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좋은데 가난한 내 인생, 자가용이 없어 마땅히 여친님을 야외로 뫼시기가 민망하다. 놀이공원을 가자니 북적대기만 하고, 극장을 가자니 비용대비 만족도가 떨어지는 영화들만 가득하니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이럴땐 튼튼한 두 다리를 가진 여친님이 그나마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좋은 데이트 코스가 있으니까.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하차해 1번 출구로 나와 진진 후 안국동 사거리를 지나 동십자각에서 우측 삼청동 길을 따라 쭉 걸어가면 좌측에 한국식도 아니고 일본식도 아니고 하여간 뭔 생각으로 디자인을 했는지 모를 민속박물관의 거대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 소개할 곳은 민속박물관 내부가 아닌 바로 옆의 야외 전시장 '추억의 거리'다.
이곳은 1960,70년대의 거리를 재현해 놓은 일종의 야외 세트장으로서 부모님 세대가 자라온 시절의 모습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장소다.
이발관의 모습. 요즘은 블루클럽 같은 프랜차이즈부터 시작해 미용실로 대체되어가는 추세이지만 아직도 동네마다 간혹 보이는 이발관은 왠지 낯설지가 않다.
부동산의 전신인 복덕방. 이때부터 땅장사 하신 분들,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전파사. LCD,PDP,3D LED TV까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 오늘날 과거의 로터리식 TV를 볼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을 듯.
만화방. 이제는 초레어 아이템이 되어 버린 추억의 한국만화들. 김종래, 박기준, 오명천 등 기라성 같은 만화가들의 고전들이 수북히 전시되어 있다. 열람까지 가능하면 좋겠지만 보관상의 문제인지 열람은 불가능하다.
약재상. 요즘 경동시장에는 중국산이 판을 친다는데... ㅡㅡ;;
국밥집. 창문에 쓴 '외상사절'이란 문구가 인상적이다.
야학교실. 난로위에 얹힌 일명 '벤또'가 추억을 되살아나게 하는 듯. 그러고보니 나도 조개탄과 함께 겨울을 보냈던 난로 세대다.
벽에 붙은 선거벽보. 가운데 인물이 국회의원을 지낸 정대철 후보.
벽에 붙은 영화 포스터. 개봉연도랑 맞지 않는 작품들이 뒤섞여 있는게 옥의 티이지만 그래도 추억의 유물들.
이 외에도 포목점, 사진관, 다방 등 각종 가게들이 재현되어 있으며 다방에서는 식혜나 커피같은 음료를 직접 주문해 마시고 갈 수도 있다.
투어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으니 천천히 다 보고 난 후에는 민속박물관 내부를 구경하거나 혹은 경복궁 안뜰을 걸어볼 수 있으며, 또는 밖으로 나가 삼청동 일대를 돌아다닐 수도 있으니 적은 비용으로도 여러 가지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실속만점의 데이트 코스라 하겠다. 휴관은 매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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