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아름다움은 겉으로가 아니라 내면의 마음속에 존재한다-
월트디즈니의 극장용 장편만화가 재기에 성공하고 국내에도 그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던 것은 아마도 '인어공주 (The Little Mermaid)'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원작의 비극적인 엔딩을 헐리우드식 해피앤딩으로 과감히 각색하고 디즈니 특유의 뮤지컬적인 요소를 첨가해 완성한 대작으로서 이 작품을 시작으로 디즈니는 다시금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황금기를 맞이하게 된다.
1년만에 단 한편만 내놓아 그 가치를 더욱 공고히 한 디즈니의 역작들은 '인어공주' 이후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언 킹' 등으로 이어져 이후 몇 년간 애니메이션 산업에 있어서는 단연 독보적인 존재였다. 이번에 소개할 '미녀와 야수'는 아마도 디즈니의 역사에 있어서 단연 최고의 작품성을 자랑하는 작품이 될 것이다. ⓒ Disney. All rights reserved.
대히트를 기록한 '인어공주'의 차기작이란 부담도 만만치 않았을 터인데 '인어공주'의 스탭이 총동원되어 당시로선 잘 사용되지 않았던 CG기법을 도입해 환상적인 3차원 배경을 2D와 결합한 댄스홀의 명장면은 영화사의 큰 업적으로서 지금보아도 경탄스럽기만 하다. 특히나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그리고 이후로도 유일하게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될 정도로 이 작품은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럼 먼저 줄거리를 살펴보도록 하자.
영화의 시작은 옛날이야기 동화를 읽는듯한 나레이션으로 몇토막의 그림과 함께 시작되는데, 야수가 이기적인 왕자로부터 현재의 모습으로 변하게 된 과정이 설명된다. 한때 헛된 허영심으로 가득찬 이 왕자는 크고 아름다운 성에서 살고 있었다. 어느날 늙고 못생긴 노파가 성에서 하룻밤 신세지는 조건으로 장미 한송이를 제의하지만 왕자는 추한 모습의 노파를 비웃으며 문전박대한다. 그러자 늙은 노파는 아름다운 요정으로 변신하고 뒤늦게 그녀의 참 모습을 발견한 왕자는 요정에게 용서를 구하지만 요정은 그를 야수로 만들고 21세 되는 생일 이전에 한 여성의 사랑을 얻지 못하면 평생 야수로 지내야 한다는 비극적인 주문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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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가 바뀌고 프랑스의 한 조그만 마을.. 벨이라는 책을 좋아하고 다소 독특한 아가씨의 등장과 함께 마초적인 터프함만을 보여주는 개스톤이란 사냥꾼과 그의 똘만이, 그리고 마을 사람들로부터 미쳤다는 얘길듣는 벨의 아버지 모리스가 등장한다. 인물들의 설정을 보여주는 이 도입부는 마치 한편의 뮤지컬을 보여주듯 절제되고 짜임새 있는 연출로 인물들의 성격과 함께 갈등관계도 모두 표현할 만큼 뛰어나다.
벨의 아버지는 발명가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길을 떠나게 되는데 그만 숲에서 길을 잃고 늑대를 만나 도망하다 말에서 떨어져 결국 어느 고성에 몸을 피하게 된다. 여기서 모리스가 만나는 것은 말을 하는 촛대와 시계, 그리고 의인화 된 각종 사물들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바로 성주인 야수! ⓒ Disney. All rights reserved. ⓒ Disney. All rights reserved.
야수는 자신의 성에 무단침입한 모리스를 감금하게 되고 늑대를 피해 도망한 말은 벨을 찾아가 주인의 위기를 알리는데, 효성이 지극한 벨은 말을 타고 아버지가 갇혀있는 성으로 달려온다. 야수의 성에 갇힌 아버지와 상봉한 벨은 그런 처지에 놓이게 된 아버지 대신 자신이 성에 남겠다고 야수에게 제안하는데, 야수는 그러한 요청을 받아들이고 아버지를 풀어준다.
한편 벨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한 개스톤은 울분을 참지 못하다가 모리스가 마을로 들어와 야수에게 잡혀있는 벨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듣자 한 가지 계략을 꾸미게 된다.
이제부터 미녀와 야수의 갈등관계가 묘사되는 부분으로 그들의 신경전이 매우 재미있게 펼쳐진다. 특히나 이런 난관속에서도 밝은 면을 유지하는 벨의 모습은 사랑스러움 그 자체인데, 감정적인 콘트롤을 잘 하지 못하는 다혈질 야수와 통통튀는 말투로 쏘아붙이는 벨의 대립관계가 관객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든다.
그들의 감정적인 대립은 벨이 출입금지구역인 서쪽탑의 꼭대기 방에서 유리덮게속의 장미를 발견함으로 절정에 달하는데, 그 장미는 야수에게 남겨진 기회의 시간을 카운트다운하는 일종의 모래시계 같은 것이었다. 야수가 고함을 지르자 울면서 성을 도망치듯 나오는 벨... 눈길의 험준한 숲길에서 그녀는 늑대들의 공격을 받고 절대절명의 위기에 놓이게 된다. 바로 이때! 슈퍼맨처럼 짠하고 등장한 야수가 홀로 늑대들과 일당백의 싸움을 하여 벨을 위기에서 구해낸다. 그러나 너무 오버했던 탓일까... 이내 쓰러지고 마는 야수. 벨은 자신을 구해준 야수에게서 남다른 동정심과 연민을 느끼게 되고 그를 다시 성으로 데려가 정성껏 간호한다.
상황은 급반전되어 서로 앙숙처럼 반발하던 벨과 야수는 어느덧 서로에게 정들어 간다. 둘의 사이를 지켜보면서 어서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성의 식구들 (촛대인 뤼미에르, 탁상시계 콕스워스, 주전자 폿스부인 등)도 그 둘의 사랑이 진전되기를 애타게 기다린다. 이제 그 유명한 이 애니메이션의 하이라이트인 무도장 씨퀀스가 주제가인 " Beauty and the Beast"와 함께 펼쳐지는데 정말 두고두고 잊지 못할 명장면임에 틀림없다.
이 날로서 야수는 벨에 대한 사랑을 확신하지만, 벨의 마음속 한 구석에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 게 된다. 야수는 자신의 마법거울로 벨에게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줌으로 위로하려 하는데, 거울에 비친 아버지의 모습은 벨을 찾아 홀로 길을 나서다 지쳐 숲속에 쓰러진 모습이었다.
슬퍼하는 벨을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야수는 벨에게 자유를 허락한다. 그리고 마법거울을 함께 선물로 준다. 콕스워스는 벨을 떠나보낸 주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의아해 하는데 야수는 그것이 바로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가슴아픈 한마디로 설명한다.
아버지를 부축해 집으로 돌아온 벨은 개스톤의 계략으로 아버지가 야수가 있다고 주장하는 정신병자로 몰려있음을 알게된다. 그리고 자신과의 강제결혼을 요구하는 개스톤에게 벨은 아버지가 미치지 않았다는 증거로 야수의 존재를 마법거울을 통해 증명한다. 야수에게 애정을 보이는 벨의 모습에 발끈한 개스톤은 마을 사람들을 선동해 야수의 성으로 찾아가고 벨과 그녀의 아버지를 지하창고에 가둔다. 한편 벨과의 이별에 삶을 포기한 야수는 개스톤 일당의 침입에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성안의 모든 시중들이 힘을 합세해 칩입자들을 물리치지만 개스톤은 몰래 야수의 방에 들어가 야수를 향해 화살을 날린다.
한편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 벨은 서둘러 야수의 성에 도달하고 최후의 일전을 벌이는 개스톤과 야수를 목격한다. 개스톤을 쓰러뜨리고 벨과의 극적인 재회를 하는 순간, 쓰러졌던 개스톤이 야수의 몸에 칼을 꽂는다. 야수의 몸부림에 절벽아래로 떨어지는 개스톤.. 그리고 최후의 순간에 벨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는 기쁨에 조용히 눈을 감는 야수....
이 장면은 정말 글로써 표현되지 않는 눈물없이 볼 수 없는 감동의 장면들이다. 숨을 거둔 야수를 붙잡고 흐느끼는 벨... 그에게 '사랑한다(I love you..)"라는 고백을 하며 눈물을 떨구는 순간, 극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야수의 마법이 풀린 것이다. 야수는 다시 예전의 왕자로 돌아오고 음침했던 고성은 다시 화려한 성으로 환원되며, 각종 집기류로 변화되었던 시중들도 원래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 (개인적으로 돌아온 왕자의 모습보다는 예전의 야수가 훨씬 더 멋있고 카리스마가 넘치더라는...)
ⓒ Disney. All rights reserved.
사실 이렇게 오래된 작품을 왜 리뷰하느냐고 필자에게 묻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분명 이 작품은 1991년에 제작된 작품으로 상당히 오래된 작품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당시의 명성 이상의 실적을 쌓아왔는가 하면 그렇지가 않다.
이후 디즈니의 정통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라이언 킹'을 정점으로 '포카혼타스' 이후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하며, 픽사에서 시작한 3D애니메이션에 밀리고 말았다. 따라서 '미녀와 야수'는 월트디즈니로 대표되는 미국 애니메이션의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애니메이션이며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도 그 가치는 여전히 유효함이 작품자체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의심나시면 당장 DVD를 빌려서 확인해 보도록 하라!)
또 한가지는 국내 애니메이션과의 비교를 통해 반성의 기회를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애니메이션업계는 1990년대 이후 내노라 할 만한 대표작하나 만들지 못한 형편이다. 극단적인 예로 1990년은 '태권V 90'라는 최악의 실사합성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1976년 제작된 히트작 '로보트 태권V'에 비해 기술적인 부면을 포함해, 모든 부분에서 한참을 퇴보한 결과인 셈이다. (물론 김청기 감독에 대한 비하는 아니다. 필자는 그분 나름대로의 열정을 매우 존경한다)
이제 세대가 변했다. 애니메이션을 한낱 어린아이들의 전유물로만 치부되던 기성세대를 대신해 각국의 수준높은 작품들을 보면서 하이퀄리티 애니메이션의 꿈을 키워온 젊은세대가 자리를 서서히 자리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근래의 '마리이야기'나 '원더풀데이즈', 그리고 최근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된 단편작 '버스데이보이'등은 그 좋은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이야기가 약간 빗나간 감이 없지 않지만 명작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내에 미녀와 야수를 뛰어 넘을 만한 작품을 언젠가는 만들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보며 리뷰를 마친다.
* [미녀와 야수]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Disney.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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