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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서 - 극장에서 느끼는 에반게리온의 전율

페니웨이™ 2008. 1. 3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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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만큼 '문화적 코드'를 형성한 작품은 흔치 않다. 기존의 관습을 모두 부정한채 독특한 메카닉 디자인, 파격적인 캐릭터 설정, 그리고 철학적 난해함의 극대화를 시도한 [에반게리온]은 풋내기 제작사인 가이낙스를 일약 애니메이션계의 다크호스로 만들었고, 전세계에 '에바 신드롬'을 형성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포스트 에반게리온' 세대의 메카닉 에니메이션들은 한동안 [에반게리온]의 그늘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무진장 애를 썼으며, 실제로 본의 아니게 '[에반게리온]의 아류작'이라는 불명예와 함께 쓸쓸히 잊혀져 간 작품들도 제법된다.

ⓒ GAINAX/ Project Eva/ TX.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에반게리온]의 상상을 초월하는 인기에도 불구하고 난해하게 마무리 된 TV판의 마지막 에피소드와 두 편의 극장판은 두고두고 [에반게리온]의 완성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사실상 안노 히데아키 감독 자신도 [에반게리온]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인류보완계획'의 실체에 대해 '기획 초기부터 고려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밝힘으로서 의도하지 않은 '떡밥'을 던졌음을 은연중에 시인했다. 안티팬들은 이 점을 들어 [에반게리온]의 인기는 거품이며, '괜히 있어보이는 척' 하는 작품일 뿐이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그럼에도 [에반게리온]의 인기는 여전하다. 그리고 사실상 1선에서 물러나 활동을 자제했던 안노 감독은 마지막 극장판이 개봉된지 10년 만에 [리빌드 오브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계획을 발표하고 그 첫 번째 작품 [서(序)]를 내놓았다. 이 작품은 일본내에서 단지 84개 극장에서만 2억 8천만엔의 대박을 터트리며, 다시금 '에바 신드롬'을 재현했다. TV판을 5차례나 감상했던 필자로서는 내 평생 극장에서 [에반게리온]을 접할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지만, 놀랍게도 이제 일반 관객들도 [에반게리온: 서]의 실체를 대형 스크린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1.TV판의 다이제스트?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이 새로운 극장판의 제목은 [리빌드 오브 에반게리온 (Rebuild Of Evangelion)]이다. 이 말은 말 그대로 '에반게리온의 재구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미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 Z건담의 극장판 부제를 [A New Translation]으로 결정해, 기존 TV판의 새로운 해석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하겠다. 단지 TV판의 총집편이 아니라 뭔가 다른 버전의 [에반게리온]을 선보이려는 감독의 의지가 엿보이는 것이다.


도입부에서 주인공인 신지가 미사토와 만나 네르프에 합류하게 되는 과정은 TV판과 큰 차이가 없다. 새로 추가된 작화도 거의 없으며, 대사도 그대로다. 그러나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확연히 달라진다. 특히나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라 부를 수 있는 '야시마 작전'에 이르러서는 장면 전체를 거의 리테이크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스케일은 극장용에 걸맞게 커졌고, 리뉴얼 된 퀄리티는 그야말로 경이로울 정도다. 이 차이는 극장의 큰 스크린으로 반드시 확인해 보기를 권한다.


2.신작화와 구작화의 괴리감

사실 토미노 영감탱이의 무늬만 극장판이었던 [극장판 Z건담]의 어이없는 필름 짜집기 내공에 분노했던 관객들이라면 아마도 이번 [에반게리온: 서]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게되는 건 당연지사. 실제로 초반만큼은 에바 메니아라면 신물나도록 봐 왔던 똑같은 장면들의 재탕이기 때문에 다소 진부하거나 실망감을 느낄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염려마시라. 사실상 [에반게리온: 서]의 모든 장면은 신작화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각 씨퀀스의 구도와 전개가 TV판과 흡사한 장면이 많기 때문에 그것을 체감하기 힘들 뿐이다. 오히려 신작화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도록 정교한 작화작업을 진행한 가이낙스의 프로정신이 경탄스럽기만 하다.

ⓒ カラー/ GAINAX. All Rights Reserved.


사실 기존 씬들에서 추가된 일부 장면들은 인물이 아닌 배경과 메카닉, 사물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이 부분은 신작화가 추가되었다고 체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씨퀀스가 통채로 리테이크된 '야시마 작전'의 경우는 내용뿐만 아니라 전개과정 전체에 걸쳐 리뉴얼을 단행했기 때문에 [극장판 Z건담]처럼 누더기 필름의 구질구질함에 치를 떨었던 악몽을 경험하지는 않으리라고 확신한다. 다만 불만을 가진 관객들도 일부 있었는데, 그들 대부분은 에바의 골수매니아들로서 익숙한 것을 버린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성토였을 뿐이다.


3.일찍 띄운 승부수, '인류보완계획'

'인류보완계획'은 TV판에서도 중반부에 가서야 중요한 핵심 키워드로 등장하는 것으로서, 나중에 이를 뒷수습하느라 곤혹을 치룬것만큼은 사실이다. 결국 극장판과 TV판 모두에서 이에 대한 명확한 해설은 제시되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에반게리온]은 '개뿔도 없으면서 허세를 부린 작품' 처럼 인식되어 왔다. 이번 [에반게리온: 서]에서는 일찌감치 이러한 점을 계산에 넣고 진행한다.

ⓒ カラー/ GAINAX. All Rights Reserved.


'인류보완계획'은 처음부터 제레와 이카리 겐도 사이에 오고가는 계획의 일부로서 설정되어 있고, 놀랍게도 나중에 가서야 등장해야 할 나기사 카오루가 (아스카도 등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더 나아가 신지와 리리스의 대면이 훨씬 앞당겨진 점은 이 작품이 말뿐인 'Rebuild (재구축)'가 아님을 분명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울러 신지와 레이의 교감이 시작되는 과정 역시 제레가 예상한 계획의 일부처럼 비춰지고 있어, TV판과는 달리 '인류보완계획'에 대한 승부수를 일찍 던져놓고 있다. 분명한건 이번에는 단순히 안노 감독의 떡밥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4.매니아들만을 위한 서비스?

이 점은 사실 뭐라고 단정하기가 힘들다. [에반게리온: 서]는 처음부터 비교적 친절히 설명을 해나가는 편이다. 워낙 전개자체가 타이트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TV판을 시청한 관객들에게 유리한건 사실이지만, 처음 [에반게리온]이란 작품 자체를 접한 관객들에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런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연출을 맡았던 카즈야 감독은 '[에반게리온:서(序)]는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들과 본 관객들을 모두 수용하기 위한 바탕이다'라고 말했다.

ⓒ カラー/ GAINAX. All Rights Reserved.


분명히 초심자들에게는 [에반게리온]이란 작품 자체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으며, 특히나 캐릭터의 심리묘사에 대폭 비중을 둔 이번 작품의 경우는 사전 지식없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여러 가지 용어들 때문이라도 이해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에반게리온: 서]는 (적어도 한국의 경우라면) 에반게리온의 열성팬들이 찾아올 확률이 비약적으로 큰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5.그 밖의 관람 포인트

'역시 극장판!' 이란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큰 화면과 어우러지는 박력있는 사운드가 압권이다. 후반부 '야시마 작전'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상황들은 극장이 아니라면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감흥을 전달한다. 새롭게 리뉴얼 된 전투씬과 사도들의 등장, 비중이 높아진 미사토와 신지와의 관계도 눈여겨 보아야 할 부면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엔딩 타이틀곡으로 선정된 우타다 히카루의 'Beautiful World' 역시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 명곡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절대! 이 곡이 다 끝날때까지 자리를 뜨지 마시라.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나서 두 번째 작품인 [에반게리온: 파(破)]의 예고편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 カラー/ GAINAX. All Rights Reserved.


사실상 이번 신 극장판의 달라진 모습은 [에반게리온: 파(破)]에서 두드러질 듯 하다. 아직 등장하지 않았던 아스카가 출연하는 것을 필두로, TV판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에바 6호기의 등장이라든지, 제3의 캐릭터가 나오는 등 본격적인 리빌드의 양상을 띌 것으로 생각된다. 카즈야 감독 역시 '[에반게리온:파(破)]는 원작과의 파격적인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힘으로서 기대치를 한껏 높여놓은 상태다. 결국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의 성공 여부는 다음작인 [에반게리온:파(破)]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6.끝으로

'구관이 명관'이란 말이 있다. 모름지기 새로 시작되는 것 치고 과거의 영광을 벗어 버리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에반게리온: 서]는 이런 가능성에 도전하는 작품으로서 그 결과도 매우 만족스럽다. 작화나 연출, 편집도 매우 깔끔하게 이루어져 있으며,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졌던 TV판에 비해 쉽고도 간결하다. (물론 이는 그동안 수차례나 TV판을 반복, 학습했던 이유도 있을 것이다) 올 여름, 두 번째 작품이 개봉된다고는 하지만 국내에 언제 개봉될 것인지의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이를 기다리기란 [반지의 제왕]때 보다도 더 기다리기 힘들 것 같다. 이 기회에 TV판으로 다시금 이 추운 겨울밤을 불태워야겠다. 화르르르~



P.S: 다른 리뷰를 읽다보면 유독 [에반게리온: 서]에 여성 관객이 많다는 얘기를 종종 접하게 되는데, 이는 사실이다! 실제로 필자 역시 혼자 극장을 찾았다가 바로 옆좌석에 왠 묘령의 여성이 혼자 앉아있어 순간 므흣했다는 *ㅡㅡ*  "저기.. 혹시 덕후셨어요?"라고 물어보는 충동을 자제하느라 힘들었다. ㅡㅡ;; 덕분에 이름모를 처자와 오붓하게 [에반게리온]을 감상했다는 알흠다운 추억을 만들었다나 뭐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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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스틸: 신세기 에반게리온(ⓒ GAINAX/ Project Eva/ TX.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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