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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마다의 인생을 한장의 그림으로 생각할 때 대충 그린 스케치로 명화가 나올 수는 없겠지. 거칠어도 괜찮다. 다소 조잡해도 돼 하지만 벌써부터 조그맣게 얼렁뚱땅 그릴 생각은 마라. 스케치를 반복해라. 미완성! 바로 그게 너희들의 무기다. -


한 소년이 고등학교에 입학해 늘 해오던 수영부로 입단한다. 수영장에서 마주친 한명의 소녀. 그녀는 소년에게 '살인자!'라는 황당한 말을 내뱉고 총총히 사라져간다. 이제 갓 어린티를 벗은 소년이 입학하자마자 살인자라는 심한 말을 들을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러프]의 초반부는 매우 흥미로운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시작된다.

[H2], [터치] 등 걸작으로 불리는 스포츠 만화의 대가 아다치 미츠루의 [러프]는 수영을 하는 젊은이들의 성장기를 다룬 만화다. 물론 기존의 작품들이 스포츠 만화의 탈을 쓴 '염장 연애물'이란 얘기를 들었던 것처럼 [러프] 역시 미츠루 작가의 성향을 그대로 반영하는 작품이긴 하다. 미츠루는 이번에 수영이라는 소재에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해피하게 접목시켜 놓았다.

ⓒ 小学館/安達 充. All rights reserved.



아다치 미츠루의 장점은 스포츠 경기 나름대로의 긴장감을 잘 살리면서도 주인공들의 연애담을 끈적거리지 않게 잘 버무린다는 점이다. [러프]역시 주인공 케이스케와 아미의 오묘한 애증관계를 또래 청소년들의 감정선에 맞게 부담없는 터치로 그리고 있다. 다른 여타의 로맨스물이 쉽게 간과하는 오류, 즉 지나치게 복잡한 심리묘사로 이것이 과연 고딩들의 연애담인지 인생 4,50년은 살아온 중년의 로맨스인지 알 수 없는 오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다치 미츠루가 수십년간 만화계의 신화로 군림해 온 비결이랄까.

[러프]에서도 삼각관계가 양념처럼 들어가 있지만 이것이 그다지 불편하지 않은 이유는 아다치 미츠루의 쿨한 캐릭터 설정이 한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차스런 캐릭터 없이 깔끔하게 포기하고 경쟁을 허용하는 이들의 행동은 얼핏 보기엔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일런지는 몰라도 젊음이라는 축복이 주는 한순간의 추억이라는 이름하에 아름답게 묘사된다.

ⓒ 小学館/安達 充. All rights reserved.



작가의 너스레도 여전하다. 느닷없이 세밀하게 묘사되는 야구시합 장면에서는 [H2]나 [터치]를 의식해서인지 '이것은 수영만화입니다'라고 애써 강조하질 않나, 깜박해서 설정을 바꿔 버려놓고 이전의 오류는 잊어달라느니 하는 재치가 돋보인다.

ⓒ 小学館/安達 充

같은 스포츠 만화지만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슬램덩크]에서 처럼 폭발적인 감정의 과잉은 전혀 사용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러프]는 절제와 생략의 법칙이 두드러진다.

전체적인 내용은 연결되어 있지만 한 에피소드의 내용이 무척 짧고, 꼭 필요한 내용만을 담은채 과감하게 이야기를 종결시킴으로서 독자들로 하여금 여운의 미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12권의 비교적 짧은 분량임에도 결말에 있어서 눈물나게 달콤한 암시만으로 끝을 맺는다는 점도 [러프]의 생략법이 잘 드러난 부분이다.

비록 [H2], [터치] 보다는 분량이 짧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있긴 하지만 드라마의 구성만큼은 아다치 미츠루 작품중 최고라는 극찬을 들은 만큼 이 작품의 완성도는 대단히 높다. 이젠 고전의 반열에 들어갈만큼 세월이 흘렀지만 역시 명작은 세월이 흘러도 그 감동을 간직하는 법. 아직도 읽어보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여름이 지나가기 전해 꼭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P.S:

ⓒ ラフ 製作委員会/東宝 . All rights reserved.


2006년에는 실사판 영화로도 만들어진 적이 있으며 나가사와 마사미가 실사판 [터치]에 이어 주인공을 맡았다.





* [러프]의 모든 일러스트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小学館/安達 充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아울러 [러프] 의 국내 판권은 ⓒ 대원씨아이(주)에 있습니다. 정식 발매판을 이용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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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004ant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실사판 영화는 <러프>보단 <터치>가 더 낫았던 걸로 기억해요... 러프의 남자주인공은 키가 너무 크더라고요.. 원작도 그런건가요? ^^;

    2008.10.01 10:51
  2.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보고는 싶지만 요새 애니고 책이고 볼 게 잔뜩 밀려서 일단 미뤄둬야겠군요.
    좋은 작품 소개 고맙습니다. ^^

    2008.10.01 11:21 신고
  3. 멀티라이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아다치 미츠루 최고 좋아합니다. 500원짜리 해적판 오렌지로드 2부에서 미유끼를 만나고. 3부가 러프였었죠? 러프를 너무 좋아해서. 나중에 정식판도 구입했다는.. 아다치 미츠루의 최고 매력은 한번보고 나서 두번째 보면.. 처음에 미처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한번더 웃게 만들정도로.. 세심한 부분이라고나할까요. 아다치 미츠루이야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리플 남기고 갑니다.^;;

    2008.10.01 11:22
  4. 바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갑네요. 저도 '러프'를 아다치 작가 작품 중 최고로 치고 있습니다. ^^
    영화는 아쉽게도 원작의 매력을 별로 살리지 못했지요. 여주인공인 나가사와 마사미는 매우 이쁘지만; 영화판 '터치'에서도 같은 배우여서 무슨 아다치 작가 전속 여주인공 같은 이미지가 되어버린 듯^^

    2008.10.01 14:40
  5. bluenliv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데, 말미에 왜 "여름"이라 쓰신 것인지...
    이미 10월인뎁쇼...

    (본문과 무관한 댓글입니다만, 그러려니하기실... ㅎㅎㅎ)

    2008.10.01 16:48
  6. 크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츠루 아다치씨...최고 좋아하는 작가 가운데 한 명이지요. 학원 스포츠 빙자 연애 만화의 1인자라고나 할까요. 지금까지 나온 모든 작품을 다 봤는데, H2는 마지막 두 권을 일부러 안보고 있다는...(결론도 다 알지만...인생이 힘들어질 때 1권부터 끝까지 줄창 읽을 생각으로 남겨놓고 있습니다.) 요즘 나오는 야구만화도 흥미진진

    2008.10.01 21:07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즘 크로스 게임으로 또한번 염장 연애의 진수를 보여주고 계시죠^^ 크롬님은 저번에 레드써니님 블로그에서 제 소개를 해주신 그 분 같은데 맞나요? ^^

      2008.10.01 23:47 신고
  7. 맨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러프...
    많은 분들이 아다치의 최고작이라 평하는 작품 중 하나죠.
    전 'H2'를 더 재밌게 보긴 했지만요. ㅎㅎ

    2008.10.02 00:40
  8. 크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마도-_-;; 그 크롬이 이 크롬이 맞지 싶습니다. 홍홍홍

    2008.10.02 09:19
  9. 데보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 애니는 우리딸이 참 좋아합니다. 나중에 애니작가를 한다고 열씸히 하는 모습을 봅니다.
    뭔가 열씸히 한다는 것은 좋은 현상인데.. 애니 말고 피아노에 더 집중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요. ㅡ.ㅡ

    2008.10.03 09:45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애니메이터는 그 화려해보이는 결과물에 비해 무척 힘든 직업일 수 있습니다. 물론 좋은곳에 사시니까 기우지만요 한국에서의 애니메이터는..ㅠㅠ

      2008.10.03 09:50 신고
  10. 셀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츠루 아다치.
    이 양반 만화는 참 가슴설레게 하는 뭔가가 있어요.
    요즘 크로스 게임 참 재미있게 보고 있지요. ㅎㅎ

    2008.10.04 18:46
  11. lOSTMARINe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포츠 만화의 탈을 쓴 염장 연애물...ㅋㅋㅋ...제 경우엔 그래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입니다만...^^ 두 번씩 세 번 씩 볼 때서야 찾아지는 복선들이 만화보다 소설같은 느낌을 더 주었던 Adachi類.......... 역시 Touch - Rough - H2의 3 top이 가장 기억에 남지만........ Miyuki도 잊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회사에서 야근 중에 짜증 지수 제대로 올라왔다가 Penny님 덕에 진정 효과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P.S. 엄... BlOG 성격과는 좀 다를 수 있지만, 언제한 번 마모루 나가노의 "Five Star Story" 도 한 번 review 올려 주심 감사하겠습니다~

    2008.10.14 02:59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짜증이 풀리셨다니 다행이군요^^

      덧, 음.. FSS는 블로그의 성격과 다르기도 하거니와 제 능력밖의 작품입니다. ㅡㅡ;; 살아생전에 끝을 볼수있을지 의심스런 궁극의 연재속도를 자랑하죠.

      2008.10.14 09:41 신고
  12. 햅메이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다치의 작품은 대부분 볼만 한듯 합니다.
    특히 터치, 러프, H2는 필독서인듯...ㅎㅎ
    처음읽을때하고 두번째 세번째가 느낌이 조금씩 달라지는 맛도 있구요.
    재밌는 글 잘읽고 갑니다.

    좋은 저녁시간되시길 바랍니다.

    2008.11.2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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