동이었다능...
2008.06.23 13:48오.. 날카로운 지적이십니다 ^^
2008.06.23 14:04 신고음..제목이 일단 맘에드네요
2008.06.23 15:40심플하고 강렬한 제목이죠^^
2008.06.23 17:39 신고너무 느려서...이거 원...;; 책이 언제 나올지 감도 안 오더군요.
2008.06.23 16:29그저 기다리다보면 1년에 1권은 나오니까요 ㅡㅡ;;
2008.06.23 17:40 신고호... 한 번 봐야겠군요.
2008.06.23 16:30 신고이거 뭐 어디 빌려서 볼 데도 마땅치 않은데다 왠지 빌려 보긴 싫고...
또 질러야하나... 크크
앗 농구 좋아하시는 분이 아직도 안보셨다니...
2008.06.23 17:40 신고슬램덩크를 능가할 작품이라니. ㄷㄷㄷ 이군여.
2008.06.23 18:56사실 [슬램덩크]의 진가는 상양전부터 발휘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이전까지는 여타의 학원폭력물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불안한 출발을 보였죠. 반면 [리얼]은 처음부터 굉장히 타이트한 짜임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경지에 오른 작자의 철학이 녹아난달까요..
2008.06.24 08:26 신고요즘 만화책 볼만한게 없나 찾고 있었는데
2008.06.24 12:27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0^
7권까지 나왔으니 하루면 충분히 보실거에요^^
2008.06.25 09:19 신고저도 꽤나 즐겁게 봤던 만화 중의 하나입니다. 말씀처럼 단지 농구를 소재로 한 성장 드라마라는 것도 공감합니다. 농구 만화라기 보다는 성장 드라마?인 이야기 전개가 너무 마음에 들더군요. ^^ 잘 보고 갑니다.
2008.06.25 11:16아아... 확실히 사나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한방이 있어요 이작가.. ㅠㅠ
2008.06.25 12:18 신고그래도 전 역시 슬램덩크가...ㅎㅎ
2008.07.10 08:48혹시 안보셨다면 리얼도 꼭 보세요. 정말 슬램덩크를 능가할 그 무엇인가가 느껴지실 겁니다.
2008.07.10 09:41 신고배가본드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만 개인적인 소망으로 어여 배가본드 끝내버리고 리얼에 집중해줬음 하네요. 재밌게 보고 있긴 한데 1년에 한권밖에 안나오니.....그나마 리얼은 걱정은 없는데 베르세르크는 정말 걱정...작가가 죽기전에 완결시킬수 있을라나...ㅋ
2008.12.09 13:28베르세르크는 언젠가 작가가 자신의 생전에 완결지을거라고 장담하긴 했습니다 ㅡㅡ;;
2008.12.09 13:17 신고리얼은 좀 더 속도를 내주었음 좋겠어요 ㅠㅠ 아직 갈길이 멀어보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