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연식이 좀 된 분들은 다 알만한 국내 굴지의 제조업체 중에 로케트전기라는 업체가 있다. 지금이야 에너자이저니 듀라셀이니 하는 외산 업체들이 많이 들어와 있지만 몇 십년전만 하더라도 로케트라는 상표가 건전지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였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는 법. 2015년에 기업청산과 더불어 첫 국산 건전지를 만들어냈던 로케트전기는 역사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로케트가 유독 기억에 남았던 건 아마도 해당 회사에서 사용했던 마스코트때문일 것이다. 귀여운 소년이 R자가 새겨진 핼멧을 쓰고 빙긋 웃고 있는듯한 이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 아직도 많으리라.
그런데 놀랍게도 이 로케트 밧데리의 마스코트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만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바로 이정문 작가의 [로케트보이]다. 이 작품은 1969년부터 연재된 고전 슈퍼히어로물로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 하지만 ‘월간 새소년’의 [설인 알파칸] 5부와 동시에 연재를 시작했던 작품이라 그 당시 물오른 이정문 작가의 필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100년의 기술의 집약된 특수전지로 가동되는 철인, 로케트보이가 나치 제국의 잔당인 켈타 일당과 맞선다는 내용으로 거대 로봇과의 결투 등 다양한 SF적 요소들이 첨가되어 있다. 더욱이 주인공 로케트보이의 디자인은 지금봐도 매우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데, 기존 로케트전기의 마스코트 디자인에 다리가 없이 안테나만으로 하반신이 이루어진 특수한 형태다. 과연 시대를 앞서간 이정문 작가답게 기발함이 넘쳐 흐른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아쉽게도 연재 7화만에 미완의 상태로 연재가 중단되고 뒤를 이어 서정철 작가로 작자가 교체되어 리부트 된다. 그 이유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아마도 너무 많은 연재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다보니 작가가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닌가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서정철 작가는 동양화풍의 사극물을 잘 소화시킨 만화가로 극화풍의 작품에서는 관록있는 작가이기도 한데, 확실히 서정철 버전의 [로케트보이]와 이정문 버전의 [로케트보이]는 사뭇 다르다. 당장 로케트보이의 디자인만 봐도 다리를 과감히 없앴던 이정문 작가와는 달리 서정철 버전은 다리가 생긴 걸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철완 아톰]에 더 가까운 셈이다.
흥미롭게도 서정철 작가는 [로케트보이]의 연재종료 후 타 잡지사로 옮겨 [R 로케트군]이라는 만화를 연재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 로케트보이 관련 만화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정문 작가보다도 서정철 작가를 먼저 떠올리기도 한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구하기도 어렵지만 흥미로운 점들이 굉장히 많다. 지금이야 개인적으로 조금 한가해서 이런 저런 작품들을 찾아내고 발굴하고는 있지만 개인의 여가로 하기에는 너무나도 막중하고 또 버거운 일이기 때문에 문화재 발굴의 버금가는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화석화되어 사라질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쓰다보니 조금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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