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페니웨이 (admin@pennyway.net)
"이것은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 닐 암스트롱
한 남자의 작고도 위대한 도약
올 해는 인류가 역사상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지 꼭 50주년이 되는 해다. [라라랜드]로 대성공을 거둔 데이미언 셔젤 감독과 라이온 고슬링이 다시 만나 화제를 모은 [퍼스트맨]은 제임스 R. 한센의 전기 소설을 원작으로 달 착륙의 성공 이면에 놓인 한 남자의 결코 밝지만은 않은 개인사를 따라간다. 바로 우주비행사의 전설적인 인물, 닐 암스트롱이다.
ⓒ Universal Pictures, DreamWorks. All Rights Reserved.
결말이 알려진 역사적 사실만큼 각색하기 힘든 이야기도 없다. 사람들은 죽음에 직면한 여러 차례의 위기에서도 닐 암스트롱이 살아 남으며, 결국 그가 달에 첫 발을 내 딛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일까? [퍼스트맨]은 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야기로 관객의 관심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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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는 최초의 달 착륙자로 널리 알려졌지만 정작 닐 암스트롱이 뇌종양에 걸린 두 살짜리 딸을 잃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영화는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어쩌면 그 누구보다 깊은 어둠을 가슴 속에 품고 우주로 향했던 닐 암스트롱의 내면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이 사적인 슬픔은 그가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 이 일에 끊임없이 도전했던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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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맨]은 흔히 전기물에서 보여지는 영웅적인 서사에 관심이 없다. 혹독한 훈련과 역경을 상쇄하는 주인공의 탁월한 능력이나 긍정의 마인드, 가족들의 눈물겨운 지원과 희생 같은 상투성은 철저히 배제된다. 그 대신 실패와 고독, 상실의 감정으로 서사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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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하기 위함인지, [퍼스트맨]의 진행은 무척이나 건조하다. 음악은 극도로 절제되어 있고, 감정이 고조되는 부분도 별로 없다. 삐걱거리는 우주선의 소음이나 당장이라도 나사가 빠져 버릴 듯이 엉성해 보이는 우주선 내부를 비추는 연출은 그 당시 얼마나 불안정한 기술력을 가지고 인류를 우주에 보내려 했으며, 그 안에서 카운트다운을 기다리는 비행사들이 느꼈을 공포감이 어떠했을 것인가를 다큐멘터리 적인 관점에서 사실적으로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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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스케일을 추구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이루는 아폴로 11호의 달 탐사 장면은 “특별히” 아이맥스로 촬영된 만큼 경외감을 불러 일으키는 체험을 선사한다. 달의 표면을 밟으며 암스트롱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영화를 보는 관람객들은 모두가 각각의 암스트롱이 되어 그 찰나의 복잡한 심경에 이입할 수 있을 것이다.
블루레이 메뉴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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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퀄리티
필름의 질감이 충만했던 [라라랜드]의 감독답게 이번 작품의 상당 부분은 16mm 필름 카메라로 촬영되었다. 따라서 화면 곳곳에 그레인이 묻어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다큐 같은 느낌, 특히나 배경이 1960년대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화면이 분명하게 “의도된”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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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 대한 호불호를 넘어 계기판과 같은 우주선 내부의 세부적인 묘사, 우주복의 질감, 훈련 후 구역질을 하는 화장실의 칙칙하고 음침한 환경에 이르기까지 선명도는 뛰어나다. 암부 화면에서의 블랙 레벨은 깊고 풍부하며 디테일한 영역까지 잘 표현해 내고 있다. 필름 특유의 그레인과 노이즈로 인한 디테일의 손상 및 텍스쳐의 뭉게짐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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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비트레이트는 29.9Mbps로 평이한 수준 이상의 수치를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쨍한 디지털 촬영의 느낌과는 다르지만 대신에 풍성하고 깊은 필름의 질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퍼스트맨]의 인상적인 부분은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사운드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우주선 내부에서 느낄 법한 현실적인 비행음과 불협화음이 청음 공간을 휘몰아 칠 때면 비행사들이 탑승한 우주선이 잘 설계된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 매우 “위험천만한” 탑승 수단에 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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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15의 테스트 비행을 담은 초반의 오프닝 시퀀스에서부터 제미니 8호의 도킹 장면이나 마지막 아폴로 11호의 발진 장면에 이르기 까지 수 차례나 관객들을 우주 비행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이러한 장면들은 핸드헬드가 적절히 뒤섞인 비주얼과 훌륭한 조화를 이루며 더 없이 짜릿한 감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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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하면서도 조화롭게 뒤섞인 사운드의 설계는 가히 레퍼런스급이라 할 수 있는데, 기계의 마찰음이나 압력에 의한 선체의 진동 및 로켓 부스터의 폭발음 등 복잡한 음향 디자인과 소리의 조합은 근래 보아온 영화들 중에서도 탁월하다.
스페셜 피처
아마 많은 소장가들에게 있어서 가장 불만스러운 부분이 바로 서플먼트일 것이다. [퍼스트맨]의 경우 4K UHD와 블루레이, DVD의 본편 디스크에 포함된 서플먼트로 삭제 장면과 몇 가지 부가영상, 그리고 오디오 코멘터리를 수록했는데, 이와는 별개로 DVD에만 보너스 디스크를 제공해 별도의 서플먼트를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DVD 버전에만 제공되는 스페셜 피처의 분량이 그렇게 쪼개서 제공될 정도로 많은 것도 아니어서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
[퍼스트맨] 블루레이에 수록된 서플먼트를 몇가지만 살펴보면, 우선 두 개의 삭제 장면이 있다. ‘House Fire’는 닐 암스트롱의 집에 발생한 화재사건을 보여준다. 간밤에 집이 불길에 휩싸이게 되는데, 큰 아들이 빠져 나오지 못한 것을 알고 닐 암스트롱이 직접 아이를 구해낸다. 이 장면에서 그간 감정의 동요를 드러내지 않았던 닐이 아이에게 화를 내는 모습이 담겨있는데, 아마도 그가 (또다시 자식을 잃을 뻔하자) 평정심을 잃는 모습을 통해 딸을 잃었던 슬픔을 여전히 갖고 있다는 점을 암시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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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삭제 장면인 ‘Apollo 8 Launch’는 최초로 지구 바깥의 천체를 관측한 아폴로 8호에 승선하지 못한 닐이 8호의 발사장면을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는 모습을 담고 있다. (닐이 성공적인 발사를 전혀 기뻐하지 않음에 유의하길) 참고로 아폴로 8호에는 프랭크 보먼, 짐 러벨, 윌리엄 앤더스가 승선했으며 이들은 그 해 타임즈의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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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부가영상인 ‘Shooting for the Moon’은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닐 암스트롱의 전기를 처음 접하게 된 소회, 라이언 고슬링의 캐스팅 비화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라이언 고슬링은 [라라랜드]를 찍기 이전부터 닐 암스트롱의 캐스팅에 대해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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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ant Leap in One Small Step’에서는 닐 암스트롱의 아들인 릭과 마크 암스트롱이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술회하는 영상을 포함해 닐에 대해 알려진 사실들 보다는 그와 그의 가족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이는 영화상에서 표현하려 했던 닐 암스트롱이라는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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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on Gone Wrong’는 아폴로 계획 당시 사용된 달 착륙 훈련선의 시뮬레이션 장면에 대해 스턴트 코디네이터가 설명하는 메이킹 영상이다. 실제로 닐 암스트롱은 이 장비 사용 도중 추락 직전에 탈출해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는데, 영화상에서도 이 사건을 잘 재현했다. 영화상에서 낙하산으로 착륙해 바람에 끌려가는 장면은 라이언 고슬링이 직접 대역없이 소화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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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reating the Moon Landing’는 역사에 길이 남은 달 착륙 순간의 재현에 대한 메이킹 영상이다. 아플로 11호의 달 착륙에 이르기까지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를 동시에 탐구하는 한 편. 촬영지, 사진 촬영, 착륙선 재현 등에 대해서 설명하며 이를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 치밀하게 확인하려 한 제작진의 노고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장면은 특별히 아이맥스 비율로 촬영되었으며, 본 블루레이의 본 편에서도 고스란히 아이맥스 화면비를 담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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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평
[퍼스트맨]은 개연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드라마틱한 장점은 없어도, 닐 암스트롱이라는 인물을 그려냄에 있어 과감하고도 합리적인 해석을 시도해 몰입도를 높혔다. 폭발적인 에너지가 넘쳐 흘렀던 [위플래시]와는 달리 절제되고 정적인 스타일로 승부한 데이미언 셔젤의 연출력이 빛을 발한 영화로서 장르를 불문하고 다방면에 재능이 있음을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이미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마션] 같은 웰메이드 스페이스 드라마가 주목을 받았지만 [퍼스트맨]은 이들 영화에 못지 않게 모든 관점에서 현실적이고 구조적이며 실존 인물의 개인사와 역사적 사건의 접점을 잘 파악한 수작으로서 기억되리라 생각한다. 본 블루레이는 화질과 음질 모두 영화적 특성을 잘 반영하는 퀄리티를 지니고 있으며, 관객들을 닐 암스트롱이 바라보았던 우주 개척의 그 현장으로 충실히 안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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