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배트맨]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이후 10년 만에 개봉되는 배트맨 솔로무비다. 원래는 벤 애플렉이 직접 감독과 각본을 겸하며 잭 스나이더의 세계관과 연계되는 작품을 내 놓을 계획이었지만 몇 가지 난관에 부딪혀 좌초되면서 맷 리브스에게로 공이 넘어오고 그 결과 DC Films와는 독립된 세계관의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맷 리브스는 [더 배트맨]의 시대적 설정을 배트맨이 활동하는 2년차로 잡았다. 자경단으로 활동하지만 배트맨의 심리상태는 불안정하며 분노와 복수심으로 가득 찬 난폭한 사냥꾼이다. 그의 원래 모습인 브루스 웨인일 때 조차도 그는 거의 말도 하지 않은 은둔자의 삶을 산다. 기존 [배트맨] 영화들에서 보여준 모습보다 훨씬 더 다크하며 음울한 이미지의 캐릭터다.
주목할만한 점은 [더 배트맨]이 Detective Comics 본연의 성격인 추리극이자, 하드보일드 느와르의 서사를 철저하게 표방한다는 점이다. 마치 [세븐]의 슈퍼히어로 버전을 보듯 고든과 콤비가 되어 리들러의 범죄현장을 탐문하는 배트맨의 모습은 마치 형사나 탐정과 같다. 이미 크리스토퍼 놀란이 [다크 나이트]를 통해 사실주의적인 범죄스릴러 스타일을 접목시킨 건 사실이지만 [더 배트맨]은 아예 장르 자체를 느와르 탐정물로 고정시켜 놓았다.
때문에 [더 배트맨]에 대한 호불호는 상당히 갈릴 것으로 보인다. 상업성과 예술성의 경계에서 타협점을 절묘하게 이끌어낸 [다크 나이트]와는 다르게 [더 배트맨]은 마치 토드 필립스의 [조커]가 그랬던 것 처럼, 이젠 슈퍼히어로물에서 표현할 수 있는 리얼리즘의 한계가 무엇인지를 보다 과감하게 시험하려 한다.
이번 작품에서의 메인 빌런인 리들러는 영화의 성격에 걸맞게 재해석된 조디악 킬러로 변모했는데, 폴 다노의 사이코틱한 연기로 인해 존재감만으로도 긴장감을 증폭시키며 더불어 펭귄, 팔코네 등 서브 빌런들 역시 적시적소에 배치되어 있다. 캣우먼과의 로맨스 코드가 다소 겉도는 느낌이지만 캐릭터 자체는 큰 문제없이 플롯에 녹아든다.
3시간에 육박하는 긴 러닝타임임에도 취향에 맞는다면 전혀 지루함 없이 영화에 빠져들 수 있다. 맷 리브스 특성상 스피디한 전개를 보여주진 않지만 인물들의 내면과 범죄 수사과정을 긴밀하게 따라가도록 촘촘하게 내러티브가 설계되어 있으며 덜어낼만한 부분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완성도가 뛰어나다. 단, 액션이나 블록버스터급의 화려한 비주얼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큰 기대는 접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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