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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스타워즈 홀리데이 스페셜 (RC3) - 은하계 최대의 미스터리

페니웨이™ 2014. 3. 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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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웨이™ (admin@pennyway.net)


 

필자가 존경해 마지 않는 영화 컬럼니스트 김정대씨는 이 영화에 대해 다음의 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은하계 최대의 미스터리이자 불가사의". 그렇다. 절대 나올 일이 없을 거라던 [스타워즈] 클래식의 씨퀄인 에피소드 7,8,9의 제작 결정이 이루어진 이 시점에도 [스타워즈: 홀리데이 스페셜]의 존재는 대단히 이질적이면서 흥미롭다. 아마도 누군가는 호기심을 못 이겨 이 작품을 봤다가 포스의 어두운 면에 사로잡혔거나, 혹은 [스타워즈]에 대한 소중한 추억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애써 귀를 막고 눈을 가리며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스타워즈 Ep.4: 새로운 희망]의 폭발적인 흥행은 조지 루카스 본인 조차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무명이나 다름없던 주연 배우들에게도 [스타워즈]의 대성공은 곧 출세길의 보장을 의미했다. 당연히 이들은 축배를 들고 싶었다. 마침 배급사인 20세기 폭스에서는 계열사인 CBS를 통해 [스타워즈]의 주역들을 총출동시킨 "명절 특집극"을 기획하게 되는데 이는 당시까지만해도 통상적인 TV 스페셜의 기획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대상이 [스타워즈]라는 걸 빼면 말이다.

폭스사의 이 계획에 대해 마크 해밀, 캐리 피셔, 해리슨 포드 (사실 포드는 처음에 다소 망설였으나 이내 설득에 쉽게 넘어갔다고 한다) 3인방은 물론이고 피터 메이휴나 데이빗 프라우스, 제임스 얼 존스가 출연을 승락했고, 조지 루카스 본인도 이 계획을 승인했다. 심지어 루카스는 [홀리데이 스페셜]의 원안 구성에도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 Lucas Film LTD./ CBS. All Rights Reserved.

△ 제임스 얼 존스의 이름이 -내레이션으로 나마- 크래딧에 나온 건 [스타워즈: 홀리데이 스페셜]이 최초다. 그는 원래 다스 베이더의 목소리를 맡았으나 [스타워즈]에는 이름이 실리지 않았다. 그의 이름은 [스타워즈 Ep.6: 제다이의 귀환]에서야 '공식적'으로 실리게 된다.

 

 

이 야심찬 프로젝트의 감독은 캐나다에서 [슬립스트림]이라는 저예산 영화를 만든 바 있는 데이빗 아콤바가 내정되었다. 루머에 따르면 아콤바는 스페셜 게스트로 당시 '리처드 프라이어쇼'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로빈 윌리엄스를 추천했지만 제작진은 이를 거절했다. [스타워즈] 주역들의 바쁜 스케줄 때문에 좀처럼 촬영일자를 잡지 못하자 아콤바는 우선적으로 비트리스 아더와 제퍼슨 스타쉽이 등장하는 뮤지컬 장면을 먼저 찍게 되었다. 그러나 촬영이 개시되고 며칠후 아콤바는 돌연 감독직에서 자진 하차하게 되는데, 이는 [홀리데이 스페셜]의 참혹한 완성도를 짐작케 하는 불안함의 서막이기도 했다. 아콤바의 후임으로는 뮤지컬 TV쇼에서 재능을 드러낸 바 있는 스티브 바인더로 교체되었다.

ⓒ Entertainment Film. All Rights Reserved.

△ 잠깐 잡설을 하자면 위의 영화 [슬립스트림]은 데이빗 아콤바의 작품이 '아니다'. 하지만 루크 스카이워커, 아니 마크 해밀이 1989년에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에 출연했다는 우연치곤 얄궂은 사실이다. 게다가 이 영화의 제작자는 [스타워즈]를 제작했던 게리 쿠르츠로 이 작품이 실패해 파산했다. 영화 [트론]의 스티븐 리스버거 감독이 만든 이 작품은 은근 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데, 오스카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F. 머레이 에이브러햄과 벤 킹슬리, 그리고 [트위스터]의 빌 팩스턴이 출연한다.

 

 

[스타워즈: 홀리데이 스페셜]의 내용은 이렇다. 츄바카의 고향별인 카쉬크 행성에는 우키족의 명절인 "생명의 날 Life Day"이 다가오고 있다. 츄바카는 가족과 함께 (츄바카가 품절남이라니!!) 이 명절을 보내고 싶지만 밀레니엄 팰콘 호가 제국군을 추격을 받으면서 어려움에 처한다. 츄바카와의 연락이 두절되자 가족들은 불안에 떨며 어쩔줄을 모른다. 레아 공주와 루크에게 연락을 해 보지만 그저 안심하라고만 할 뿐이다. 무역상인 선댄이 츄바카의 가족을 찾아와 위로를 건네는 것도 잠시, 반란군을 색출하려는 제국군이 들이 닥친다.

문제는 이 즈음에 발생한다. 선댄이 츄바카의 아버지에게 건넨 '공상 제조기 mind evaporator’에서는 다이앤 캐롤이 나와 므흣한 대사로 추파를 던지며 안방극장용 특집 프로에서 '19금적인 분위기'를 뿜어낸다. 집안을 수색하던 제국군 병사는 영상물을 재생하는 기계를 통해 제퍼슨 스타쉽의 공연을 넋이 놓고 보기도 하며, 츄바카의 아들은 알 수 없는 장치를 통해 애니메이션을 관람하는데, 이 애니메이션은 위기에 빠진 한 솔로와 츄바카, 그리고 루크가 현상금 사냥꾼 보바 펫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모험을 다룬 것으로 영화와는 전혀 별개의 이야기다. 이쯤되면 [홀리데이 스페셜]의 스토리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 Lucas Film LTD./ CBS. All Rights Reserved.

 

얼핏보면 생명의 날에 집으로 돌아오려는 츄바카의 이야기가 되야 하지만 정작 러닝타임의 대부분은 츄바카를 기다리는 그의 가족들과 제국군의 병사들이 가수들의 공연이나 보며 시간을 떼우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츄바카의 아내가 '반타 서프라이즈'라는 요리를 만드는 TV 프로그램을 보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관객들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거지?' 하며 손에 쥔 리모컨을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과 싸워야 할 것이다.

게다가 "우워~"나 "캬하~"와 같은 괴성을 지르는 츄바카 패밀리의 대화 장면은 실로 가관이다.  애초에 각본을 쓴 브루스 빌란치는 [홀리데이 스페셜]의 초안을 놓고 조지 루카스와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루카스가 본 작품의 포커스를 츄바카의 가족에게 맞추려고 했기 때문이다. 빌란치는 우키 언어로 이루어진 대사 분량이 작품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반대를 표했으나 루카스의 입장은 완고했으니 어찌보면 [홀리데이 스페셜]의 형편없는 완성도에는 조지 루카스의 책임도 일정부분 있는 셈이다.

ⓒ Lucas Film LTD./ CBS. All Rights Reserved.

△ 츄바카의 가족들. 놀랍게도 이들이 입고있는 의상은 전설적인 특수효과 감독 스탠 윈스턴이 제작한 것이다!

 

 

1978년 11월 17일에 방영된 [스타워즈: 홀리데이 스페셜]은 [스타워즈]의 팬 전체를 멘붕상태로 몰고 간 초유의 작품이 되고 말았다. TV 특집극 하나에 감독이 교체되어 작품의 컨셉을 잡는데 실패했고, 성공에 도취한 배우들은 자신들의 높아진 위상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였는지는 몰라도 믿기 어려울만큼 저렴한 연기를 선보인다. 그렇기에 결과물을 확인한 조지 루카스는 [홀리데이 스페셜]의 모든 마스터 필름을 사들여 봉인했고, 이후 '공식적인' 루트로 본 작품의 존재는 영원히 사라져버린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어둠의 포스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방송분을 녹화한 이른바 B짜 테잎 몇 개가 살아남아 암암리에 시스족 처럼 전승되어 갔고, [스타워즈]의 모든 권리에 대한 제왕적 영향력을 행사했던 루카스도 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호주의 한 행사에서 "내게 충분한 시간과 망치가 있다면, [스타워즈: 홀리데이 스페셜]의 모든 해적판을 추적해 박살내고 싶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재앙에 가까운 완성도이긴 하지만 [홀리데이 스페셜]이 지닌 몇가지 역사적 의의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먼저 이 작품은 [스타워즈] 최초의 스핀오프이자, 속편이다. 물론 공식적인 속편은 에피소드 5인 [제국의 역습]이지만 본 작품은 [스타워즈]의 방대한 세계관을 이용해 얼마든지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본 작품에 삽입된 짧은 애니메이션 파트는 [홀리데이 스페셜]의 유일한 장점이다. 이 작품에서 처름으로 현상금 보바 펫이 등장하며, 루카스는 [제국의 역습]을 통해 보바 펫을 오피셜 캐릭터로 만들었다. 이 애니메이션을 만든 넬바나 스튜디오는 훗날 [스타워즈]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드로이드]와 [이워크]를 제작하게 된다.

ⓒ Lucas Film LTD./ CBS. All Rights Reserved.

 

인터넷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스타워즈 : 홀리데이 스페셜]의 존재가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유투브를 비롯한 다양한 루트를 통해 손쉽게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필자는 인터넷에 본 작품이 올라오기 몇년 전에 이베이를 통해 해적판 DVD를 직구한 뒤 혼절상태에 빠진 적이 있는데, 세월이 흘러 몇번을 재감상하다보니 이제는 미운정과 고운정이 함께 들어간 작품이 되었다. 이에 바쁜 나날이지만 이 작품에 자막을 입힌 콜렉터스 에디션을 만들어보고자 전 세계 최초로 한글 자막이 들어간 DVD를 제작하기로 했으니, 이제 그 실체를 공개해 보겠다.

 

현재까지도 판매중인 몇몇 해적판들은 각각 조금씩 다른 커버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은 1978년 당시 신문광고에 실렸던 조악한 흑백 포스터를 컬러판으로 리메이크한 (그래서 더 엉성해진) 커버를 사용하고 있다.

 

원래 그 커버를 그대로 사용할까 하다가 그래도 명색이 콜렉터스 에디션인데, 좀 더 [스타워즈]의 명성에 걸맞은(?) 품위를 살리고자 커버를 만들어 보았다. 원래대로라면 DVD 사이즈에 맞게 제작해야 하지만 현재 소장중인 블루레이 세트와 구색을 맞추기 위해 블루레이 크기로 제작했다.

 

메뉴 화면은 기존 해적판의 메뉴를 살리기로 했다. 나름 쓸만한 화면 구성이다.

 

솔직히 자막 작업을 하는게 좀 귀찮은 일인가. 검색해보니 어느 블로거가 본 작품의 자막을 만든 뒤 상영회까지 가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협조를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이라 결국 손수 자막 제작에 착수했다. 대략 자막 작업까지는 한달 여의 시간이 소요. 원래 뮤지컬 시퀀스 부분은 원어 그대로 남기려 했으나 내친 김에 가사까지도 번역하는 미친 짓을 감행했다.

ⓒ Lucas Film LTD./ CBS. All Rights Reserved.

 

자막의 폰트는 가독성과 심미성을 저울질 한 끝에 추억의 '태-영화체'에 가장 근접한 폰트를 선택했다.

 

여기에 아쉬운대로 영어 자막도 첨부했다.

 

화질과 음질 따위를 논하는 것은 [홀리데이 스페셜]에 대한 모독일 수도 있겠다. 사실 루카스의 '오더66' 발동으로 대학살 속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판본 중에 그나마 나은 VHS소스를 살린지라 나름 테잎이 씹힌 장면없이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판이다. 본 타이틀에 사용된 소스는 중간중간 나오는 CF를 삭제, 편집한 것이어서 끊김없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나름 풍성한 스페셜 피쳐가 준비되어 있다. 먼저 1977년에 Kenner Toy에서 발매한 [스타워즈] 관련 피규어 광고 영상이 보너스 피쳐로 삽입되어 있다. 당시 아이들이 이 장난감을 가지고 얼마나 행복해 했을지를 생각해 보면 풀HD 리마스터링 소스로 된 [스타워즈] 블루레이 박스셋을 선물받았을때의 그 감동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또 하나의 부가영상은 1980년 [스타워즈]의 출연진들이 출연한 '머펫 쇼'의 풀버전이다. 출연진은 마크 해밀과 츄바카, C3PO와 R2-D2다. 어떤 면에서는 [홀리데이 스페셜]보다도 관람자를 더 멘붕상태로 몰고갈만한 영상물.

 

이제 [스타워즈]의 판권은 조지 루카스의 손을 떠났다. 에피소드 7,8,9의 제작 뉴스와 더불어 또 하나의 '새로운 희망'은 과연 다시 발매될 [스타워즈] 박스셋에서 [스타워즈: 홀리데이 스페셜]이 포함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간 조지 루카스가 필사적으로 [홀리데이 스페셜]의 존재를 말살하려는 시도를 생각해 보면 온전한 마스터 필름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그렇더라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 이미 유투브에는 어느 용자가 작업한 1080p급 HD 리마스터링이 된 3분짜리 인트로 영상이 올라와 있으니 언젠가는 '포스의 균형'을 맞춰 줄 그 날이 실제로 올지도 모를 일이다. 언제나 포스가 함께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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