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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캐너 다클리 - 독특한 시도가 인상적인 로토스코핑 애니메이션

페니웨이™ 2007. 7. 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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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필자의 관심을 끄는 특별한 두 개의 작품이 있었다. 두 편 모두 미래를 소재로 한 작품이고,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중간 형태를 띈 특이한 장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녔다.  그 중 하나는 프랑스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한 크리스티앙 볼크만의 [르네상스]였고, 다른 한편은 [비포 선라이즈], [스쿨 오브 락]으로 유명한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스캐너 다클리]였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키아누 리브스의 애니메이션화. 독특한 발상이 아닌가!


특히 [스캐너 다클리]는 키아누 리브스, 우디 해럴슨, 로버트 다우니 Jr.,위노나 라이더 등 쟁쟁한 캐스팅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들 헐리우드 스타들의 실사를 그대로 덧칠해 애니메이션화 한 로토스코핑 기법이 특징이다. 게다가 그 유명한 필립 K. 딕의 원작이라니!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최근 소재 고갈에 허덕이고 있는 헐리우드는 고전 영화에서부터 제3국의 영화의 판권까지 확보해 가며 리메이크를 하는가 하면, 기존 시리즈물들의 프리퀄을 선보인다든지 하는 자구책을 시도해 보고 있다. 애니메이션 쪽의 흐름도 2D와 3D, 그리고 클레이 애니메이션에 이어 [스캐너 다클리]같은 로토스코핑 기법의 실사 애니메이션 영화라는 새로운 기법을 동원해 가며 끊임없는 변화를 모색하는 중이다.

그러나 그 전에 [르네상스]를 접한 필자로서는 기대보단 실망에 가까운 기분을 느꼈다. 물론 실사처럼 보이는 몽환적인 화면 자체는 상당한 탄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지만 스릴러라는 장르에 걸맞은 긴장감으로 관객들을 압박하기엔 애니메이션의 비현실적인 느낌만 가지고는 무엇인가 역부족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Miramax Films. All rights reserved.

흑백의 모노톤으로 처리된 또하나의 로토스코핑 애니메이션 [르네상스]


따라서 어딘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스캐너 다클리]역시 SF 스릴러의 거장 필립 K. 딕의 스릴넘치는 스토리 라인을 유화풍의 애니메이션에서 얼마나 잘 살려줄지가 무척이나 궁금해 졌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첫순간부터 무너지고야 말았다. 마약수사관, 위장침투, 용의자 등등 웬만한 형사 스릴러물에나 어울릴법한 영화속 장치는 관객을 끌어들이려는 '낚시'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스캐너 다클리]는 애초부터 스릴과 거리가 멀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블레이드 러너],[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필립 K. 딕 원작을 영화화한 기존 장르들로 비춰어 볼때 [스캐너 다클리]는 이와는 달리 무척 쾌활하고 유머러스하며, 수다스러운 톤으로 내용을 전개해 간다. 물론 마약에 중독되어 가는 위장 수사관 밥 에크터(키아누 리브스 분)가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중심 줄거리와 조금은 충격적인 마지막 반전 때문에 관객들은 왠지 모를 불쾌감과 찝찝함을 받을 테지만 전체적으로 영화 자체는 무척 풍자적이며 부산스럽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따라서 필립 K. 딕 특유의 묵시룩적인 미래상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이 난감한 장르의 영화에 대해 분노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필립 K. 딕의 자전적 소설이 바탕임을 알고 본다면 꽤 공감할 만한 부분이 많은데, 각성제 중독으로 재활훈련까지 거친 그는 이후에도 정부의 음모론적 강박관념에 시달렸다고 한다. 바로 [스캐너 다클리]는 작가의 이러한 내면세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작품이다.

중독성 강한 마약인 '서브스탠스 D'의 근원지를 찾아내기 위해 잡입수사한 밥 에크터가 스스로 마약중독의 희생자가 되어가는 과정과 마약 딜러들의 삶, 중독의 부작용등 내심 영화를 면밀히 살펴보면 소름끼칠 정도로 무시무시한 마약의 유해함을 읽어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스캐너 다클리]는 여러 가지 즐거움을 제공한다. [매트릭스] 이후 SF영화에는 출연을 자제하겠다던 키아누 리브스의 등장을 볼 수 있고, 한동안 작품활동이 뜸했던 위노나 라이더, 그리고 본인 자신도 약물중독의 경험을 가졌던 로버트 다우니 Jr.등 재능 넘치는 스타들의 모습을 채색된 애니메이션으로 감상하는 것도 색다른 묘미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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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누 리브스, 우디 해럴슨, 로버트 다우니 Jr.,위노나 라이더 등 초호화 캐스팅

국내에도 제법 지명도 높은 배우들이 출연했음에도 미국에서의 흥행성적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은 점과 마약이라는 소재와는 아직도 동떨어진 한국내의 현실, 그리고 무엇보다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로토스코핑 애니메이션에 대한 호응도의 불확실성이 더해져 결국 한국내에서는 극장개봉을 하지 못한채 바로 DVD출시를 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정식 출시되어 접할 수 있게 되어 리뷰어의 입장으로선 더없이 기쁘기만 하다.

* [스캐너 다클리]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르네상스(ⓒ Miramax Film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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