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픽사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하는 의문은 작년 [토이 스토리 3]를 보면서 아예 머리속에서 지워버렸다. 과연 이들이 나와 같은 지구에서 숨쉬고 있는 사람들인지조차 의심스러운 창작집단 픽사는 단순히 CG 애니메이션의 기술적 완성도를 떠나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꿈의 산실로서 그 이름을 확고히 다졌다. 15년의 세월동안 이들이 발표한 작품 중에는 단 한편의 실패작도 나오지 않았는데 그나마 ‘픽사가 못만들어도 이 정도다’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 바로 2006년에 발표한 [카]이다.
그렇다면 순수한 의미에서 볼 때 ‘[카]는 정말로 못만든 작품이었는가?’라고 묻는다면 절대 그렇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자동차를 의인화시켜 느림의 미학에 대한 의미깊은 성찰을 시도한 [카]의 테마는 결코 나쁘지 않았으며, 캐릭터의 매력과 픽사 특유의 가슴 짠한 감동이 어우러진 작품이었음을 부인하긴 힘들다. 오히려 [카]에 대한 평가는 개봉 당시보다는 세월이 어느 정도 흐른 시점에서 더 나은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픽사가 못만들어도 이 정도다’라는 평가는 [카]에 대한 평가절하라기보단 픽사의 천재성을 찬양하는 의미일 것이다. 혹시 아직도 [카]를 보지 못한 분이거나 또는 [카]에 대한 보다 상세한 해설을 보기 원하는 분들이라면 오래전 DVD Prime의 백준오님이 작성한 DVD 리뷰를 통해 다시금 확인해 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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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픽사의 15주년이다. 그간 다양한 작품들로 업계 1위의 난공불락과 같은 명성을 이룩한 픽사의 작품들 중에서 속편이 만들어 진 시리즈는 [토이 스토리]가 유일하다. 어찌보면 [토이 스토리] 3부작의 경우는 픽사라는 천재집단의 명성을 재확인시켜주는 절대적인 역할을 한 셈인데, 기본적으로 전편만한 속편이 드물고, 각각의 속편이 시리즈 전체의 기조를 일관되게 계승하면서 그 안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작품들이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토이 스토리] 3부작은 이러한 선입견을 아주 가뿐하게 뛰어 넘었다고 하겠다. 적어도 픽사라면 속편을 만들더라도 남들과는 다르다는 일종의 보증된 기대를 만들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 Disney-Pixar. All rights reserved.
놀랍게도 픽사가 자사의 15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있는 작품으로 선택한 건 [카 2]였다. 이 부분에서 팬들은 다소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을 것인데, 제작진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이라기 보단 그 많은 작품들 중에 하필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카]의 속편을 들고 나오다니 도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일까 하는 호기심과 [토이 스토리]와 같이 전편의 완성도를 훌쩍 넘어버리는 괴물같은 속편의 신화를 이번에도 재현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이 뒤섞인 심정에 더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선택이 [카]로 인해 약간의 자존심을 구긴 픽사측이 일종의 오기로 이번 작품을 기획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는데 어찌되었건 [카 2]의 제작소식은 다소 예상을 깬 소식이 아니었을까. (물론 필자의 이런 생각과는 별개로 [카]는 캐릭터 프렌차이즈로 대성공을 거둔 작품이긴 하다. 작품이 어떤 평가를 받든지 간에 픽사로선 별 걱정이 없다는 얘기다 -_-)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카 2]를 살펴보기로 하자. 전편에서 잊혀진 66번 국도를 통해 레디에이터 스프링스 마을에 들어가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깨달음과 상대방에 대한 감사, 그리고 배려의 미덕을 배웠던 주인공 맥퀸은 여전히 번쩍거리고 화려한 삶을 사는 레이싱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까불까불하던 성격이 어느 정도 차분해졌고, 아울러 친구들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이 지점에서 맥퀸이란 캐릭터에게서 더 변화시킬 것은 없다. 이미 그는 전편을 통해 얻을 것을 다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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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의 제작진이 이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따라서 이번에 그들은 맥퀸이 아니라 조력자인 매이터를 실질적인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카 2]는 사고뭉치 매이터가 맥퀸과의 갈등을 겪으며 내면적인 성장을 이루는 것이 중심 스토리다. 여기에 새로운 캐릭터인 핀과 홀리가 가세해 이야기의 흥미를 돋운다. 다만 [토이 스토리]가 속편들을 통해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시켜 이야기를 보다 입체적으로 확장해 나갔던 것과는 조금 다르게 [카 2]의 새로운 캐릭터는 장르적 변화를 위한 초석이 된다. 바로 이 점이 [카 2]의 셀링 포인트가 된 것 같은데, 일반적인 드라마의 성격이 강했던 전편과는 달리 [카 2]는 블록버스터 첩보물에 더 가깝다는 점이다.
확실히 [카 2]는 [미션 임파서블]의 픽사식 컨버전이라 부를 만큼 액션과 볼거리의 규모가 비약적으로 거대해진 작품이다. 잘빠진 첩보물의 기본적인 문법에 충실하던 본 작품은 매이터라는 덜떨어진 캐릭터가 중심에 서면서 첩보 스릴러에서 한 두어발짝 벗어난 소동극에 가까워지며 이렇게 왁자지껄한 코미디가 화면 한 가득 펼쳐지면서 기존의 픽사팬들은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훌륭한 드라마를 버리고 양념처럼 작용했던 위트와 유머만을 증폭시킨 [카 2]의 방향성은 분명히 관객들의 기대감과는 다른 것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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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호간의 기대감이 엇박자를 이룬 탓에 [카 2]는 픽사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혹평에 가까운 평가를 받아야만 했다. 전편이 1억 2천만 달러의 제작비에 북미 지역에서만 2억 2000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기록한 것에 반해, [카 2]는 무려 2억 달러의 제작비를 들였지만 북미 지역에서 고작 1억 9천만 달러를 거둬들이며 흥행에서도 체면을 구겼다. (이와는 별개로 해외 박스오피스에서는 오히려 1편보다 월등히 좋은 성적을 거두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사실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카 2]의 완성도는 그리 폄하할 것이 못된다. 해외 로케이션을 감행한 이국적인 풍경과 이미 실사영역을 넘어선 CG의 표현력은 [토이 스토리 3]에 이어 픽사 사상 최대의 제작비를 투입한 만큼 경이적인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이전 픽사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없던 오락물로서의 증가된 매력 또한 간과할 수 없는데, 아마도 픽사가 아닌 다른 회사를 통해 이런 작품이 나왔더라면 [카 2]의 평가는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비단 본 작품만이 아니더라도 유독 픽사 애니메이션이 그리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국내 극장가에서 너무나도 빨리 사라진 탓에 아직 [카 2]를 감상하지 못했다면 이번 블루레이 발매를 기회로 한번쯤은 감상해 보시길 원한다. 어찌되었던 [카 2]는 여전히 픽사 애니메이션으로서 평균적인 재미를 보장하고 있으며, 갖출 것은 다 갖춘 작품이다. [카 2]가 저평가 된 이유에 대한 각자의 판단을 기대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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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전 자사의 클래식 셀 애니메이션들을 극강의 퀄리티로 복원시켜내는 디즈니의 블루레이인데 하물며 D2D 트랜스퍼로 제작된 ‘내추럴 본 디지털’ [카 2]의 화질이야 더 무슨말이 필요하랴. 너무나 관성적으로 픽사 작품의 화질 점수에 만점을 주는 DP의 오랜 관행을 한번 깨 보고자 눈에 불을 켜고 단점을 찾아나섰지만 이는 마치 한강에서 괴물을 발견하겠다고 나서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음을 밝힌다. 안정적인 색조와 밝기, 어두운 장면에서도 사물의 윤곽을 또렷히 구별할 수 있는 암부의 디테일은 굳이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을만큼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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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오디오로 마스터링된 7.1 채널의 사운드는 액션 블록버스터에 가까운 [카 2]의 성격을 더욱 극명히 드러내게 해준다. 전작이 그러했듯 레이싱 장면에서 나오는 자동차들의 굉음이 생생한 현장감을 더하며 개틀링포를 연발하는 매이터의 총격씬에서는 기존 픽사 작품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육중한 우퍼의 울림까지 체험할 수 있다. 반면 한국어 더빙은 5.1 돌비 디지털으로 스펙상으론 다소 다운그레이드 된 느낌이지만 전작이 그랬듯 한국어 더빙의 퀄리티가 워낙 우수해 소장용으로서의 가치를 더욱 높힌다. 완벽한 사운드에 완벽한 화질. 이 정도면 가히 레퍼런스급이라해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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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렉터라면 침을 질질 흘릴 정도의 부가영상이 가득하다. [카 2]의 부가영상은 2개의 디스크에 나누어 수록되어 있는데, 먼저 본편이 담긴 Disk 1에 수록된 부가영상은 ‘Toy Story Toons: Hawaiian Vacation’와 ‘Air Mater’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우선 ‘Toy Story Toons: Hawaiian Vacation’는 관객들의 눈물을 쏙 뺐던 [토이 스토리]의 멤버들이 다시 등장하는 단편으로서 호불호가 갈렸던 [카 2]의 본편보다 오히려 이 작품이 더 재밌었다고 하는 관객들이 더 많았을 정도로 호응을 얻는 작품이다. 장난감들의 새 주인이 된 보니의 하와이 겨울여행에 함께 따라가려했다가 실패한 켄과 바비 커플을 위로하기위해 우디 일행이 하와이 무대를 마련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카 2]의 구입가치는 충분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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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단편인 ‘Air Mater’는 프롭워시 정션이란 작은 마을에 들렸다가 우연히 비행기술을 습득해 에어쇼 편대에서 활약하게 된 매이터의 믿거나 말거나 한 무용담을 담은 [카]의 스핀오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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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서플 디스크인 Disk 2에는 총 117분 가량의 부가영상이 수록되어 있다. 다른 픽사 작품들과는 다르게 [카 2]는 여러 나라를 돌면서 로케이션 촬영을 감행한 작품인 관계로 본 메이킹 필름은 주로 각 로케이션 촬영지를 챕터별로 분류해 놓았다. 각 도시의 특징들을 부각시키기 위해 어떤 랜드마크를 선택했는지, 자동차가 주인공인 작품의 특성상 각 나라와 지역에서 가장 출연 빈도수가 높은 차종이 무엇인지 데이터베이스화 시키는 픽사 제작진의 꼼꼼한 제작과정이 풍부한 해설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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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카 2]의 ‘사실상’ 실패에 가까운 결과는 픽사라는 이름이 가진 거대한 기대치로 인해 빚어진 현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꾸준하게 스토리 중심으로 작품을 이끌었던 픽사가 이례적으로 볼거리 중심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은 오히려 어떤 식으로든 그들 스스로가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한다는 방증이며, 이번 결과물이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 하더라도 여전히 픽사는 그 명성에 걸맞는 무한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 되겠다. 그렇기에 난 여전히 픽사를 믿는다. 재미로든, 감동으로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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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카 2 - 콤보팩 (2D + 3D) - 브래드 루이스 외 감독, 마이클 케인 외 목소리/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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