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열전(續篇列傳) No.26
1985년의 여름 극장가는 꽤나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정상을 달리고 있던 근육질의 액션스타 실베스타 스텔론의 [람보 2]와 [록키 4]가 대대적인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대형 프랜차이즈 액션물은 뜻밖의 복병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로버트 저맥키스의 [백 투 더 퓨쳐]에게 흥행 1위를 빼앗기게 된 것이지요. (참고로 국내에선 아직 직배개념이 없던 시절이라 1987년에 개봉)
[로맨싱 스톤]으로 이미 ‘무서운 신인’의 등장을 알린 저맥키스의 [백 투 더 퓨쳐]는 당시 흥행불패의 아이콘이었던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으로 포장되기도 했었는데요, 어찌되었든 시간여행이라는 소재에 매순간 마다 재치와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작품으로 1980년대의 기념비적인 SF 어드벤쳐 영화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더군다나 마지막 엔딩에서 To be continued..와 함께 속편을 노골적으로 암시하는 장면은 팬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만들었지요.
ⓒ Universal Pictures, Amblin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하지만 의외로 속편은 좀처럼 그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낚시질에 걸리기도 했었은데요, 일례로 대한극장에서 개봉한 [엑설런트 어드벤쳐]는 무명이었던 키아누 리브스나 스티븐 헤렉 감독의 이름만으로는 승부를 걸 수 없었다고 생각했는지, ‘87 [백 투 더 퓨쳐]에 이어지는 89 [백 투 더 파스트]’라는 광고문구로 사람들은 현혹시켜서 제법 흥행에 성공했던 케이스입니다.
이렇게 속편이 늦어지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사실 [백 투 더 퓨쳐] 1편의 To be continued..는 원래 북미 개봉 당시의 극장판에서는 없었던 자막입니다. 이는 1편의 기획 당시 속편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었던 것은 아니며 단순한 ‘장난’ 비슷한 것으로 제작진들이 비디오 출시본에 삽입하면서부터 알려지게 되었지요. 더군다나 저맥키스 감독이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한 탓에 속편까지는 무려 5년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덕분에 [백 투 더 퓨쳐 2]도 상당부분 차질을 빚게 되었는데요, 원래 [Back To The Future : Paradox]로 계획된 본 작품은 한 편으로 구상된 시나리오를 두 부분으로 쪼개면서 2,3편을 동시에 촬영하는 것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에 더해 몇몇 골치 아픈 일들이 발생했는데, 5년이나 훌쩍 지난 덕분에 마이클 J. 폭스는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것을 까먹어 처음부터 다시 교습을 해야 할 판이었습니다. 또한 마티의 여친인 제니퍼 역의 클라우디아 웰즈는 어머니의 간병 때문에 연기자 생활을 사실상 은퇴한 상태여서 부득이 엘리자베스 슈로 배우를 교체해야만 했습니다. 이 때문에 1편에서 마지막 5분여의 장면을 재촬영해 2편의 인트로에 삽입하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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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1편에서 조지 맥플라이 역으로 환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크리스핀 글로버의 불참이었습니다. 사실 [백 투 더 퓨쳐] 이후 별다른 히트작을 내지 못한 그로서는 자신의 가치를 가장 잘 인정받을만한 속편에서 출연료를 너무 과다하게 요구하는 바람에 협상이 결렬되고 맙니다. 결국 제작진은 조지 맥플라이가 극중에서 사망하는 것으로 처리하고, 제프리 와이즈맨이 원거리샷과 분장 등을 통해 조지 맥플라이를 연기하도록 맡겼지요.
이에 격분한 크리스핀 글로버는 자신과 비슷한 배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초상권을 내세워 제작자인 스필버그에게 고소크리를 먹입니다. 이 어처구니 없는 소송은 영화배우조합이 이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해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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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래에서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었던 [백 투 더 퓨쳐 2]에 대해 정작 감독인 로버트 저맥키스는 그리 달가워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 미래를 예측하는 영화는 대부분 그 예측이 틀리기 때문이라고 밝힌바 있지요. 실제로 [백 투 더 퓨쳐 2]에서는 미래씬을 그리 오래 다루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다시 60년대로 돌아가는 패러렐 월드식 스토리가 타임 패러독스 보다 더 비중있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원래 2편에서의 시나리오 중 하나는 악당 비프가 주요 분기점인 1955년이 아니라 1960년대로 돌아가 자신에게 스포츠 연감을 전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막으려는 마티가 1960년대에 히피 부모를 다시 만나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죠. 이것만 보더라도 [백 투 더 퓨쳐 2]의 줄거리가 온전히 미래세계만을 다루진 않을 것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각본은 1편과 너무 유사하다는 판단하에 폐기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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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흥행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지만 엄밀히 말해 [백 투 더 퓨쳐 2]의 재미는 깨알 같은 잔재미를 무수히 깔아놓은 1편의 임팩트에 비하자면 많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미래세계를 그린 몇몇 상상력들은 기발하지만 기대만큼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고, 한 편으로 기획된 작품을 두 편으로 늘리는 바람에 중간에 끼인 어중간한 작품이 되어버렸죠. 무엇보다 1인 3역을 해낸 마이클 J. 폭스의 비중이 너무 압도적으로 늘어난 탓에 캐릭터의 고른 분배를 보인 1편의 아기자기함에도 못미치고 말았습니다.
물론 아이디어로 승부를 건 시리즈의 특성상 흥미로운 점들도 눈에 띕니다. 입체 광고 영상으로 마티를 압박하던 [죠스 19]의 감독이 스티븐 스필버그의 아들 맥스 스필버그라는 점이나 2015년의 레트로샵의 창문 너머로 로저 래빗의 인형이 보이는 것, [블레이드 러너]의 스피너와 [라스트 스타파이터]에 나왔던 스타카 등의 미래 자동차가 등장하는 것 등등 여러가지 잔재미들이 가득 담겨 있기도 합니다. 80년대 카페에서는 마이클 J. 폭스가 출연했던 [패밀리 타이즈]와 크리스토퍼 로이드가 출연한 [택시] 등의 TV 시리즈물도 발견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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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백 투 더 퓨쳐 2]이지만 그래도 이 시리즈는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80년대를 빛낸 클래식 3부작의 반열로 팬들의 기억속에 남아 있습니다.
P.S
1.이 영화에는 의외의 얼굴들이 많이 발견됩니다. [반지의 제왕]의 일라이자 우드의 아역 데뷔작이기도 하고 [드래곤]의 제이슨 스콧 리, [타이타닉]의 빌리 제인 같은 배우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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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이 영화가 개봉된 1989년은 아시다시피 흥행열기가 최고로 고조되었던 한 해였습니다. [배트맨],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 [리쎌웨폰 2], [애들이 줄었어요], [마이키 이야기], [어비스] 등... 생각만해도 오금이 저려오는 해였군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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