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기동전사 건담 연대기

기동전사 Z건담: 극장판 - 백일몽으로 끝난 팬들의 염원

페니웨이™ 2007. 9. 1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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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시리즈 No.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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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건담, 그 후 20년


토미노 감독의 [Z건담]이 첫 선을 보인 것이 1985년. 지금으로부터 약 20년전의 일이다. 사실상 [Z건담]은 건담의 상업적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작품으로서 토미노의 성향이 가장 잘 묻어난 작품이기도 하다. [Z건담]에 대한 애착은 토미노 감독뿐 아니라 팬들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퍼스트 건담]과 [역습의 샤아]가 극장판으로 공개되었던만큼, 팬들은 세월이 흐르더라도 [극장판 Z건담]이 언젠가는 토미노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같은 바램은 좀처럼 실현되지 않았다. 팬들의 염원과는 달리 토미노는 [역습의 샤아]이후 1세대 건담을 탈피하려는 성향을 보였고, 실제로 [턴A 건담]에 이르러 그 경악스러운(!) 디자인의 건담을 선보였을 때 '토미노는 건담을 버렸다!'라고 까지 생각했다.


ⓒ 創通/ サンライズ All Rights Reserved.

[극장판 Z건담] 3부작의 등장. 건담의 팬들에겐 팬서비스 이상의 의미였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오랜만에 등장한 일년전쟁 스토리 [건담 이글루]가 호평을 받고 있을 때,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2004년 5월, 토미노 감독이 [Z건담]의 20주년이 되는 2005년 개봉을 목표로 [극장판 Z건담]을 제작한다는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무려 20년만에 발표되는 이 극장판은 [퍼스트 건담]처럼 3부작으로 나누어 개봉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왔다.

[극장판 Z건담]의 개봉에 앞서, 토미노 감독은 다음의 두가지 사실을 미리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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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새로운 극장판은 이전 TV방영분의 작화와 신작화를 적정한 비율로 섞어서 편집할 것이며, 구작화와 신작화 사이에 최대한 위화감없이 제작할 것이다. 두 번째, 비극적인 엔딩이었던 원작과는 달리 극장판에서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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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소식은 순식간에 각 포털과 건담 팬사이트로 번져나가 그간 잠잠해 있던 건담의 올드팬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과연 50화에 달하는 분량을 어떻게 3부작으로 축소해 낼것인가? 구작화와 신작화를 섞어서 제작한다는데 그 괴리감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원작의 방영시 화제가 되었던 문제의 엔딩씬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등등 건담월드를 통째로 꿰고 있는 매니아들 사이에 수많은 궁금증과 추측들이 오고 갔다. 물론 소년시절에 [Z건담]을 접한 필자에게 있어서도 [극장판 Z건담]의 제작은 환호성을 지를 만한 빅뉴스였다.


극장판의 실체가 드러나다


마침내 2005년 5월 28일, [극장판 Z건담]의 첫 번째 이야기 "별을 계승하는 자"가 개봉했다.예상대로 "별을 계승하는 자"는 83개의 개봉관이라는 수적 열세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샴발라를 정복하는 자]와는 개봉관 차이가 2배다)에도 불구하고 4주째 연속 흥행 톱10 안에 머물며 20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최종적으로 "별을 계승하는 자"는 전국 83개 극장에서 총수입 8억3천만 엔을 벌어들이는 대박을 터트렸다. 하지만 영화를 배급한 쇼치쿠사는 [턴A 건담 극장판]이 실패했던 전례 때문에 개봉관 확보를 소흘히해서 많은 잠재적 관객층을 놓쳤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폭발적인 관심과는 대조적으로 실제 [극장판 Z건담]을 접한 관객들의 반응은 양분되었다.

주로 올드팬들에게 있어서는 가슴 설레는 경험, 특히 샤아와 아므로가 재회하는 리뉴얼된 엔딩씬에 대해 '2부에 대한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한 명장면'이라는 반응을 보였으나, [Z건담]에 대한 충분한 사전지식이 없이 극장을 찾은 이들은 정신없이 전개되는 내용의 불친절함과 생각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한 구작화의 사용 때문에 '어떻게 극장판의 작화가 [건담 시드]보다 못할 수 있냐'며 불만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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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작화와 신작화의 캐릭터 차이만 봐도 위화감의 정도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실제로 토미노 감독이 아무 문제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던 '구작화와 신작화의 위화감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는데, 이 점과 관련해 제작사측은 '원작팬들을 위해 구작화를 남겨둔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애당초 예고편이나 각종 보도용 스틸컷에서는 신작화만을 사용해 홍보한 것을 생각하면 이같은 해명은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비판이 거세지자 제작사측은 신작화의 비율을 점차 늘려 3부에서는 신작화의 비중이 70%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약속을 통해 불만을 해소하려 했다.


실망을 안겨준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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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Z건담]의 두 번째 작품 "연인들"이 개봉되자, 제작자의 이같은 약속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사실로 드러났다. 적어도 "별을 계승하는 자"보다는 신작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도 비교적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던 1편과는 달리 "연인들"은 열혈팬들에게 있어서도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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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2편은 '연인들'이란 부재에 맞게 싱글족들에게 염장만 지르고 말았다  ㅡㅡ+


먼저 "별을 계승하는 자"의 경우에는 극의 전개하는 과정 대부분에 구작화를 썼고, 후반부에 들어서야 신작화를 집중적으로 선보임으로 [Z건담]의 오리지널리티를 선호하는 관객들에게 있어선 꽤 합리적인 리뉴얼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연인들"은 신작화가 분명 더 많이 사용되었음에도 이것을 구작화와 뒤죽박죽으로 짜집기를 해놓아서 이게 과연 21세기에 새로 만들어진 완성작인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누더기 상태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토미노 감독은 '연인들'을 연출함에 있어서 TV판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원작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대부분을 등장시키면서 그들을 하나로 묶을 키워드로 ‘사랑’을 택했다고 밝혔지만, 2시간도 채 안되는 한편의 극장판에 그 많은 캐릭터들의 연애담과 남녀간의 갈등, 심리적 불안을 표현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1편을 그럭저럭 무난하게 이해했던 관객들도 '연인들'은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던 것이다. 샤아와 하만 칸의 조우로 끝나는 엔딩 역시, 전편의 샤아와 아므로의 재회만큼 큰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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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아와 하만의 조우. 확실히 의미심장한 엔딩이지만 전편에 비해 임팩트는 떨어진다.


더군다나, 주인공 까미유 비단과의 정신적 교감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 캐릭터였던 포 무라사메의 경우 원작의 성우가 교체되는 바람에 많은 팬들의 원성을 샀는데, 나중에는 [극장판 Z건담] 제작 과정의 스캔들로까지 비화되어 제작진들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결국 포의 성우 교체는 [극장판 Z건담]의 주 관람객들이던  [Z건담]팬들의 이탈을 불러와 1편의 성공과는 달리 흥행에 실패하고 말았다.


 


Z건담의 부활, 신기루처럼 사라지다


결국 '연인들'은 "별을 계승하는 자"로 촉발된 [Z건담]의 붐 형성에 찬물을 끼얹었으며, 다음 개봉을 앞둔 "별의 고동은 사랑"에게도 큰 부담을 지우고 말았다. 아니나 다를까 2006년 3월 4일에 개봉된 [극장판 Z건담]의 완결편 "별의 고동은 사랑"은 37일간 4억 4천만엔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을 거둠으로 [극장판 Z건담]의 인기는 한 여름밤의 꿈처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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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등히 많은 신작화를 사용했음에도 3부작 중 가장 흥행에 실패한 '별의 고동은 사랑'


"별의 고동은 사랑"은 토미노 감독이 원작과 다른 엔딩이 될것이라고 공언했던 부분에 있어서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그러나 문제의 그 엔딩이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임을 이미 다 까발린터라 관객의 호기심도 이미 다 증발한 상태였는데다, "연인들"로 불거진 여러 가지 문제점들로 인해 고정팬들마저 떠나간 시점에서 흥행실패는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별의 고동은 사랑"은 새로 제작된 [극장판 Z건담]중 가장 많은 신작화가 사용되었으며,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를 이루는 우주에서의 전투씬이 대폭 강화되어 이제서야  새로만든 [Z건담]의 느낌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억지로 바꾸어 놓은 결말은 팬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ZZ건담]과의 또다른 괴리감을 만들어 놓았으며, [Z건담] 전반에 형성된 분위기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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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는 [극장판 Z건담]의 단편적인 부분만을 보는 지적일지도 모른다. [극장판 Z건담]의 부제인 "A New Translation"에서 알 수 있듯이 토미노 감독은 이번 극장판을 통해 [Z건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다. 지난 [ZZ건담]의 리뷰에서도 지적했듯이, 토미노 감독은 자의반, 타의반에 의해 완성했던 [ZZ건담]에 대한 애착을 버렸다. 그는 [턴A 건담]을 통해 자신의 건담이 아닌 다른 건담 시리즈를 모두 흑역사의 테두리로 밀어 넣었듯이, [ZZ건담]역시 1년전쟁의 흑역사로 만들려한 의도가 [극장판 Z건담]에서 다분히 드러난다.

[극장판 Z건담]에서 주인공 카미유의 캐릭터가 원작과는 미묘하게 달라졌다는 점을 눈치챈 관객이라면 당신은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다. 토미노는 이번 극장판에서 카미유의 우울하고 비틀린 성격을 살짝 걷어냈다. 카미유와 포의 관계를 축소시키고 (그 때문에 원작의 팬들에겐 작살나게 욕먹었다 ㅡㅡ;;), 대신 화 유이리와의 애정 요소를 첨부함으로서 카미유라는 인물에 대한 느낌을 상당히 부드럽게 만들었다. 이같은 캐릭터의 변화는 결말에서 정신 파괴에 이르지 않고 이를 극복하는 엔딩으로 바뀐것에 대한 우회적 설명이 가능케 하는 부분이다.


극장판 Z건담이 남긴 것


하지만 토미노가 그토록 [ZZ건담]을 잊고 싶었다면, [극장판 Z건담]의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맹활약을 펼치는 하만 칸에 대한 결말도 어떤 식으로든 매듭을 지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사라져 버린 샤아가 (토미노의 의도대로) 다음 작품인 [역습의 샤아]에서 하만 칸을 대신해 네오지온의 총수로 등장하는 것은 [ZZ건담]을 빼놓고 어떻게 설명할 것이란 말인가?

안타깝게도 [극장판 Z건담]은 과거 토미노 감독이 보여주었던 [퍼스트 건담] 극장판 3부작만큼의 깔끔한 편집능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50화나 되는 분량을 각색하면서 많은 무리수를 둔 건 사실이지만 애당초 제시해야할 [Z건담]의 요점이 분명히 드러나지 못한건 편집상의 한계였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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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과거의 기억에 기대어 감상하기엔 캐릭터의 성격이 변해 버렸고, 새로운 느낌으로 받아들이기엔 구작화가 너무나도 거슬린다. 특히 구작화의 경우 원작팬들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허울좋은 핑계를 믿을 사람은 지금에 와서는 아무도 없다. 단지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한 제작사의 얄팍한 상술이었으며, 거기에 토미노 감독이 암묵적인 동의를 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필자만의 것이 아니다.

차라리 새 작화로 완전히 리뉴얼된 작품으로 승부했더라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극장판 Z건담]이 과거의 향수를 가지고 극장을 찾은 올드팬들도, 전설적인 [Z건담]의 명성을 확인하기 위해 찾아온 새로운 관객층도 만족시키지 못한 작품이었다는 사실이다. 이제 토미노의 건담은 이렇게 마무리 될 확률이 크다. 이미 [극장판 ZZ건담]의 가능성에 대해서 "누가 그딴걸 만들어!"라고 일축한 토미노의 말처럼, [ZZ건담] 배제한 '퍼스트 건담 - Z건담 - 역습의 샤아'로 이어지는 극장판의 라인은 기존의 팬들 사이에 또다른 논란거리를 남긴채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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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3부작에 전부 신작화를 사용했다면 평가가 달라졌을까?


그래도 건담 팬들에겐 또다른 꿈이 있다. 만든지 너무 오래된 [퍼스트 건담] 극장판을 완전히 새 작화로 리메이크하는 것과 이제 갓 모습을 드러낸 1년 전쟁의 새로운 외전 [기동전사 건담 유니콘]의 애니화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후자의 경우 상당히 유력하긴 하지만, 토미노가 다시금 [퍼스트 건담]으로 돌아와 이번에야 말로 구작화를 적당히 버무린 꽁수를 부리지 않고 제대로 리메이크해주길 바라는건 지나친 나램일까?



건담이 ...(중략)... '기껏해야 로봇일 뿐이잖아?'라는 평가를 뛰어넘어, 로봇물로서 스토리 제약을 벗어난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중략)....그러나 그것이 정말 반향을 일으킨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것은 반년이나 일년, 아니 어쩌면 더 이후의 일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 토미노 요시유키 (1977년 '판토슈'와의 인터뷰 中에서)



* [기동전사 Z건담: 극장판]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創通/ サンライズ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건담의 이미지 사용에 관한 설명은
이곳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문헌: 1977년 월간 판토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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