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ㅍ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 참혹한 2시간의 충격영상

페니웨이™ 2007. 7. 31. 23:32
반응형

 










* 읽기전에 :이 리뷰는 어떠한 종교적인 입장을 떠나 영화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하여 리뷰하였음을 밝힙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 요한복음 3:16 -


2004년 상반기의 최대 화제작 하면 단연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라는 영화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실로 오랫만에 나온 종교영화로써 예수의 생애를 다룬 영화라는 점외에도 감독이 멜 깁슨이란것,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의 잔혹한 묘사가 화제가 된 작품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이미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주로 화제의 중심에 섰던 것은 역시 영화의 잔혹성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끔찍하길래?' 라는 의구심이 절로 들 정도로 메스컴에서도 주로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소개를 한 바 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외국에선 이 영화의 충격적인 영상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 영화에 감동받아 자수한 살인범 등등 많은 화제를 낳았었는데 실제 국내에 개봉된 이후에 각 영화 사이트의 감상평을 읽어보면 대체로 '생각보단 잔인하지 않더라..'에 좀 더 무게가 실려있었다. 그럼 과연 실상은 어떨까?

일단 먼저 영화의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실제 4복음서에 기록된 내용에서 가감된 사실이 그리 많지는 않다는 것이다. 물론 감독의 의도에 따라 삭제 내지는 왜곡된 부분이 없지는 않겠지만 (이 작품은 영화이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결국 어느정도 픽션의 성향을 띌 수 밖엔 없다) 그래도 성서의 기록에 비교적 충실하게 제작되었다는 것에 먼저 점수를 줄 수 있다.

ⓒ 2004 ICON Distribution INC. All Rights Reserved.


그럼 다음으로 이 영화의 잔혹성에 대해 말해보도록 하자.. 그 전에 먼저 알아 둬야 할것이 이 영화의 주제는 '그리스도의 생애'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분명 그리스도의 "수난"이다. (국내 개봉명을 [그리스도의 수난]이 아닌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로 설정한 기획사의 웃기지도 않는 센스에 실소를 금치 못한다. '그리스도의 패션쇼'도 아니고 이 무슨 아스트랄한 작명센스냐)  따라서 영화는 예수의 지상생애 중 돌아가시기 12시간 전의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가룟 유다의 배반과 예수의 체포, 재판, 고문, 그리고 사형집행...  어떤 사람은 이 영화를 보고 영화의 절반은 매질과 구타로 이루어져있다고 말했는데, 결론적으로 맞는 말이다.

성서에서 기록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정은 첫째, 유대법정인 산헤드린에서 제사장들에게 빰맞고 침뱉음 당하고 하는 과정과 둘째,로마총독 빌라도에 명에 의해 로마군인들에게 매질당하는 과정, 셋째 형주를 지고 골고다 언덕으로 올라가 못박히시는 과정 이렇게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 2004 ICON Distribution INC. All Rights Reserved.


그렇다면 예수의 수난을 가장 부각시킨 부분은 어느부분일까? 답은 뻔하다. 형주에 못박히시는 부분은 영화의 크라이막스에 보여줄것이고 그렇다면 매질당하는 과정을 영화의 본론에서 보여줘야 할것인데, 이 영화가 생각보다 잔인하지 않다는 분들께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그 일련의 체벌과정은 정말 고개를 돌리고 싶을 정도로 참혹하다.


ⓒ 2004 ICON Distribution INC. All Rights Reserved.

화제가 되었던 잔혹성은 생각 이상이다.  문자그대로 피와 살이 튀는 끔찍한 장면이 연출된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표현된 채찍질장면은 감독의 상상일까? 그건 아니다. 역사기록에 따르면 당시 로마형법에 쇠구슬과 양뼈조각등을 박은 채찍을 사용한 형벌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예수께서 당하셨던 그 끔찍한 형벌이 사실적인 고증에 입각해 있다고 말할 수는 있으나 문제는 그 묘사가 너무 과장된 것은 아닌가 하는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봐도 그 정도의 매질로 인한 찰과상과 외상, 출혈에도 과연 사람이 안죽고 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지나치게 잔인하게 묘사를 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건 감독이 오버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예수께서 겪으신 숭고한 희생에 조금이나마 불경스런 의미를 띄자는 얘긴 절대로 아니다) 이처럼 멜 깁슨이 선호하는 '극사실주의적' 표현 방법은 차기작 [아포칼립토]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데 이같은 사실적 고어(Gore)장면은 사람에 따라서 무척이나 불쾌한 경험이 될 것이다.

그 외의 것들에 대해 자세한 언급은 피하겠지만 영화자체가 잔혹성의 과잉이 있다는 것은 분명히 하고 싶다. 다만 요즘 영화들의 잔인한 수위가 지나쳐서 거기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겐 약간 더 잔인한 영화정도로 보이는 것일 뿐일런지는 몰라도 영화자체는 분명 끔찍하다.

이 영화가 대단한 흥행돌풍으로 종교영화로서는 유래없는 대히트작이 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볼 때,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12시간에 폭력과 유혈이라는 자극적 소재를 가미해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건 왜일까?  영화속에 간간히 등장하는 예수의 훌륭하신 가르침보다 예수께서 당하신 상상을 초월하는 잔혹함이 이 영화의 화두가 된다는 것에 왠지 쓴 웃음이 지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 2004 ICON Distribution INC.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이 영화는 대단히 진보적인 관점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조명하고 있다. 기존의 종교 영화들이 상투적인 접근방식으로 예수의 생애를 묘사했던 것에 비해 이 작품은 좀 더 독특한 시각에서 영화를 견지한다. 이를테면 마리아를 성모가 아닌 예수의 인간 어머니로서 묘사한다는 점, (이것은 멜 깁슨 감독 자신이 독실한 가톨릭 신자라는 사실에 비추어 무척 놀랄 만한 일이다) 또한 악마의 존재를 우락부락한 남자가 아닌 중성적인 느낌의 여배우를 캐스팅하여, 실제 인간을 유혹하는 악마의 모습을 좀 더 현실적으로 그렸다는 점, 영어가 아닌 아람어를 사용한다는 점, 그리고 어떤 책에서 지적했듯 그동안 비폭력적이고 온화하기만 했던 이미지의 예수 그리스도가 이 영화의 마지막 부활장면에서 마치 [터미네이터]의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연상하듯 강한 전사의 이미지로서 일어서는 장면은 그동안 무수히 만들어졌던 영화들의 틀을 과감히 깨는 시도임에 틀림없다. (물론 마틴 스콜세지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은 예외로 치자)

따라서 호러영화를 방불케하는 이 영화의 잔혹성과 몇몇 옥의 티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이 영화의 추천여부를 묻는다면 필자는 추천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비교적 성서의 고증에 충실한 이야기의 전개와 짐 카비젤의 눈부신 연기, 그리고 연출자로서 만족한 멜 깁슨의 절제력 (아마 그가 예수역으로 나오겠다고 했다면 이 영화가 어떻게 되었을까?),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라는 인류의 구원자(메시아)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하게 해주는 몇 안되는 영화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단, 절대 아이들과의 동반시청은 권하고 싶지 않다.


P.S: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2007년 10월 1일 IMDB가 실시중인 '가장 폭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영화' 온라인 투표에서 이날 오후 1시 15분을 기준으로 총 2만931명의 투표자 중 11.4%(2386)의 지지를 얻어 2위인 [호스텔](9.0%)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ICON Distribution INC.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