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셜록 홈즈 - 명탐정 셜록 홈즈의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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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셜록 홈즈 - 명탐정 셜록 홈즈의 재해석

페니웨이™ 2010. 5. 20. 09:37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때는 1882년. 에덴버러 대학을 졸업한 한 젊은 의사가 영국 남해안의 포츠머츠 외곽에 병원을 개업했다. 그러나 몇 해가 지날수록 환자 수는 늘어나질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아내마저 병으로 몸져 눕게 되면서 그 의사는 궁여지책으로서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1887년, 세계 추리문학의 근간을 흔들어 놓을 시리즈물의 첫 번째 작품이 발표된다.

‘주홍색 연구’. 훗날 명탐정의 대명사로 불리게 될 셜록 홈즈를 세상에 알린 작품이자 가난한 의사 아서 코난 도일의 인생을 바꾼 처녀작은 순전히 ‘먹고 살기 위해’ 탄생하게 된 셈이다. 정통 추리극이라기 보다는 남녀간의 비극적 로맨스에 비중을 두었던 ‘주홍색 연구’는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월간 리핀코트(Lippincott's)의 편집자가 홈즈와 왓슨의 캐릭터에 주목하면서 속편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후 ‘네 개의 서명’외 장편 3편, ‘붉은머리 클럽’외 단편 55에 등장한 셜록 홈즈는 기존의 탐정들이 범행의 동기나 알리바이 등에 중점을 둔 것과는 달리 철저한 증거주의 수사를 통해 범인을 유추해내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이는 당대는 물론이고 후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추리소설 속 탐정들의 모태가 되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셜록 홈즈는 스핀오프 소설 (프랑스의 모리스 르블랑은 자신의 인기작 뤼팽 시리즈에 홈즈를 무단으로 등장시켰다가 코난 도일에게 항의를 받아 헐록 숄매로 이름을 바꾼 바 있다 -_-), 코믹스, 만화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로 영역을 확대해 나갔는데, 그 중에서도 셜록 홈즈에 대한 영화계의 사랑은 각별했다. 1905년 무성영화 [셜록 홈즈의 모험]에서 모리스 코스텔로가 최초의 홈즈 역으로 등장한 이래 셜록 홈즈는 영화사상 가장 많이 등장한 캐릭터가 되었기 때문이다. (각 TV판의 에피소드를 개별 작품으로 따지면 드라큐라가 가장 많지만 작품 전체를 하나로 계산하면 셜록 홈즈가 더 많다)

실사판 영화뿐만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특히 제페니메이션에 홈즈가 끼친 영향은 의외로 크다. 국내 공중파에서 두 차례나 방영된 [명탐정 홈즈](KBS2 방영 제목 [명탐정 번개], SBS 제목은 [명탐정 셜록 하운드])는 코난 도일의 원작 속 인물들을 동물 캐릭터로 의인화시켜 표현한 애니메이션으로 홈즈에게 일방적으로 깨지기만 하는 숙적 모리아티 교수가 오히려 안쓰럽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참여했던 본 작품은 공동제작사인 이탈리아의 국영방송 RAI측의 사정으로 6화까지 제작된 상태에서 한차례 중단되었으나 극장판 개봉을 기점으로 재개되어 미쿠리아 쿄스케 감독의 지휘하에 26화까지 무사히 완결되었다. 얼마전 EBS에서 [명탐정 번개]라는 제목으로 세 번째 방영을 시작했다.

셜록 홈즈를 연기한 수많은 배우들 중 우리에게 친숙한 몇몇 배우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피터 쿠싱

많은 분들에게 [스타워즈]의 타킨 총독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영국 BBC에서 1965년부터 방영된 TV판 [셜록 홈즈] 시리즈의 홈즈 역을 맡은 더글라스 윌머가 시즌 2에서 하차하면서 새로 발탁되었다. 그는 1968년, 총 13편의 에피소드에서 왓슨 역의 나이젤 스탁과 함께 호흡을 맞췄으며, 1984년 TV영화인 [죽음의 마스크 The Masks of Death]에서 다시한번 홈즈 역을 맡았다.

크리스토퍼 플러머

최근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1977년 TV영화 [은성호 사건 Silver Blaze]에서 처음으로 셜록 홈즈 역을 맡았다. 그로부터 2년 뒤 그는 밥 클락 감독의 [셜록 홈즈의 눈물 Murder by Decree]이란 작품에서 다시한번 홈즈 역으로 등장했는데, 극장용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에는 제임스 메이슨이 왓슨 역으로 출연하며, 코난 도일의 원작이 아닌 오리지널 스토리로서 영국의 유명한 실존 살인마 잭 더 리퍼와의 대결을 그렸다. 국내 KBS 1 명화극장에서도 방영된 바 있다.

마이클 케인

다작으로 유명한 명배우 마이클 케인도 [셜록 홈즈와 나 Without A Clue]에서 홈즈 역을 맡았다. [간디]로 잘 알려진 벤 킹슬리가 왓슨 역을 맡아 콤비를 이룬 이 작품은 기존의 셜록 홈즈 영화들에 비해 가볍고 코믹한 요소가 강한 영화다.

로저 무어

007 제임스 본드로 발탁된 그는 [나를 사랑한 스파이]를 발표하기 1년 전에 촬영된 [뉴욕의 셜록 홈즈 Sherlock Holmes in New York]라는 작품에서 홈즈로 등장한다. TV용 영화치고는 꽤나 화려한 캐스팅을 보여주는 이 작품에는 명감독 존 휴스턴이 숙적 모리아티 교수 역을 맡았고 샬럿 램플링이 아이린 애들러 역으로 출연했다.

크리스토퍼 리

[스타워즈]의 두쿠 백작이자 [반지의 제왕]의 사루만으로 익숙한 크리스토퍼 리는 1991년과 92년 두 편의 TV영화에 연속으로 등장해 셜록 홈즈 역을 맡은 바 있다.

찰턴 해스턴

[십계], [벤허]의 스타 찰턴 해스턴이 노년에 출연한 1991년 TV영화 [셜록 홈즈 The Crucifer of Blood]. 코넌 도일의 원작 ‘네 개의 서명’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밖에도 수많은 배우들이 각종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에 등장해 각양각색의 홈즈를 연기하였지만 시대가 바뀌어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관객들이 원하는 새로운 홈즈의 모습은 과연 어떤 것일까?

가이 리치 감독의 [셜록 홈즈]에 등장하는 명탐정 홈즈는 사냥모를 눌러쓰고 파이프 담배를 꼬나문 지적인 이미지의 영국 신사가 아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홈즈는 단짝인 왓슨의 결혼을 대놓고 훼방놓는 꽁생원인대다, 기분전환을 위해 주먹질을 일삼는 스트리트 파이터다. 여기에 약간의 난봉꾼 기질마저 갖췄다. 변화된 캐릭터의 성격에 맞게 [셜록 홈즈]는 기존의 홈즈 영화들처럼 정통 추리극이라는 장르적 굴레도 과감히 벗어던졌다. 블록버스터 형식으로 변모한 [셜록 홈즈]에서 관객들은 명탐정의 대명사가 아닌 이 사람의 모습을 발견할 수 밖에 없다.

............... 셜록 스타크 -_-

확실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존재감은 영화 전반을 지배한다. 그의 능글맞은 표정과 익살스런 연기, 그리고 [아이언맨]에서 이어지는 토니 스타크의 잔상은 모름지기 셜록 홈즈를 19세기 런던의 액션 히어로로 변모시켰다. 이걸 굳이 나쁘다고는 표현하지 않겠다. [다크 나이트]를 보라. 이제는 슈퍼히어로도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통하는 세상이지 않은가.

실제로 홈즈라는 캐릭터가 워낙 출중한 추리력과 관찰력을 가진 인물이기에 간과되었을 뿐 원작 속 홈즈는 목검술과 권투, 검도 등 싸움에도 능한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코카인과 약물을 흡입한다거나 괴팍한 실험을 즐기는가 하면 때때로 히스테리를 부리는 아주 괴팍한 성격의 인물이기도 하다. [셜록 홈즈]에서는 이같이 덜 일반화된 홈즈의 성품에 보다 초점을 맞추면서 이를 안티히어로적인 캐릭터로 탈바꿈시켰다. 이만하면 원작에 충실하다고는 못해도 ‘셜록 홈즈의 재해석’이라 불리기에는 충분하다.

이번 셜록 홈즈의 액션히어로적 성격에 의아해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엄밀히 말해 이러한 특징은 원작의 홈즈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빈집의 모험’ 에서 왓슨은 홈즈가 숙적인 모리아티 교수를 제압하면서 바릿수라는 무술을 사용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바릿수란 코넌 도일이 창안한 소설 속 가상의 무술인데, 아마도 일본 유술에서 유래한 바팃수(Bartitsu)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추측된다. 가이 리치는 이 점에 주목해 실존 무술인 주짓수를 영화에 접목시켜 독특한 액션을 구사하는 홈즈의 캐릭터를 재창조했다.

물론 아쉬움도 남는다. 시리즈의 2편에 본격적으로 등장할 ‘그분’의 존재를 의식한 탓인지 메인 악당인 블랙우드의 존재감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못한다는 점, 나레이터의 입장에서 관찰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왓슨의 캐릭터가 홈즈의 사이드킥처럼 변질된 점, 홍일점인 아이린 애들러가 ‘그분’의 등장을 알리는 전개 과정의 포석으로만 사용된다는 점 등은 원작의 캐릭터를 가져다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나쁜 축에 속한다. 무엇보다 감독인 가이 리치에게서 [락 스탁 앤 투 스모킹 베럴스], [스내치] 와 같은 복잡한 플롯의 두뇌 플레이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액션활극의 결과물이 나왔다는 사실도 그의 팬이라면 못내 아쉬워 할 부분이다.

하지만 [셜록 홈즈]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홈즈의 모습을 새롭게 창조했다는 점과 디지털 세대의 감수성에 맞게 구성한 고전의 재해석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만 하다. 미스테리 팬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럽겠지만 액션 버디영화를 즐기는 관객들에게는 킬링타임용으로 전혀 부족함이 없는 영화다.

[셜록 홈즈]는 제82회 아카데미에서 미술상과 오리지널 스코어 부분에 각각 노미네이트된 작품으로 그만큼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 영화임을 알 수 있는데, 먼저 19세기 영국의 뒷골목을 비롯해 고전풍 건물들로 이루어진 도시의 디테일한 부분을 본 블루레이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원본 사이즈로 보려면 사진을 클릭하세요)

한편 채광이나 조명이 다른 장면들간의 편차가 다소 드러나는데, 어떤 장면에서는 배우들의 모공까지 자세히 보일 정도로 깨끗한 해상도를 보이지만 어둡거나 밝은 장면에서는 상대적으로 해상도가 떨어지거나 노이즈가 낀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전체적으로는 무난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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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짐머가 참여한 오리지널 스코어의 박력과 더불어 간간히 터져주는 액션씬에서의 효과음, 그리고 격발음의 충격으로 귀가 멍멍한 상태를 표현한 사운드 효과 등은 매우 훌륭하다.

1Disk 치고는 상당히 많은 분량의 서플먼트가 포함되어 있다. 아쉬운점은 가이 리치의 코멘터리를 비롯해 포커스 포인트 제하의 모든 부가영상에는 한글자막이 지원되지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비하인드 스토리 제하의 메이킹 필름에는 한글자막이 제공된다. 워낙 다양한 서플먼트가 들어있으므로 간략하게만 소개하도록 하겠다.

▶ 가이 리치 감독 코멘터리

▶ Drawbridges & Doilies: Designing a Late Victorian London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을 재구성하기 위한 여러 가지 설정들에 대한 설명

▶ Not a Deerstalker Cap in Sight - 배우들의 의상 디자인과 관련된 메이킹 필름

▶ Ba-Ritsu: A Tutorial - 소설 속 가상의 무술 바릿수를 영화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고안한 액션 코디네이팅 과정

▶ Elementary English: Perfecting Sherlock's Accent - 미국 배우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영국식 액센트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도록 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

▶ The One That Got Away - 아이린 애들러에 대한 캐릭터 설명

▶ Powers of Observation & Deduction - 원작 속 캐릭터에 대한 배우들과 제작진의 코멘터리 영상

▶ The Sherlockians - 셜록 홈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원작 속 캐릭터들에 관한 이야기

▶ Future Past - 19세기 런던의 무대를 재현하는 메이킹 영상

▶ Behind The Story - Sherlock Holmes: Reinvented - 셜록 홈즈를 재창조하는 과정을 다룬 총괄적인 메이킹 필름

[셜록 홈즈]는 분명 기존의 홈즈가 가졌던 이미지를 크게 바꿔놓은 독특한 작품임이 분명하다.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는 순전히 관객의 몫이지만 부정적인 측면보단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하도록 하자. 비록 [셜록 홈즈]가 모든 관객을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아직 실망하기엔 이르다. [셜록 홈즈]는 엄연히 속편을 염두해 둔 작품이며, 뭔가 더 원대한 결말을 계획한 감독의 의도가 느껴지는 서막이기 때문이다. 최근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가이 리치의 잠재력을 생각해 볼때 전편보다 나은 속편의 가능성은 활짝 열려있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속편의 메인 악당으로 브래드 피트가 캐스팅되었다는 보도는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소식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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