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상 가장 많이 등장한 캐릭터인 셜록 홈즈는 최근까지도 다양한 모습으로 리모델링되고 있습니다. 토니 스타크를 셜록화시킨 로다주의 [셜록 홈즈]나 고성능 소시오패스의 성향에 초점을 둔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셜록] 등은 사냥모를 쓰고 파이프 담배를 문 중년의 신사와는 거리가 먼 모습들이죠.
여기에 또 한 명의 배우가 홈즈로 변신을 시도합니다. 바로 간달ㅍ… 아니 미스터 매그니토 이안 맥켈런 경입니다. 이 배우의 연륜에서 느껴지듯이 이안 맥컬린이 연기한 홈즈는 사건 현장을 헤집는 무적의 명탐정이 아니라 조용한 시골로 은퇴한 노년의 홈즈입니다. 원전이 된 소설은 아서 코난 도일의 소설이 아니라 미치 컬린의 [셜록 홈즈의 마지막 날들]이죠.
이 영화에서는 왓슨과 허드슨 부인도 없고, 배경도 베이커가 221B가 아닙니다. 숙적 모리아티나 유일한 혈육인 마이크로포트도 없죠. 그저 90세가 넘어 이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홈즈가 과거를 회상하고 자신이 풀지 못했던 유일한 사건의 진상에 조금씩 다가가는 내용입니다.
홈즈의 일생에 크게 영향을 준 ‘어떤 사건’의 해결이 중요한 플롯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이에 더해 한 소년과 교감을 나누는 노인의 모습이 부각됩니다. 사건의 해결 보다는 한 인간의 삶에 무게 중심을 둔 영화인 셈이지요. 따라서 순수 미스터리 장르로는 그리 뛰어난 작품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나 할까요.
드라마 장르에서 무난한 연출력을 보여준 빌 콘돈의 솜씨답게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전개를 보여줍니다. 진행 과정이 다소 루즈한 감이 있지만 노년의 홈즈를 설득력있게 표현되었으며 사건 위주의 셜록 홈즈 영화가 아닌 캐릭터 위주의 영화로 접근하려는 방식이 나름 신선합니다. 무엇보다 '노인의 멋'을 간직한 이안 맥켈런의 셜록 홈즈를 보는 건 근사한 경험입니다.
P.S:
1.사족이지만 ‘사루만’ 크리스토퍼 리 역시 TV판 영화에서 셜록으로 분한 바 있습니다. 사루만과 간달프 모두 셜록을 연기했군요. 앗, 그러고 보니 스마우그도 홈즈였잖아! 아니? 빌보는 왓슨이었어! (아 뭔가 꼬여버린 [반지의 제왕]의 계보)
2.영화 속 흑백 화면에서 80년대 스필버그 사단의 영화를 즐겨본 관객에겐 엄청나게 반가운 까메오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첨엔 긴가민가스러웠는데, 확신을 갖고 나니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이었달까요. 개인적으로는 역대급 캐스팅입니다. 빌 콘돈 감독에게 이런 센스가 있었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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