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스타워즈]의 덕후들을 위한 쇼케이스 행사가 강남의 옥타곤 클럽에서 열렸습니다. 사실 저는 덕후가 아니었지만 쌍제이 감독을 비롯, 주연진 3인방이 온다는 소식에 마지 못해 참석을... 쿨럭.
여튼 각설하고, 늦은 시간 부랴부랴 행사장으로 향하니 줄을 섭니다. 솔직히 말해 이런 내한행사치고 진행이 원할한 경우를 볼 수 없어 늘 불만인데, 아니나 다를까 어제의 이 행사도 주최측과 경호측의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많이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더군요. 일례로 원래는 행사에 초대된 사람+일행이 함께 입장하는 것으로 사전 고지되었는데, 안전요원들은 그저 군대식으로 줄세우기에 급급해 일행임에도 각각 다른 시간에 도착했다면 줄을 따로 서라는 몰상식한 지시를 하지 않나.... (아놔~ 나도 바쁜 사람이라구. 시간쪼개서 와달라고 해서 왔단 말이다! 초대의 의미를 알기나 하는거냐? 구걸해서 온 게 아니라니까)
내부적으로도 뭔가 잘 안굴러간다는 걸 알았는지 결국엔 일행과 함께 입장하라며 줄을 다시 세우는 짓을 하고도 원래 입장시간은 6시를 훌쩍 넘겨 추운 겨울 바깥에서 덜덜 떨면서 아무 이유없이 마냥 기다리라는 공지로 허송 세월을 보내게 하더군요.
불평은 이쯤하고, 일단 입장이 시작되어 저는 파워블로거로 (솔직히 이런 호칭 부끄럽지 말입니다) 따로 마련된 좌석을 배정받아 (스탠딩 파티라 좌석이라고는 못하는..) 스테이지와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행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 점은 주최측에 감사를...)
김태진의 사회로 시작한 이번 행사는 매우 한정된(이라 쓰고 밀폐된으로 읽는다) 장소에 제법 많은 사람을 모아놓은 탓에 상당히 정신없는 분위기였는데, 먼저 게스트로 DJ 찰스와 유재환이 출연해 분위기를 띄우려고 한껏 노력을 했습니다만 이미 여러 시간 추위에 떤데다 하필 저녁 식사시간과 겹쳤는데 간단한 핑거푸드조차 마련하지 않은 행사인 만큼 참관객들의 반응이 썩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특히 DJ 찰스는 클럽에서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라면서 난감해 하더군요. (근데 그게 관객탓은 아니지)
퀴즈문제풀이, 노래 등 이런 저런 쓰잘데기 없는 코너로 약 1시간 가량을 잡아먹고 난 후에야 이 날의 주인공인 존 보예가, 데이지 리들리, 아담 드라이버 그리고 J.J 에이브람스 감독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쯤되니 객석에서 환호성이 쏟아집니다.
일단 존 보예가와 데이지 리들리는 표정이 매우 밝고 준비를 많이 했는지 한국팬들에 대한 립서비스가 좋더군요. 행사 중간에는 쌍제이 감독의 제안으로 [라이언킹]의 한 소절을 패러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잠시 동영상으로 확인하실까요?
카일로 렌 역의 아담 드라이버는 [인사이드 르윈]에서 봤을때 꽤 코믹한 이미지라 유머스러한 사람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넷 중에서는 가장 점잖고 말수가 적은 편이더군요. 다크사이드의 역할이라 그런지.. ㅎㅎ
J.J. 에이브람스 역시 딱 필요한 말만 하고 최대한 예의를 갖추며 한국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 노력한 듯 합니다. 자신의 스타워즈는 과거 [Ep.4: 새로운 희망]이 그랬듯 이야기의 중간 지점에 놓였지만 굳이 전편을 다 복습하지 않아도 될만큼 새로운 영화가 될 것이라더군요. 과연 그럴지는... (휴우...)
특히 데이지 리들리는 실제로 보니 상당한 미인입니다. 보기완 달리 키도 늘씬하고... 키이라 나이틀리와 나탈리 포트만을 절묘하게 섞은 듯한 얼굴에 시종일관 환하게 웃는 얼굴이어서 참 보기가 좋았네요 ^^
하지만 역시나 진행하는 수준은 기대에 훨씬 못미쳤는데 가뜩이나 바쁘게 돌아가는 행사인데도 불구하고 참석자에게 한국의 인상에 대해 묻는, 그야말로 너무 전형적이고 별 쓰잘대기 없는 질문으로 (아니 1초면 화면 휙휙 바뀌는 UCC 하나 보여주고 어떤 장면이 인상깊었냐고 묻는건 대체...) 시간을 다 까먹더니만 정작 중요한 참여자들이 준비한 질문은 달랑 3개만 하고 끝내더군요. 허...
그리고 이 날의 하일라이트. 가뜩이나 시간에 쫒기는 듯한 마당에 갑자기 EXO가 등장, 콜라보레이션 뮤비 [라이트세이버]에 참여한 수호, 세훈, 찬열이 참석했는데, 일부 객석에선 야유가, 또 한편으로는 서로 사진을 찍겠다며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일부 여성분들 때문에 매우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습니다. 허허허... (아니나 다를까 행사 직후 각 포털에선 스타워즈 보다 EXO 키워드 기사가 훨씬 더 많이 뜨네요)
형식적인 선물 교환과 셀카촬영(?), 그리고 간단한 경품추첨 뒤에 행사를 끝냈습니다. 약 2시간을 했는데, 알맹이는 없고 팬들의 잔치 혹은 파티라는 개념보단 그냥 끼워 맞추기식 홍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행사였습니다. 한국의 [스타워즈] 팬들이 적긴 하지만 그래도 모처럼 몇년만에 찾아온 [스타워즈]인데, 정말 팬들을 위한 파티처럼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가시질 않네요. 역시나 한국의 마니아 시장은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한가지 위안이라면 참석자들에게 '두 유 노우 강남스타일?'이라고 하지 않은게 다행이랄까... 어찌되었건 이제 1주일 남았습니다! 끝으로 스톰 트루퍼스와 한 컷~
P.S:
1.제 동행 중 한분은 일반석에서 스탠딩 관람을 했는데, 앞에 떼거지로 자리잡은 제다이 복장의 팬클럽 회원들 덕분에 스테이지를 거의 볼 수 없었다는 군요. 게다가 옆에는 기둥;;;; 이럴거면 뭐하러 초대를 한건지... 그냥 같은 장소, 같은 공간에서 쌍제이와 숨쉬고 있었음을 영광으로 알라는 뜻?
2.EXO 마케팅은 현재 EXO팬과 스타워즈팬 양쪽에서 융단폭격을 맞는 중인가 봅니다. 당장 이번 영화의 주인공인 존 보예가부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으니... http://star.mt.co.kr/view/stview.php?no=2015121008563925253&type=1&outlin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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