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관한 잡담

강우석 감독의 [이끼] GV 시사회 현장 스케치

페니웨이™ 2010. 7. 1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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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13일. 강우석 감독의 [이끼] 시사회가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렸다. [인셉션], [솔트] 등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맞대결을 펼칠 한국영화로서 인기 웹툰을 소재로 한 [이끼]의 완성도에 대해 궁금해 하실 분도 많겠지만 이는 추후 올라갈 정식 리뷰에서 다루기로 하자. 오늘은 이날 시사회장에서 있었던 GV(관객과의 대화) 현장 스케치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겠다.

언제봐도 사람이 붐비는 메가박스 코엑스점의 모습. [이끼]의 개봉에 맞춰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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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메가박스 코엑스 점을 와보지 않았는데, 그동안 서태지관이 BE MINI M관으로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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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의 러닝타임은 약 2시간 40분. 3시 10분에 시작해 어느덧 6시가 가까운 시점에 영화가 끝나자 GV 타임이 시작되었다. 영화 홍보담당자의 소개와 함께 강우석 감독과 [이끼]에서 이장 역을 맡은 배우 정재영이 함께 입장해 좌석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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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의 무시무시한 포스와는 달리 수더분한 인상에 연신 미소를 잃지 않는 정재영과 자신은 웃지 않으면서 능수능란한 유머와 재치로 관객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강우석 감독이 여러 가지 궁금점에 대해 대답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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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첫 질문은 정재영이 배역을 위해 머리를 삭발했다는데, 현재 머리는 가발이냐는 것. 정재영은 자신이 받은 첫 번째 질문에 '가발이 아니라 진짜 내 머리카락'이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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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한동안 질문은 강우석 감독에게 집중됐다. 모든 질문을 소개하지는 않겠지만 다음은 모든 분들이 궁금해 할 만한 몇가지 질문들과 대략적인 대답이다.


질문 - 이장 역에 굳이 정재영을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인가?

강우석 - 사실 이 부분에 있어 고민을 많이 했고, 나보다는 정재영이 더 마음고생이 많았다. 정재영의 캐스팅 발표 후에 인터넷에 달린 답글들을 보니 정말 심란하더라.  변희봉 선배나 최주봉 선배 같이 실제 이름을 거명하며 왜 하필 정재영이냐, 연기력 좋은건 알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며 많이들 불만을 토로했다. 사실 이 시점에서 정재영에게 이미 돈(계약금)을 준 상태였는데 (좌중 웃음).... -중략- 물론 나이든 배우가 이장 역을 맡았다면 싱크로는 높을지 몰라도, 회상씬에서의 이장을 소화하기는 무리였을 거다.

이건 분장으로도 도저히 답이 안나온다. 만약 나이든 배우를 캐스팅 했더라면 회상씬에서는 닮은 배우를 더블 캐스팅해야할 판이었는데, 과연 그랬다면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었겠는가? 나는 젊은 시절과 노인역을 모두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가 정재영 밖에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재영도 사실 역할을 맡긴 맡았는데 자신이 과연 할 수 있을지 흔쾌히 받아들이는 상황이 아니었다. -중략- 만약 사전 분장을 해보고 안되면 캐스팅을 바꿀 생각도 했다. 정재영에게는 잘 얘기해서 스님 역할이던가.. (좌중 웃음) 그렇게 다른 작품을 하자고 할 생각이었고, 일단 머리부터 밀게 했다. 그런데 실제 분장을 해놓고 보니,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젠 됐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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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영화와 원작을 비교해 보면 오히려 영화적인 연출이 들어간 원작의 몇몇 씬들이 많이 삭제된 듯하다. 이유가 무엇인가?

강우석 - 영화를 보면서 원작의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원작을 살리면서도 원작에는 없는 새로운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원작에서 덕천이 할머니의 환영과 만나는 장면 같은건 사실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사실감적인 측면에서 갑자기 영화가 '전설의 고향'으로 흐르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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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무엇인가?

강우석 - 애착을 가지고 힘들게 찍었던 장면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덕천이 류해국과 박검사를 찾아와 다음이 내 차례냐면서 죽기 싫다고 절규하는 씬이다. 이 장면의 대본을 유해진에게 주고 이틀 후에 찍겠다고 했더니 도저히 못하겠단다. 그래서 얼마면 되겠냐니까 2주일을 달라고 했다. 그 이후로 행방불명되었다. -_- 그동안 유해진이 제주도로 훌쩍 떠났는데.. 아, '혼자' 간거다. '혼자'! (좌중 웃음바다)... 혼자 가서 리허설을 하고 돌아와 촬영에 임했다. 그런데, 처음 컷에서 오케이가 나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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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회상씬에서 이장 일행과 해국의 아버지가 나오는 장면이다. (이 부분은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생략) [이끼]는 물론 내 연출색깔이 들어가 있지만 그 어떤 작품보다도 배우보는 맛이 있는 영화라고 자부한다.


[이끼] 관객과의 대화 동영상


이 밖에도 재미있는 문답이 이어졌으며, GV 이후에는 간단한 정재영이 낸 퀴즈와 함께 '이끼' 코믹스를 증정하는 경품시간을 가졌다. 약 3시간이 넘는 긴 GV 시사회였지만 관객과의 소통에 있어서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된다. 강우석 감독은 모 영화지의 인터뷰에서 500만 관객은 자신있다고 말한바 있다. [이끼]가 가진 장르영화로서의 매력은 분명 무시할 수 없다. 과연 원작과의 괴리감과 2시간 40분에 달하는 긴 호흡. 그리고 무엇보다 호불호가 갈리는 정재영의 캐스팅 논란을 딛고 강우석 감독의 복귀가 성공을 거둘것인지 지켜보도록 하자.


* 본 포스트의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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