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타니가와 나가루의 라이트노블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카도카와 쇼텐의 신인공모전인 스니커 대상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한 이래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는 한숨, 무료, 소실, 폭주, 동요, 음모 등 지금까지 10권에 달하는 소설과 애니메이션, 코믹스 형태의 다양한 미디어믹스 사업으로 확장되며 인기를 끌어왔다.
여느 학원 코믹물과는 달리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는 SF와 판타지, 여기에 미스테리라는 복합 장르적인 특징을 지닌 작품으로서 지구, 아니 우주의 존망이 걸려있는 황당하면서도 스펙터클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각 시리즈는 대단히 유기적인 이야기 결합의 형태를 띄고 있는데, 따라서 이 작품에 대해 문외한인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나마 전체적인 개론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다.
ⓒ Kadokawa Pictures/Kadokawa Shoten Publishing Co./The Klock Worx Company, All Right Reserved.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내레이션을 맡고 있는 쿈은 평범한 고교생이다. 그의 반에는 얼굴도 예쁘장하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신경도 뛰어난 스즈미야 하루히라는 여학생이 있는데, 그 매력적인 외모와는 달리 괴팍한 성격 때문에 친구도 없이 혼자 놀다시피하는 외톨이다. 어느 무료한 날 그냥 말한번 잘못 붙였다가 하루히와 엮이게 된 쿈은 그녀의 온갖 장난질에 놀아나는 희생양이 되고 만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방과 후 서클인 'SOS단'. 바로 이 SOS단의 멤버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축이 되는데, 그 구성원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인물 소개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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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은 하루히가 일상에 따분함을 느낀 나머지 그 짜증을 본격적으로 표출해 지구가 멸망하는 사태를 막으려는 SOS단의 눈물겨운 활약상을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찌보면 황당하기 이를데 없는 컨셉이지만 작품 자체는 현실과의 괴리감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등장인물들의 매력과 개성은 다른 유사 학원물이나 할렘물에 비해 월등한 편이며, 작화나 각색, 더빙 퀄리티도 보기드문 완성도를 구축해 매니악한 성향의 작품치고는 상당한 인기를 모았다.
애니메이션판은 총 1,2기로 나뉘어져 있지만 2기에 대해서는 조금 모호한 부분이 있는데, 온전하게 독립된 기수별 에피소드라기 보다는 기존 방영분인 1기에 추가적인 에피소드를 편입시켜 재방영시키는 형태로서, 말하자면 1기 애니메이션이 보다 완전한 모습을 갖추도록 만들어 주는 '완전판'에 가깝다고 하겠다. 특히 똑같은 내용의 에피소드가 8회에 걸쳐 무한반복되는 'Endless Eight'의 존재는 여러모로 논란의 소지가 있으나 이제 소개할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2기에서 추가된 첫번째 에피소드인 '조릿대잎 랩소디'편 만큼은 반드시 감상해야 한다.
극장판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원작의 여러 시리즈 중에서 중에서 4권인 '소실편'에 해당된다. (TV판 애니메이션은 방영당시 기출간된 라이트노블의 6권 중 여기저기에서 스토리를 뽑아 사용했기에 특정 편수를 선택했다고 보기에는 약간의 무리가 따른다) 송곳으로 콕 찍으면 지구가 반으로 쪼개질 것 같이 추운 겨울, 크리스마스를 얼마 앞둔 시점에 쿈은 조금 지친듯한 느낌을 받는다. 외계인도 아니고, 초능력자도 아니고, 미래에서 온것도 아닌 평범한 자신이 왜 이런 골치아픈 문제에 휘말려 하루히의 뒤치닥거리나 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게 된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에 도착한 쿈은 반의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유독 많아진 감기환자, 그리고 결석한 하루히... 평상시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지만 현실에 존재해서는 안될 '그녀'가 쿈의 눈앞에 나타나면서 작품은 갑자기 미스테리 스릴러로 변모하게 된다. 고이즈미가 있는 반은 통째로 사라졌고, 아사히나 선배와 나가토는 쿈을 알지 못하며, 무엇보다 스즈미야 하루히를 기억하는 이도, 그녀의 흔적도 찾을 수가 없다. 세상이 바뀐 것이다.
ⓒ Kadokawa Pictures/Kadokawa Shoten Publishing Co./The Klock Worx Company, All Right Reserved.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에서 제시하는 미스테리의 구조는 크게 세가지다. 첫 번째, 지금 쿈이 와 있는 세계는 패러랠 월드인가, 아니면 시간조작으로 인해 바뀌어 버린 세계인가. 두 번째, 스즈미야 하루히는 어디에 있는가. 세 번째, 이 사건을 일으킨 범인은 누구인가. 러닝타임 2시간 40분은 일반 극장용 애니메이션치고는 다소 부담스런 분량이지만 놀랍게도 본 작품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주인공 쿈이 놓인 상황은 그만큼 절박하며 실낱같은 단서를 쫓아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위트있으면서 스릴넘치도록 잘 짜여져 있다.
물론 본 작품이 매니아적 취향을 타지 않는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원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TV판의 에피소드를 충분히 감상하지 못한 상태라면 긴 러닝타임과 복잡한 플롯, 그리고 전작에 대한 오마주는 아무 의미없는 지루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2시간 40분에 촘촘히 배치된 복선과 반전의 요소들은 버릴 것 하나 없이 완벽하나, 반대로 이를 하나라도 이해하지 못하거나 놓친 관객이라면 퍼즐식 구성의 전체적인 얼게를 파악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도 단점아닌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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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원작의 팬들에게 있어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은 그야말로 완벽한 작품이요, 감격적인 팬서비스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탄탄한 구성력도 돋보이지만 다른 학교의 교복을 입고 긴 생머리를 휘날리는 -이는 명백히 TV판 첫 번째 에피소드의 오마주다- 하루히의 신선한 모습이나 무뚝뚝한 캐릭터에서 갑작스레 모에화되어 미칠듯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나가토의 모습에 격한 콧김을 내뿜지 않을 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간만에 필자를 불타오르게 만든 작품이었음을 이 자리에서 솔직하게 고백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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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TV 애니메이션의 작화 퀄리티도 훌륭했지만 이번 극장판의 퀄리티는 정말 만족스럽다. 최근 CGI 애니메이션이 대세이긴 하나,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같은 작품을 보면 셀화풍의 애니메이션 역시 고유의 독자적인 매력이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CG의 사용과 실제 인물들이 2D화된 듯한 정교한 모션의 사실적인 연출 방식은 완벽에 가깝다. 셀 애니메이션이지만 예전같은 수작업이 아닌 디지털 작업의 산물이므로 샤프니스나 선명도 역시 또렷하고 명료하다. 블루레이의 화질은 본 작품의 우수한 작화를 표현함에 있어 부족함이 없다. 1.85:1 아나몰픽 스크린의 1080P급 HD 영상은 풍부한 디테일과 애니메이션 특유의 색감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DVD보다는 블루레이의 구매를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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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VD 캡쳐
ⓒ Kadokawa Pictures/Kadokawa Shoten Publishing Co./The Klock Worx Company, All Right Reserved.
▼ 블루레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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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VD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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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레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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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VD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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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레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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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작품들에 비해 BGM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반면, 효과음과 사운드 배치를 효과적으로 사용한 것이 두드러지는 본 작품의 특성상 분리도와 사운드의 해상력은 평균치 이상의 만족도를 보여준다. '그녀'의 등장씬에서 공포감을 배가시키는 발소리의 효과음이 주는 사운드 효과를 직접 체험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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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은 별도의 서플먼트 DVD 디스크를 제공하는데 모든 부가영상에는 한글 자막 지원이 지원된다. ⓒ Kadokawa Pictures/Kadokawa Shoten Publishing Co./The Klock Worx Company, All Right Reserved.
● 로케이션 헌팅 영상 "코난병원 편" (09:53)
병원장면의 로케이션 장소인 코난병원을 스탭들이 답사하는 모습이 담긴 메이킹 필름. 당시에 신종플루가 대유행이어서 모두가 마스크를 쓴 채 작업에 임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쿈이 입원했던 병실, 눈오는 밤에 쿈과 나가토가 대화를 나누는 옥상 등 애니메이션 속 장면과 실제 장소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으며, 단순한 시설에 대한 탐사뿐만이 아니라, 병원과 관련된 세부적인 사항들을 꼼꼼히 수집하는 스탭들의 프로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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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M 레코딩 풍경 (15:53)
호주의 빅터 스튜디오에서 작품에 사용된 음악을 녹음하는 모습을 담은 부가영상. 피아니스트인 혼다 세이지의 연주 장면에 더해 타케모토 야스히로 감독, 그리고 음악감독인 코우사키 사토루, 프로듀서 이토 아츠시 등 스탭들의 인터뷰와 메인 테마곡의 템포를 조율하는 회의 장면. 에미넨스 교향악단의 연주 등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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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인사1 (63:45)
2010년 2월 6일 신주쿠 바루토9 극장과 같은 날 시네마선샤인 이케부쿠로에서의 무대인사 동영상. 타나구치 역의 성우인 시라이시 미노루와 쿠니키다 역의 마츠모토 메구미(이 역할을 여자 성우가 했다는 건 첨 알았다 -_-)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출연자와 스탭들이 대거 등장해 관객의 환호성을 받는다. 개인적으로는 스즈미야 하루히 역의 히라노 아야를 실제 모습을 이 영상을 통해 처음 보게 되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미모가 출중하다. ⓒ Kadokawa Pictures/Kadokawa Shoten Publishing Co./The Klock Worx Company, All Right Reserved.
각 성우들의 재치있는 코멘트를 듣다보면 애니메이션에서 듣던 목소리와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 드는데, 어떤면에서는 성우야 말로 진정한 연기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쿈 역의 스기타 토모카즈는 이번 소실편에 대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존재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치부되는 인간 사이에서 결과적으로는 뭐든지 가능한 쪽이 의외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하찮다고 생각되는 인간이 확실히 무언가를 잡는다는 대비가 멋졌다'며 소감을 밝힌다. 작품 설명에 대한 스탭들의 설명 외에도 성우들의 배꼽잡는 농담이 관객들을 유쾌하게 만든다.
● 무대인사2 (16:40)
2010년 2월 20일 교토시네마에서의 무대인사 동영상. 시라이시 미노루가 역시 사회를 맡았으며, 작화감독인 이케다 쇼코와 총작화감독 니시야 후토시, 프로듀서 이토 아츠시가 참석해 QnA 시간을 갖는다. 성우들이 참석한 무대인사만큼의 유쾌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작품 전반의 해설과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 보다 자세히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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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컷팅, 더빙 비디오 편집작업 풍경 (29:19)
완성된 필름을 만들기 위한 편집과정의 총괄적인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메이킹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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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곡 "상냥한 망각" PV, 메이킹 영상 (25:58)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의 타이틀곡인 '상냥한 망각'의 프로모션 비디오의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물. 나가토 유키의 성우인 치하라 미노리가 직접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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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보, 극장 예고, TV 스팟, 상품 CM 모음 (07:27)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은 원작 가운데서도 시리즈의 정수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 최상의 스토리를 보여준 작품으로서 시간이동이란 소재가 주는 흥미에 더해 통상적인 서사적 구성을 벗어나 독특한 재미를 안기는 애니메이션이다. 촌철살인의 유머도 일품이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의 베이스가 되는 미스터리적인 요소 또한 극장판으로서의 차별화된 특성을 띈다. 고베 애니메이션 시상식에서 지브리의 [마루 밑 아리에티]를 제치고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는 점은 이 작품이 가진 남다른 완성도를 증명하는 것이라 하겠다.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의 팬이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겠고, 기존 작품들에서 그다지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분들이라 할지라도 일단은 볼 것을 권유하고 싶을 만큼 잘 만든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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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 한정판 (2disc) - 이시하라 타츠야 외 감독, 스기타 토모카즈 외 목소리/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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