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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 [그래비티]가 [인터스텔라]를 만났을 때

페니웨이™ 2015. 10.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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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화성은 영화속에서 대체로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으로 묘사되었습니다. [토탈리콜]의 화성은 인류의 미래 거주지로 반란군과 독재자의 충돌이 그려지는 세계로 묘사되었고, [둠], [레드 플래닛], [미션 투 마스], [화성의 유령들]은 모두 화성을 생명체가 사는 곳이거나 인간이 이주해 살고 있는 곳으로 소개했었죠. 그래서인지 화성이라는 곳은 뭔가 진중한 탐사의 영역이라기 보다는 음모와 서스펜스가 넘치는 상상의 장소로 활용된 것이 사실입니다.

앤디 위어의 장편소설을 영화화 한 [마션]은 이러한 화성의 공상적인 심상을 과감히 버리고 최근 [그래비티], [인터스텔라]에서 시도되고 있는 리얼리즘적인 SF를 지향하는 작품입니다. 말하자면 [그래비티]의 [인터스텔라] 버전이라고 보면 딱 맞습니다. 그렇다고 유행에 편승해 살짝 묻어가는 얄팍한 영화는 아니지만요.

영화는 화성에서 불의의 사고로 혼자 낙오된 한 남자의 분투를 그리고 있습니다. 동료들과 지구의 관계자들은 모두 이 남자가 죽은 줄로 알고 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주인공은 자신의 전공인 식물학적 지식을 총동원해 생존을 위한 텃밭을 가꾸기 시작하지요. 언젠간 구출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아니라 경우의 수와 날짜, 남아있는 식량과 조건들의 환경적인 요소들을 면밀히 분석해 살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입니다. 남자의 생존을 알게 된 지구측에서도 구출을 위한 작전에 돌입하게 되지요. 물론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공교롭게도 [인터스텔라]에서 '닥터 만'으로 출연했던 맷 데이먼이 비슷하게 '또다시' 조난을 당한 입장이다보니 낯선 행성에서 겪는 생존의 상황이 묘한 설득력을 부여합니다. 물론 화성에서의 상황은 굉장히 사실적이고, 놀랍도록 정교합니다. 거장 리들리 스콧 특유의 꼼꼼함과 대범한 스케일이 공존하는 영화죠.

ⓒ Scott Free Productions/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비주얼 쇼크라 불릴 만한 명장면으로 승부하는 영화가 아님에도 화성과 지구를 오가는 거대한 내러티브의 틀 안에서 긴박하게 움직이는 관련자들의 이야기가 굉장히 촘촘하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2시간 20분이 넘는 러닝타임이 후딱 지나갑니다.

맷 데이먼의 원맨쇼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배역이 탄탄합니다. 헐리우드의 핫한 여배우 제시카 채스테인을 비롯해 [판타스틱 포]로 물먹은 케이트 마라가 조연으로, [노예 12년]의 치웨텔 에지오포, 미드 [뉴스룸]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 제프 다니엘스, 얼마전 [앤트맨]에서 개그를 담당했던 마이클 페나, [윈터솔져] 세바스찬 스탠, 여기에 사망전문배우 숀 빈 등 호화캐스팅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세바스찬 스탠이나 마이클 페나 같은 배우들은 조금 낭비라고 생각될 정도로 역할이 크진 않은데,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밸런스가 잘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맷 데이먼의 물오른 연기가 가장 돋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다소 도식화된 헐리우드 공식을 따라가긴 합니다만 영화의 설정상 큰 무리는 없습니다. 이 정도면 웰메이드죠. 혹자는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 그리고 이 작품을 묶어 'NASA 3부작'이라고 부르던데, 취향에 따라서는 쫄깃한 서스펜스와 극사실주의적인 영상이 압권인 [그레비티]나 비장미와 감성적 에세이가 공존하는 [인터스텔라]를 더 선호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세 작품 가운데서는 [마션]이 가장 대중적인 입맛을 따라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유사 리얼리즘 SF의 장르가 서서히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군요.

P.S:
1.내용 자체는 꽤나 진지하고 절박하기까지 한 상황인데, 적시적소에 유머가 배치되어 있어요. 특히 F word와 관련된 유머들은 욕설을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도 빵터지며 웃었네요. 극히 개인적으로는 숀 빈의 등장씬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는데, 단지 "저 양반, 여기서 또 죽으려고 나왔나?"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알고보니 '엘론드 개그'를 위한 노림 캐스팅입니다. ㅎㅎㅎ  

2.OST는 필구하기 바랍니다. 1980년대 기막힌 히트송들의 향연입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이후 이렇게 신명나는 OST는 처음입니다. 아아~ 그 때가 좋았지 ㅠㅠ

3.리들리 스콧옹은 이제 80을 바라보는 나이입니다. 그런데 연출 속도는 영화 한편에 1년이 채 안걸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죠. ㄷㄷㄷ 차기작 [프로메테우스 2]가 너무 기대됩니다.

4.이 영화를 보고나니 새삼 오늘날의 SF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얼마나 많은 것을 빚지고 있는가를 느끼게 되더군요. 걸작이란 그런 겁니다.

5.그러고보니 악당이 없는 영화입니다. 제프 다니엘스 역할이 전형적인 관료주의적 캐릭터이긴 한데, 딱히 악역이라고 볼 순 없죠.

6.지난 포스팅 이후 글이 꽤 뜸했었죠. 그만큼 [판타스틱 4]가 남긴 내상이 심했습니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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