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인류의 문화생활에 있어 영화와 만화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만화를 원작으로 영화가 탄생하기도 하고, 영화를 기반으로 만화가 그려지기도 한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부터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유형까지 두 매체는 비슷하기도 하지만 다른 점도 많다.
여러 경우가 있겠지만 이번 시간에는 [스타워즈 Ep.7: 깨어난 포스]의 개봉을 앞두고 [스타워즈]의 만화 세계에 대해 잠시 들여다보도록 하겠다.
최초의 [스타워즈] 만화는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Ep4: 새로운 희망]이 개봉되던 1977년에 마블 코믹스를 통해 출간되었다. 원래 찰스 리핀코트(루카스필름의 출판부서 담당자)는 1975년에 스탠 리를 만나 이 문제를 의논했다가 퇴짜를 맞은 적이 있지만 편집장인 로이 토마스와의 두번째 만남에서 끈질긴 설득 끝에 출판 허가를 얻었다. 이 계약을 계기로 마블은 1977년부터 1987년까지 독점권을 가지고 [스타워즈] 코믹스를 발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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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코믹스 1권의 표지와 내용
1991년 부터는 다크호스 코믹스에서 판권을 취득해 2014년까지 장기간 [스타워즈] 만화에 대한 권리를 행사했지만 올해인 2015년 마블과 손잡은 루카스필름이 다시금 판권을 회수하면서 현재는 마블코믹스로 판권이 돌아간 상태다.
이들 [스타워즈]의 본고장 미국에서 판매된 공식 [스타워즈] 코믹스 외에 만화에 관해서는 일가견이 있는 일본에서도 관련 코믹스가 출시된 적이 있다. [스타워즈 Ep.1: 보이지 않는 위험]을 앞두고 일종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행된 이 작품은 [수성기 길스테인]의 작가 타마키 히사오가 일러스트를 담당한 [새로운 희망]부터 쿠도 토시키의 [제국의 역습], 히로모토 신이치의 [제다이의 귀환], 아사미야 키아의 [보이지 않는 위험]까지 총 4부작으로 출간되었고 [클론의 습격]과 [시스의 복수]편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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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미국이나 일본에서-특히 일본에서는 DVD 출시당시 오프닝 자막에 일본어 버전이 별도로 수록될 정도로 [스타워즈]의 인지도가 높다-의 만화판 [스타워즈]가 출간된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닌데, 그 외의 나라들이라면 조금 의외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우선 한국....을 논하기에 앞서 중국에서도 [스타워즈] 만화가 나왔다는 사실을 아는가?
1980년대만 하더라도 폐쇄적인 공산국가였던 중국에서는 일반인들이 [스타워즈]를 관람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비단 [스타워즈] 뿐만이 아니라 상당수 서양영화들이 상영 제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인이 위안을 삼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리옌환후아(连环画)' 즉 중국의 전통회화형식으로 연속적인 이야기를 실은 일종의 중국식 그래픽노블이었다.
중국판 [스타워즈] 만화 [星球大战]의 표지
1980년에 출간된 [星球大战]을 보면 굉장히 인상적이다. 일단 작화 수준만큼은 매우 퀄리티가 우수한 편인데, 간혹 웃음을 참지 못할 정도로 뜬금없는 장면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가령 루크가 오비완에게 아버지의 죽음에 관해 묻자, 오비완이 다스베이더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얘길 들려주는데, 그 회상 장면에서 다스베이더는 왠 슈퍼히어로의 쫄쫄이 의상 같은걸 입고 있으며, 그 뒤에는 트리케라톱스가 앉아있다.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은 다스베이더가 제국군 병사들을 모아놓고 무언가를 명령하는 장면인데, 놀랍게도 그 병사들의 모습은 스톰 트루퍼스가 아니라 보바 펫이다. 다시 말해 먼 훗날 [클론의 습격]에서 클론 트루퍼의 양산에 원형이 된 장고 펫과의 관계가 연상되는 매우 특이한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렇게 중국에서도 [스타워즈] 만화가 출시된 마당에 한국이라고 가만 있지는 않았을게 아닌가. 워낙 이 방면의 흑역사가 쉽게 사라지기도 하고 관계자들이 쉬쉬하기 때문에 들추기가 쉽지는 않은데, 어쨌거나 필자가 알고 있는 정보에 의하면 아마도 국내 최초의 [스타워즈] 만화는 민우문고에서 발간된 [스타워스] 일 것이다. (스타워'즈'가 아니다!)
ⓒ 민우사. All Rights Reserved.
장길수 각색, 김태경 그림으로 되어 있는 이 만화는 1978년에 발간된 작품으로서 의외로 훌륭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추측컨데 당시의 만화계 관행이 그러했듯, 마블사의 코믹스 원본을 모사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하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직접 확인을 해보진 않은 관계로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은 보류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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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980년대에 들어 [제국의 역습]과 [제다이의 귀환]은 굴지의 만화가 박동파 화백에 의해 완성되었다. 뭐 이 시기는 소년 만화지의 성장과 함께 단기 연재방식으로 많은 작가들이 영화를 원작으로 한 만화를 쏟아내기 시작했기에 다른 작품들 또한 수없이 코믹컬라이즈 되었다. [제국의 역습]은 <소년중앙>에, [제다이의 귀환](만화판 제목은 [돌아온 제디])은 <보물섬>에 연재되었지만 내가 아는 한 단행본으로는 출간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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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것으로 끝인가? 아니다. 또 있다. 1988년 킹코믹스 레이블로 출간된 정재홍 작가의 [혹성전쟁] 역시 [스타워즈 Ep.4: 새로운 희망]을 느슨하게 표절한 작품이다. 주인공 루크는 김철로, 레이아는 아리아로, C3PO와 R2D2는 그냥 로보트1과 로보트2로 (-_-;;), 오비완은 카멜로, 다스 베이더는 킹로페르로 각각 개명당했다.
ⓒ 동방서관. All Rights Reserved.
이게 마지막이냐고? 천만에. 이 외에도 또 있다. 내용은 [스타워즈]와 다르지만, 이재진 작가의 [전자인간 337과 투명인간]에서는 메인 악당인 솔카가 바로 다스 베이더와 판박이다 -_-;;;; 요 녀석은 추후에 별도의 작품으로 따로 리뷰할 생각이니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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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아프니 이제 흑역사를 잠시 벗어나 보자. '조삼모사' 짤방으로 유명한 고병규 작가의 단편집 [파이팅 브라더]에는 [스타워즈] 패러디 만화가 있는데, 이게 은근 배꼽잡는다. 가령 자신을 찾아 온 루크에게 훈련비 명목으로 '유령의 집' 입장료를 챙긴 요다는 다스 베이더 인형으로 루크를 깜짝 놀래키는데, 이게 무슨 훈련이냐며 항의하는 루크에게 '넌 두려움이란 걸 깨달은 거다'라며 얼버무리자 루크가 환불을 독촉한다. 이내 요다는 포스의 영으로 사라지고 만다. -_-;;; 이 작품은 ebook으로도 저렴하게 출시되어 있으니 괜찮으면 구입해 보는 것도 좋다. ([에이리언]이나 [터미네이터 2]의 패러디도 배꼽을 잡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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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타워즈 Ep.7: 깨어난 포스]의 개봉에 맞춰서 다음에서는 홍작가의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그 이전의 이야기] 웹툰을 연재중이다. 이 작품은 클래식 3부작만을 웹툰으로 옮긴 것으로 벌써 [제다이의 귀환]의 초반부까지 진행이 된 상태다. 그림의 퀄리티도 우수할 뿐더러 원작의 줄거리를 비교적 충실하게 옮겼기 때문에 [스타워즈]를 복습하기 원하는 사람이라면 꽤 괜찮은 선택일 것이다. 게다가 무료다.
ⓒ 다음/ Lucas Film LTD. All Rights Reserved.
바로가기: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starwars
지금까지 [스타워즈] 만화판에 대한 여러가지 흥미로운 역사를 살펴보았다. 분명히 말하자면 솔직히 박동파 화백의 작품이나 그 밖의 몇몇 코믹컬라이즈 작품들은 정식 판권만 있었더라면 지금 봐도 전혀 손색없는 훌륭한 번안물이었기에 그대로 묻히기엔 아까운 면도 있다. 사실 이게 국내 만화사의 위상을 깍아먹는 굉장히 안타까운 부분임과 동시에 누군가에겐 잊지못할 추억이라 큰 딜레마이기도 하다.
아마 이제는 그럴일이 없겠지만 지금이라도 후세에게 떳떳하게 보여줄 수 있는, 실력있는 만화가들의 능력을 당당히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풍토가 조성되어야 하겠다. 이번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그 이전의 이야기] 웹툰이 반가운 건 그 때문이다. 부디 단행본까지 나와 주길...
P.S: 색다른 [스타워즈] 만화책을 읽고 싶다면 제프리 브라운이 지은 [스타워즈: 다스 베이더와 아들], [스타워즈: 베이더의 꼬마 공주님]이라는 두 권짜리 책을 눈여겨보길 바란다. 귀욤귀욤 열매를 가득 머금은 사랑스런 만화다. 국내 정발까지 되어있지만 출판사의 호불호가 갈리므로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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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 베이더의 꼬마 공주님 - 제프리 브라운 글.그림, 임태현 옮김/시공사(만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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