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모처럼 와이프와 함께 대학로 나들이를 했습니다. 연극 제목은 [연애의 목적]이었는데, 처음에는 19금 연극아닌가? 싶었습니다. 다음의 영화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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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12세 관람가더군요. 동명의 영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죠. 나름 평점도 좋고 올 상반기에는 예매율 1위까지 갔던 연극인데다 대학로의 스테디셀러인 [옥탑방 고양이]의 박은혜 작가가 참여한 작품이라 기대가 컸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갓 오픈한 이대로의 칵테일 바가 연극의 주 무대. 이 곳에는 알바생인 천국이와 이대로의 사촌 여동생인 수애가 일을 하고 있지요. 어느날 후배인 최지성이 놀러옵니다. 알고보니 지성과 수애는 대로 몰래 연애를 하다가 헤어진 사이. 수애가 직장다니던 시절, 지성은 백수였고 이로 인한 갈등이 증폭되어 결국 남남이 된 것이지요. 이제는 잘나가는 연예부 기자가 된 지성이지만 그 때의 충격으로 지금은 모든 여자의 '장점'만을 찾아내 사랑해주는 바람둥이가 되었고, 수애는 실연의 아픔 때문에 잘나가던 직장도 그만두고 사촌오빠의 가게일을 돕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 알바생 천국이도 고민을 갖고 있습니다. 술에 취해 얼떨결에 연인이 된 여친 순순이 때문입니다. 외모도 별로고 성격도 별로인데다 남친만 바라보는 순순이의 집착 때문에 어쩔 줄을 몰라 하지요. 여기에 개그우먼에서 여배우로 전향하려는 고세리와 그녀의 팬을 자처하는 이대로가 가세하면서 이야기는 한층 복잡한 양상을 띕니다.
출연진이 5명이나 되어서 규모가 작은 연극치고는 제법 캐릭터가 풍성한 연극입니다. 특이 이런 소규모 연극의 매력은 멀티맨의 개인기가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데, 이 연극에서는 이대로와 순순이, 그리고 고세리가 출연하는 영화의 감독까지 1인 3역을 맡은 배우의 멀티맨 연기가 깨알같은 웃음을 선사합니다. 액자식 구성으로 주인공 커플인 지성과 수애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연출 방식도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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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일단 주연 여배우의 존재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캐릭터 자체가 그리 매력적이지 않아요. 역할을 맡은 배우의 연기력이나 미모 문제가 아닙니다. 그냥 하는 역할이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조연인 고세리의 캐릭터가 더 튀는 편입니다. 여러 대학로 연극을 봐 왔지만 이렇게 여주인공의 존재감이 없는 건 처음이지 싶네요.
[연애의 목적]이라는 제목도 조금은 내용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이 연극은 남과 여가 만나 서로 사랑을 하고, 어떤 일을 계기로 혹은 서서히 남남이 되어가는 사연에 대해 공감하며, 더 나아가 치유의 과정을 지켜보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정작 연애의 목적이 무엇이라는 것에 대한 답은 제시하지 않습니다. 등장인물 모두가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이성을 만나지는 않기 때문이죠. 그에 비하면 영화판 [연애의 목적]은 그 목적이 너무 직설적으로 표현된 걸까요?
전반적으로는 감동적인 장면도 있고 빵터지는 장면도 있고 가히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에 가까운 연극이라 할 수 있습니다.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연인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작품임엔 분명합니다. 아마도 제가 후한 점수를 주지 못하는 건 이미 2030 세대가 경험할 법한 연애 시기를 넘긴 품절남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P.S: 연극 중간에 소등을 하고 키스타임을 줍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 지는 가보시면 압니다. (엣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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