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 사이버 펑크 문화에 애니메이션을 접목시킨 걸작 [공각기동대]의 컬쳐 쇼크에도 불구하고 오시이 마모루 감독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사실 그의 대중적 친근함은 [기동경찰 패트레이버]에서 이미 끝나 버렸다. 속편인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2]는 훨씬 냉철한 우화로 탈바꿈했고, [공각기동대]의 철학적 담론은 그 빼어난 작품의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흥행참패의 결과로 이어졌다. 비록 일본 애니메이션계에서 손꼽힐만한 테크니션이자 작가주의 감독이지만 오시이 마모루는 대중적인 성향에서 늘 한발짝 물러선 입장을 고수했다.
괴작 [아바론]과 [시식가 열전]같은 실사물들을 제외하고라도 9년만에 내놓은 [공각기동대]의 속편 [이노센스]를 보면 오시이 마모루의 작품관이 얼마나 미학적이면서도 불편하고, 또 한편으로는 골치아픈 것인지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뭐 그 맛에 오시이 마모루의 작품을 보는 것도 있겠지만. 확실히 그는 대중적이 아닌 매니아적인 감독임에 틀림없다.
© MORI HIROSHI/SKY CRAWLERS Committee. All Right Reserved.
[스카이 크롤러]는 [이노센스]의 재앙급 실패 이후 간만에 내놓은 오시이 마모루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좋게든, 나쁘게든) 화제를 모았다. 모리 히로시의 원작 시리즈 중 1권만을 영상으로 옮긴 [스카이 크롤러]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쟁을 치루는 미래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킬드레라 불리는 늙지 않는 소년, 소녀들과 그들의 탄생 배경에 대한 미스테리, 그리고 전쟁의 상혼을 담은 작품이다. 원작부터가 난해한데다 원작의 일부만을 극화한터라 [스카이 크롤러]의 내용과 분위기는 안봐도 오시이 마모루다.
정적이면서도 고요하고 천천히 움직이는 작품의 전개와 선문답스런 등장인물들의 대사, 그리고 빼어나리만큼 미학적인 비주얼, 카와이 켄지의 몽환적 음악과 매 작품마다 빠지지 않는 바셋 하운드의 등장은 모두가 이 작품이 오시이 마모루 월드의 일부임을 가리키고 있다. 전쟁의 말초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타락한 사회-이는 마치 원형 경기장에서 글레디에이터의 살육을 즐겼던 고대 로마를 연상케한다-, 상업적 이득을 위해서라면 전쟁에 투자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기업, 여기에 목적도 이유도 없이 일종의 플레이어로 전쟁에 참여해 무기력한 삶을 이어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현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은유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듯 하다.
© MORI HIROSHI/SKY CRAWLERS Committee. All Right Reserved.
다만 남녀간의 로맨스를 건조하게나마 녹여내 기존의 오시이 월드 보다 약간은 부드러워진 감이 있으며 존재론적 사유와 무게감은 여전하지만 그 끝에서 희망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작품들과는 조금은 다른 느낌을 준다. 관객과의 지적유희를 즐기듯 느긋하게 풀어내가는 이야기와 대조적으로 박진감 넘치고 스피디하게 연출한 일련의 공중전 시퀀스는 [지옥의 외인부대 (원제: 에어리어 88)]의 명감독 토리우미 히사유키 애제자 다운 면모를 풍긴다.
아직 대중적 친화력을 회복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수줍은 듯 손을 내미는 소녀의 프로포즈처럼 관객에게 은근히 다가서려는 오시이 마모루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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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감독의 작품은
2010.11.03 09:19보면서 졸아버리냐 아니냐로 매니아인지 아닌지 판별할 수 있게 해주는...ㅋㅋ
그럴지도.. 저도 [공각기동대]를 첨 봤을땐 정말 지루하다고 느꼈었죠. 바야흐로 인터넷 시대에 들어와서야 이거 대단한 작품이구나 싶었던..
2010.11.03 09:32 신고이노센스를 보면서 똑같은게 반복되니 졸았나 아닌가 헷갈리더군요
2010.11.03 12:06 신고(의도한건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오시이 감독의 팬이다보니(전 이노센스 재미있게 봤습니다. ;;;;) 이번 작품은 몹시 맘에 들더군요. 특히 라스트가 꽤 인상적이었고, 엔딩 곡도 무척이나 작품의 결말과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는
2010.11.03 10:02참 정적이면서도 차분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어요. 저도 좋아합니다^^
2010.11.03 11:07 신고이 감독, 저는 날이 갈 수록 싫어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느낌? 돈 내고 보러 오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생각도 안 하는 듯 하고... 말이 좋아 철학적이지 이노센스의 경우 보는 내내 부아가 치밀더군요.
2010.11.03 11:19 신고갈수록 자아도취적인 성향이 드러나긴 합니다만 그래도 초기 오시이 마모루의 작품을 다루는 솜씨를 생각하면 마냥 무시할 순 없지요. 특히 저는 [패트레이버 1,2]에서 보여준 그의 탁월한 안목을 높히 평가합니다. [이노센스]는 정말.. 좀 할말이 없게 만들긴 했지만요.
2010.11.03 16:16 신고본지 꽤 되서 엔딩이 가물가무 하네요.
2010.11.03 18:55오시이 마모루 감독 영화는 실망을 하다가도 그래도 기대를 하고 보게되는 영화입니다.
아무래도 비쥬얼적인면이 뛰어나서일까요?
이거 볼 때 신카이 마코토의 <구름 저편, 약속의 장소>를 비슷 한 시기에 봤는데...
뭔가 비슷한 냄새가 나기도 하고 뭔가 센티멘탈해지는 느낌도 들더군요.
그나저나... 붉은안경 일부분을 구해서 봤는데...
헐... 이걸 실험 정신이라 봐야 할지... ^^
[붉은안경]... 언젠가 괴작열전에 올릴까 고민한 작품이죠. 이거하고 [케르베로스],[인랑]이 3부작인데 음... 어쩔까나..
2010.11.04 09:26 신고몇년전 피프에서 본 애니메이션이었죠. 그 당시에도 꽤 신선하게 보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엔딩에 있었어서는 좀 아쉽더군요....
2010.11.03 23:11엔딩은 나름 여운이 있어서 좋았어요. 어차피 원작 자체가 완결구조는 아닌지라..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로 진행되는 작품도 애니화했음 좋겠더군요.
2010.11.04 09:27 신고저도 피프 때 봤던 작품인데요.... 뭔가 모르게 스토리가 이해가 안가기도 하지만..
2010.11.04 11:08어른이 되지 못하는 그들의...
아무튼... 안타까운 이야기들 속에서... 재미있게 봤던 작품입니다.
성장하지 않는 아이들의 이야기.. 이 설정만으로도 참 많은걸 내포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2010.11.05 09:36 신고아발론을 극장에서 볼 때는 꽤 몰입해서 봤는데, 나중에 비디오로 다시 볼 때에는 졸았습니다.
2010.11.04 14:25매니아에서 일반 관객으로 강등된 걸까요? ;;;
[아바론]은 저도 몇번 졸았어요 ㅠㅠ
2010.11.05 09:37 신고2년전에 프린트에 자막까지 찍힌 버전으로 봤었죠.
2010.11.04 17:34오시이다운 작품이면서도 마지막에 미묘한 변화가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2년전이라...개봉하자마자 보셨겠군요. 저는 영화제를 챙겨다니는 편이 아닌지라..
2010.11.05 09:38 신고저는 오시이 마모루의 작품을 좋아하긴 하는데 작품이 가지는 메시지는 별 관심이 없는 불량(?)팬입니다^^;;;
2010.11.09 15:21그의 작품이 철학적인 메시지를 많이 품고 있긴 하지만 그런거 신경 안쓰고 단지 화면이 보여주는 어딘가 정적이고 음울한 분위기와 등장하는 기계적이면서도 어딘가 생물적인 느낌의 메카 디자인, 짧지만 강렬하고, 과장된 듯 하면서도 사실적인 느낌의 전투신등을 즐기면서 봐도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괴작 취급을 받는 아발론이나 인랑역시 그런 의미에서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다만 이런 제 의견은 "천사의 알"이나 "붉은 안경"등 그의 작품중 그야말로 난해한 것으로 취급되는 작품을 보지않은 탓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스카이 크롤러는 사실 불법적인 루트로 본거라(^^;;;) 극장 개봉소식 듣고 제대로 한번 봐야지 했는데 서울에서 그것도 딱 2곳 개봉이더군요. 지방 사는 저 같은 사람은 어쩌라고T.T
교차상영이리도 좋으니 그냥 전국개봉해주면 안되나 싶은데 그리 크게 흥행할 만한 작품은 아니니 뭐....
DVD나오면 구입해서 다시 한번 제대로 볼 생각입니다.
작품 자체는 딱 그의 작품 스타일이고 앞서 말한 제가 좋아하는 요소가 가득한 영화더군요. 특히 항공 액션연출은 에어리어88과 유키카제에 이어 최고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저는 오시이 마모루의 최고작을 [패트레이버] 1,2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딩때 첨 이 작품을 접했을땐 엄청 재미없다고 느꼈는데 나이들어서 보니까 이건 뭐.. ㄷㄷㄷ
2010.11.09 21:44 신고개봉한다는 거 알고 봐야지 했는데
2010.11.11 13:18 신고정작 개봉 했다는 건 모르고 지나가 버렸네요. -_-;;;
아무리 '내용과 분위기는 안봐도 오시이 마모루'인 작품이라도
그래도 오시이 마모루니까, 그리고 카와이 켄지 때문에 봐야겠는데...
DVD 나오려나요. 쩝. 유료 다운로드라도 찾아봐야 되나...
이런 경우는 DVD출시를 위한 포석인 경우가 많습니다
2010.11.11 22:52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