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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 팬더 - 동양적 정서의 카타르시스

페니웨이™ 2008. 7. 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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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무술을 신비롭게 바라보는 서양인들의 시각은 이미 여러 영화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특히 [매트릭스]로 촉발된 동양 무술의 도입은 가뜩이나 둔한 서양인들의 모습에 무늬만 무술을 입혀놓은 어설픈 꼴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트랜스포터]의 루이스 르테리에 감독이 제이슨 스태덤이라는 영리한 배우를 기용해 제법 스타일이 사는 무술을 선보인 적은 있다.

하지만 홍콩의 액션스타 이연걸 조차도 헐리우드에 넘어가기만 하면 양키센스가 작렬하는 진부한 액션에 파묻히기가 일쑤니, 역시 무술영화는 '어떤 배우'냐 보다는 동양의 무예에 대한 어느정도의 깊이가 있는 연출자가 영화를 맡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성룡과 이연걸이라는 쟁쟁한 배우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포비든 킹덤]이 대실망을 안겨주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2008년 여름,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또다시 동양 무술의 재현에 도전했다. 놀랍게도 그 결과는 가히 폭발적이다. 아무리 [슈렉]의 제작사인 드림웍스라 해도 애니메이션이 표현할 수 있는 한계라는 것이 존재하는 법인데, 이연걸이나 성룡이 실사영화에서도 하지 못했던 과거 무술영화의 영광을 이 한편의 애니메이션이 재현했다는 건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이제 [쿵푸 팬더]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1.무술 영화에 대한 이해

서론에서 지적했듯, 그간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진 무술영화의 문제점은 연출자들의 무(武)에 대한 이해도가 현격히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문화의 차이란 것을 실감케한달까... 그러나 [쿵푸 팬더]는 다르다. 마크 오스본, 존 스티븐슨 이 두 사람은 신인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동양의 무술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관객들은 과거 호금전의 무협영화에서 오늘날 주성치의 [쿵후허슬]까지 모두 섭렵할 수 있음에 적잖이 놀랄 것이다.

ⓒ DreamWorks Animation. All rights reserved.


[쿵푸 팬더]속에 등장하는 무예의 단련과정과 선악의 대결구도, 그리고 사제지간의 정(情)에 대한 이해는 여타의 헐리우드 영화들과 차원을 달리하며 역동적인 무술의 동작 하나하나도 철저히 계산되어 그것을 보고 있는 관객들에게 전율에 가까운 짜릿함을 선사한다. 이처럼 간만에 신경 쓴 작품을 만나게 된 것, 그것도 실사영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으로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은 2008년 영화계의 커다란 이변임에 틀림없다.


2.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만약 [쿵푸 팬더]가 아니라 '쿵푸 라이언'이나 '쿵푸 마우스' 였다면 이 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을까? [쿵푸 팬더]의 장점은 '팬더'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이는 [슈렉]에서의 비호감 캐릭터를 반복한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의외로 팬더는 사랑스럽고 귀엽다. 물론 쿵푸에 어울리지 않게 몸치에 게으르며, 주책스런 캐릭터이긴 하지만 많은 관객들이 팬더 '포'가 쿵푸 마스터로 성장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랬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바램이 마침내 이루어지는 순간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 DreamWorks Animation. All rights reserved.


그 외에도 전통 중국무예(학권, 당랑권, 호권, 후권, 사권)를 대표하는 '무적의 5인방' 캐릭터의 선택도 탁월했으며, '포'를 가르치는 스승인 '시푸'의 역할도 아주 만족스럽다. 이에더해 [쿵푸 팬더]는 매우 매력적인 악역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과거 스승이었던 시푸마저 두려워하게 만드는 '타이렁'은 '절대고수'의 경지가 무엇인지를 표현함과 동시에 [쿵푸 팬더]의 극적 긴장감을 유발하는 대단히 중요한 캐릭터다. 단지 악역을 위한 악역이 아니라 스승과 제자의 갈등구조로 표현하는 '제2의 주연'으로서도 손색이 없는 대단히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3.성우들과 캐릭터의 조합

[쿵푸 팬더]에는 이름만 들어도 오금이 저리는 정상급 스타들이 성우로 등장한다. 애초에 캐릭터 디자인을 실제 배우의 이미지에 최대한 걸맞에 그렸다고 해서인지, 마치 배우들이 그대로 애니메이션속에 녹아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싱크로율이 아주 높다. 포의 성우를 맡은 잭 블랙의 느끼한 연기는 두말하면 입아프니 아예 논외로 하자. 시푸 역의 더스틴 호프먼, 타이그리스의 안젤리나 졸리, 바이퍼의 루시 리우, 몽키의 성룡 등 저마다의 개성이 살아있는 캐릭터와 성우들의 기막힌 매치는 이들의 연기력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4.기억할 만한 장면

뭐니뭐니해도 [쿵푸 팬더]의 명장면은 타이렁의 탈출장면이다. 단순히 시시하게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던 관객들이라면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에 빠질 정도로 이 장면은 압도적이다. 단지 악당인 타이렁이 그저 악역이라서 무서운 것이 아니라, 그의 가공할 만한 무술실력 때문이라는 것을 관객에게 확실히 전달하는 장면으로서 겨우 두 번째 등장한 씨퀀스에서 타이렁의 존재감을 확실히 심어주는 시퀀스다. 오히려 클라이막스의 대결씬은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

ⓒ DreamWorks Animation. All rights reserved.


또한 '무적의 5인방'과 타이렁의 외나무다리 대결씬이나 포와 시푸의 트레이닝 시퀀스도 무술영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치고 이렇게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 많은 작품도 드물듯.


5.총평

[쿵푸 팬더]는 작년에 개봉된 [슈렉3]의 실망스러웠던 기억을 말끔히 씻어주는 수작이다. 특히나 동양무술을 소재로한 서양인의 왜곡된 시각이 배제되었다는 점에서도 이 작품은 칭찬받을만 하다. 스피디한 전개와 더불어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중간중간 넘쳐나며, 포복절도할 유머도 풍부하다. 다만 클라이막스가 영화 중간의 감옥 탈출씬이나 외나무다리 시퀀스에 비하면 빈약하다는 단점도 있는데, 이는 어쩔 수 없이 '선택된 자'로 설정된 포의 진부한 성공담이 영화의 주된 플롯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극적인 결과를 얻어내기에는 역부족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 DreamWorks Animation. All rights reserved.


얼마전 북미지역에서 개봉한 픽사의 [월 E]와는 2008년 최고의 애니메이션 자리를 두고 박빙의 승부를 겨루게 될 것이 확실한 가운데, 올해 개봉한 어떤 작품보다도 만족도가 높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직도 마땅히 볼 영화가 없다고 고민하시는 분들에게는 주저없이 [쿵푸 팬더]를 권한다. 티켓값 만원을 주더라도 아깝다는 생각은 결코 들지 않을테니 말이다.



* [쿵푸 팬더]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DreamWorks Animation.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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