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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벤쳐 영화의 텍스트로서 군림해온 [인디아나 존스]가 무려 19년만에 드디어 네 번째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4편은 없다'던 스필버그가 마음을 바꿔 만든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명실공히 2008년 최대 기대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5월 22일 전세계 개봉과 함께 한국에서도 예매율 70%이상의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이 작품의 거는 팬들의 기대가 정말 대단하다. 과연 돌아온 닥터 존스는 그 기대에 부응할 것인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 이 리뷰에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언급하는 내용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1.전작들과의 이질감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하 인디4)은 앞서 밝혔듯 전작과는 19년이라는 물리적인 시간차이가 나는 작품이다. [최후의 성전]을 찍을 당시 해리슨 포드의 나이가 40대 중반이었음을 감안하면 이 작품에서 포드의 나이는 60대 노배우라는 얘기다. 물론 이는 배우뿐만이 아니다. 감독인 스필버그는 인디아나 존스 3부작을 연출할 때 거의 '천재'라는 수식어를 매일같이 달고다닌 연출가였다. 이후 아카데미 감독상을 2차례나 수상한 그는 이제 '천재'라기 보단 '장인'에 가까운 명감독의 반열에 속한다. 이러한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연기의 패턴이나 연출 스타일이 과거와는 많이 다를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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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casfilm Ltd./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실제로 [인디4]는 전작들과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준다. 그것도 바로 오프닝에서부터 말이다. 파라마운트의 로고로 시작하는 오프닝 시퀀스는 전작들의 클리셰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으나 군 트럭과 록큰롤에 맞춰 질주하는 학생들의 경주씬은 왠지 '생뚱맞다'는 느낌을 전달한다. 이같은 부조화는 영화 전반에 흐르고 있다. 역시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핵폭탄, 매커시즘의 확산, 록큰롤, KGB 등등.. 세월이 흘렀음을 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배치된 여러 무대장치가 등장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1930년대에 기반한 인디의 향수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변화된 [인디4]에 왠지 모를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2.캐릭터의 한계

[인디4]는 영원한 '닥터 존스' 해리슨 포드가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허전함을 지울 수가 없다. 실제로 [인디4]에서는 전작들의 캐릭터를 가져오기 보다는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하는 쪽을 택했다. 이전 작품에 등장했던 인물은 인디아나 존스와 마리온 뿐. 나머지는 전부 교체됐다. 이 사실이 왜 허전함을 주는 것일까? 관객들은 이 작품을 상대적으로 가장 최근작인 [최후의 성전]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데, [최후의 성전]은 시리즈 중 가장 적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마궁의 사원]과는 달리 1편 [레이더스]의 등장인물, 마커스 브로디와 살라를 재등장시켰으며 여기에 헨리 존스를 추가함으로서 매우 다채로운 인물설정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최후의 성전]이 전편에 비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보다 풍성해진 이유다.

그러나 [인디4]는 인디아나 존스와 마리온의 재회라는 장치 외에는 캐릭터간의 유대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맥은 적인지 아군인지 모를 산만한 캐릭터이며, 스필버그 감독이 비장의 카드로 내놓은 머트 윌리엄스는 시리즈를 책임질 유머 캐릭터임과 동시에 세대교체의 중요한 열쇠이기도 하지만 도무지 존재감이 느껴지질 않는다. 심지어 마리온 역의 카렌 알렌도 그저 '얼굴마담'으로 등장시킨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평면적 캐릭터에 그쳤다는 건 [인디4]의 캐릭터 설정이 심각한 메너리즘에 빠져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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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casfilm Ltd./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안타깝지만 우리의 인디아나 존스도 영화를 혼자 끌고나가기엔 너무나 벅차 보인다. 유일하게 매력적인 연기를 보이는건 악역의 케이트 블란쳇이지만 설정 자체가 부실한 관계로 그녀의 재능이 100% 발휘되었다고 보기에는 힘들다.
어차피 소련군을 악역으로 설정한 것 부터가 무리다. 2차세계대전의 '나치'와는 달리 소련은 '절대악'이라고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닐뿐더러, 악역을 위한 악역을 맡기엔 차라리 프랭크 다라본트가 생각했던 나치 잔당의 부활 편이 더 설득력있게 와닿는다.


3.자기복제의 함정

[인디4]는 19년만의 속편이라는 부담감에 더해 영화속 시대배경도 1930년대에서 1950년대로 건너왔다는 점에서 전작과의 이질감은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이 작품은 전작과의 연계점을 찾기위해 전편들의 설정과 클리셰에 상당부분 기대고 있다.  [레이더스]의 엔딩씬이 [인디4]의 서막과 연결된다는 점, 판쵸 빌라에 대한 언급 (이는 TV판 [영 인디아나 존스]의 한 에피소드와 관련있다), 주니어라는 호칭문제, 혐오 동물의 등장, 인디의 뱀 공포증,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갈등과 화해라는 테마 등이다. 그러나 전작들을 빛나게 했던 이러한 설정이 단순한 자기복제로 전락하면서 [인디4]는 마치 오리지널의 속편이 아니라 '아류작'과 같은 느낌에 가깝게 만들고 있다는 거다. 언제 들어도 가슴 뭉클한 존 윌리엄스의 테마만이 '아 역시 인디아나 존스구나'하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 뿐, 단순한 팬서비스 차원 이상의 기쁨을 주지 못하는 [인디4]의 성향은 진부한 속편의 전형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4.부실한 각본

또하나 관객들을 실망시키는 요소는 바로 부실한 각본이다. 수많은 각본가들을 교체해대는 통에 제작기간이 계속 지연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 난리법석을 떨고도 고작 이 정도의 각본밖에 안되나는 생각에 정말 실망스럽다. 물론 [인디아나 존스]시리즈가 고고학에 초자연적인 현상을 결합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인디4]의 그것은 정도를 넘어섰다. 전작들의 황당함이 신의 영역과 관련되어져서 보다 현실적(특히 1,3편은 성서에 모티브를 두고 있으니만큼 훨씬 설득력이 있다)인 것으로 포장된 반면 [인디4]는 그야말로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볼법한, 아니 이쯤되면 [X파일]의 스핀오프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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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casfilm Ltd./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4편에서는 전작처럼 인디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위기감이 실종됐다.  결말은 관객들이 예상하고 있는 수준에서 마무리 되며, 특히나 [최후의 성전]의 '보이지 않는 다리' 씨퀀스 만큼의 강렬한 충격을 선사하는 장치도 전무하다. 부비트랩의 활용과 맥거핀의 흥미 또한 전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떨어진다. 정말 누군가의 말처럼 이 작품은 차라리 게임으로 나왔던 [아틀란티스의 운명]을 영화화하는 편이 훨씬 나았을지도 모른다.


5.유머의 실종

[인디4]를 보면서 가장 실망스런 부분은 바로 유머의 실종이다. 시종일관 5분간격으로 웃음을 유발시키는 [최후의 성전]의 유쾌함을 기억하는 올드팬들이라면 [인디4]의 썰렁하기 그지없는 유머를 보면서 '애쓴다...'는 생각을 금치 못할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관람한 상영관의 분위기는 좌석이 만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확~ 터져주는 웃음이 단 한차례도 들리지 않았다! 대부분이 피식~ 웃거나 어지간한 유머에는 웃어주는 몇몇 관객이 웃는 정도랄까..  시리즈 중 가장 어두운 분위기의 [마궁의 사원]에서도 정말 많은 유머를 선보였던 것에 비하면 이는 정말 불가사의할 정도다.


6.총평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너무나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번 [인디4]에 대한 기대감은 누구못지 않게 컸던게 사실이다. 물론 세월이 흐른만큼 감안해야할 점도 분명 있을것이다. 19년만에 돌아온 속편은 그다지 흔치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전작들과는 너무나도 확연히 구분되는 이번 4편을 보면서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는 점은 정말 안타깝다.

물론 CG의 사용을 자제하고 나름 실감나는 아날로그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환갑을 넘긴 나이의 해리슨 포드가 직접 몸으로 떼우는 액션을 보여주기 보다는 보다 정교하게 짜여진 플롯을 풀어나가는 고고학자의 면모를 더 강조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리즈 중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었지만 실상 그 스케일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것도 관객들의 눈높이를 따라 잡지 못한 제작진들의 불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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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casfilm Ltd./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여러 가지로 '총체적 부실'을 안고 있는 이 작품이 과연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조차도 의문이다. 그래도 인디아나 존스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다는 팬들이 있을테지만 적어도 필자에 입장에서는 인디아나 존스 컬랙션을 위해 별도의 DVD를 사고 싶은 마음은 별로 들지 않는다. 그저 내 마음의 인디아나 존스는 3부작으로 마감해야 할 듯 해서 마음이 아플 따름이다.


P.S: 영화를 안보신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는 스포일러 하나를 발설한다면, 이 작품에서 마커스 브로디(덴홀름 엘리엇 분)와 헨리 존스(숀 코네리 분)가 나오긴 한다. 어떤 장면인지는 직접 확인 하실 것.

P.S 2: 이 글이 이번에는 미디어 다음의 이슈트랙백에 올랐군요. 역시 인디아나 존스가 화제이긴 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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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Lucasfilm Ltd./Paramount Picture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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