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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외에는 출구가 없는 섬 '셔터 아일랜드'. 남북전쟁 당시 요새로 사용되었다가 현재는 범죄를 저지른 정신병자를 수용하는 시설로 사용 중인 이곳에서 한 수감자가 사라진다. 이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두 명의 연방 보안관이 파견된다. 그들은 이 기묘한 실종사건을 진상을 밝히고자 섬 구석구석을 수색하지만 섬의 살풍경한 모습 이면에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듯 하다. 수감시설의 직원들은 하나같이 무엇인가를 숨기는 듯 하며, 수감자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설상가상으로 섬에 불어닥친 폭풍우로 셔터 아일랜드는 하나의 거대한 밀실이 되어 버린다.

이렇듯 [셔터 아일랜드]의 중심에 놓여있는 명제는 한 여인의 실종사건이다. 살인사건이 아닌 실종사건. 스릴러의 소재로는 다소 빈약하지 않은가 싶을지 모르지만 웬걸. [셔터 아일랜드] 속 이미지는 암울하기 이를데 없으며 영화 내내 죽음의 그림자와 절망감이 교차된다. 마치 슬래셔 무비처럼 언제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듯한 팽팽한 긴장감 속에 관객들은 과연 이 섬에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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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실종사건으로 시작해 인체실험에 대한 음모론과 더 나아가 주인공 자신의 트라우마가 겹치는 이야기의 복잡한 구성, 영화 곳곳에 배치된 수많은 복선과 암시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혼란스러워 할 여유가 없다. 사건의 발생과 해결이라는 단선적인 스릴러의 공식은 이 영화에서 전혀 통하질 않는다. 영화의 중심에 놓였던 실종사건은 어디까지나 미끼였을 뿐, 관객들이 생각치도 못한 결말로의 여정은 기대 이상으로 충격적이며 참신하다. 오랜만에 보는 이지적인 스릴러의 참맛이 바로 [셔터 아일랜드]에 담겨있는 것이다.

딱히 잔혹한 범죄장면이 등장하지 않음에도 심리적인 피로감을 극대화시킨 마틴 스콜세지의 연출력은 탁월하다. 그는 고립된 섬 셔터 아일랜드를 1950년대 히치콕식 미스테리 영화에 걸맞는 무대장치로 활용하고 있으며 배우들의 멋진 연기와 더불어 거장이 색칠한 클래식 영화들의 독특한 미장센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스콜세지는 [나는 좀비와 함께 걷다]의 발 루튼이나 마크 로빈슨, 로만 폴란스키의 스타일을 참조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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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로버트 드 니로 이후 어느덧 스콜세지의 페르소나로 자리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말 그대로 물이 올랐다. [타이타닉]에서 '나는 세상의 왕'이라고 외치던 꽃미남 도슨의 모습은 이제 온데간데 없다. 오직 신경쇠약에 걸린 연방보안관 테디만이 있을 뿐이다. 오랜만에 헐리우드 영화에서 모습을 드러낸 명배우 막스 본 시도우의 모습이나 [간디]의 벤 킹슬리 등 조연들의 음흉한 연기도 훌륭하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으나 (사실 나는 리뷰에서 이런 언급을 하는걸 반기지 않는다. 반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스포일러이니까.) 단지 흥미 본위의 반전을 위한 반전으로서 사용되는 장치가 아니다. 다시 말해 [셔터 아일랜드]는 반전을 위해 보는 영화가 아니며, 설사 데니스 르헤인의 원작소설 '살인자들의 섬'을 읽어서 결말의 내용을 이미 알고 있다 한들 영화를 즐기는데 딱히 방해가 될만큼 큰 요소도 아니다. 오히려 소설에 나와있지 않은 영화속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 한마디는 엔드 크래딧이 올라갈 동안 두고두고 생각할 여지를 남긴다. 과연 거장의 손길을 거치면 뭔가 달라도 다르다.


* [셔터 아일랜드]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Paramount Picture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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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디카프리오.
    내용은 잘 기억도 못 하지만 '갱스 오브 뉴욕'을 재미있게 봤던 생각이 나네요.
    요즘 보고 싶은 작품이 없던데 이거 땡기는군요.
    주말에 시간 나면 보러 가야겠습니다. ^^

    2010.03.19 10:11 신고
  2. 정체불명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장에 스릴러는 뭔가 틀린것 같습니다

    2010.03.19 16:58
  3. supab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작을 읽어서 걱정했는데 오히려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주조연급 배우들의 행동이나 대사뿐 아니라 주변의 모든것을 더욱더 유심히 관찰하게 되더라구요. 거기다 정말 마지막대사는 원작의 독자들에게도 또다른 반전을!

    2010.03.19 17:03
  4. 산다는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필관람이군요..

    2010.03.19 18:41
  5. 적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디카프리오가 예전의 꽃미남 모습이 없어질 수록
    오히려 더 마음에 드는것은..


    그의 연기 폭과 깊이가 넓어가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너도 늙으니 별수없구나 낄낄낄'
    이란 심정때문일까요

    -ㅅ-;;

    디카프리오가 나오는 영화들 중에 마음에 드는 영화가 점점 늘어나는게
    짐캐리처럼 '나오면 일단 무조건 봄' 이 되어버릴듯 하네요.

    2010.03.19 20:09
  6. bluenliv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밤 달리러 갑니다...
    그런데... 헤더 이미지가 바뀌었네요. ^^;

    2010.03.19 20:24
  7. 만두의전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저 그럴 것 같았는데, 재미있는 모양이군요^^ 감사합니다. 보러가야겠어요. 보고오면 밀려있는 영화 포스팅 리스트에 하나 더 추가되긴 하겠죠.ㅜㅜ 언제 다 쓰지..;;

    2010.03.19 21:24
  8. 작은 행복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처음 와서 댓글도 남겨요 ^^
    어제 영화 봤는데, 마지막 부분 보고 저도 한참 생각했었거든요.
    엔딩 다 올라갈 때까지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지 고민 많이 했습니다.
    유명한 감독과 유명한 배우가 만나서 만들어진 영화였죠.
    밤에 봤는데 스릴러라고 해서 무서울까봐 포기하려다가 꾸욱 참고 봤는데 보길 잘했습니다 ^^
    잊지 못할 음악과 마냥 곱씹고 싶은 내용들이었네요.
    지붕킥 결말에 대한 수많은 의견들이 분출하고 있는 가운데, 살짝 머리 식히려고 영화 검색하다가
    같은 영화보고 같이 느끼는 분을 만나니 좋네요.
    잘 보고 갑니다 ^^

    2010.03.20 00:44
  9. 무비조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정말
    마틴 스콜세지 감독한테 죽을때까지
    감사해도 모자랄 것 같습니다^^
    그냥 청춘스타에서 연기잘하는 배우로 완전히
    탈발꿈 시켜주었다는 걸 이번 영화에서도 느꼈습니다...

    2010.03.20 08:13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레오가 청춘스타출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편입니다. 오히려 [길버트 그레이프]나 [토탈 이클립스]같은 작품성 위주의 영화를 그 나이또래에서는 드물게 많이 찍었던 실력파였죠. 그의 잘생긴 외모와 [로미오+줄리엣],[타이타닉]과 같은 상품성에 주목한 작품들때문에 과소평가된 케이스랄까요. 이제서야 본래 진가를 드러내는듯하여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2010.03.20 09:24 신고
    • 무비조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맞다 길버트 그레이프하고 토탈 이클립스가 있었죠... 이제는 정말 완전한 연기파 배우가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이렇게 연기파 배우로 성장할 것이라 생각을 못해서 그런지 2010년에 보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너무 반갑더라구요~~

      2010.03.20 10:39
  10. accor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월요일에 이영화를 예매했는데 리뷰를 보니 무척이나 기대되네요
    그나저나 12년전 타이타닉때는 주연감이 아니라고 냉대받았던
    케이트윈슬렛과 디카프리오가 세월이 지난 지금은 연기파 배우로
    인정을 받고있군요(물론 케이트윈슬렛은 훨씬전부터 인정받았지만 서두요)

    2010.03.20 12:00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두 사람 다 시작은 성격파 배우로 출발했지요. 확실히 [타이타닉]같은 초대작에는 스타파워가 딸린다는 평가였으니..그 이후로 두 사람의 삶도 많이 달라졌네요^^

      2010.03.21 08:19 신고
  11. dreamsso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셔터 아일랜드 보셨군요!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영화를 봐야만 알 수 있는...궁금함^^;
    미소년에서 미중년 연기파배우가 되어가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모습을 볼 수 있겠네요.
    미노년의 모습까지 오래도록 보고픈 마음입니다. ㅎㅎㅎ

    2010.03.20 18:07
  12. yohji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데니스 르헤인의 원작을 영화로 만든 세번째 작품이죠..
    곤베이비곤은 못봤고 미스틱리버는 너무나 잘만들었고 셔터아일랜드는 실망이였어요..
    요즘들에 르헤인의 켄지&제나로 시리즈를 읽고 읽는데 웬지 과대포장받은 작가라는 느낌이;;
    스콜세지감독도 과거의 작품보단 점점더 역량이 딸리는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요..
    막스 본 시도우'옹도 반가웠지만 오랜만에 보는 미쉘 윌리암스''도 인상적이였어요..히스레져 생각도 나고..

    2010.03.20 23:12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곤 베이비 곤]도 괜찮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미스틱 리버]가 훨씬 괜찮았구요. 이번 [셔터 아일랜드]도 참 좋았습니다. 데니스 르헤인의 원작 영화는 지금까지 실망시킨 적이 없군요.

      2010.03.21 08:22 신고
  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10.03.21 12:50
  14. 이빨요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토리나 배우들의 연기 보다도 영화전체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뭐랄까? 뭔가 웅장하면서 압도적이랄까?
    뭔가 요즘 스릴러 영화들에서 보여지는 조잡한 영상이 아닌 세련된듯하면서도 고전적인 그리고 그에 걸맞는
    음악이 더해져서 정말 막강한 분위기가 느껴졌던것같습니다.
    그래서 긴장하면서 보게되더군요.
    오랫만에 극장에서 긴장하면서 본 영화였습니다.

    2010.03.22 00:31
  15. 저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
    그냥 빠져들게하는 영화 -
    전 평론가도 뭐도 아니지만
    마지막에 대사 한마디로 모든 그동안
    영화내용을 퍼즐하게 만들고
    분위기와 디테일한 연출력 덕분에
    시간 내내 즐겁게 봤네요 !

    2010.03.22 10:22
  16. .몬스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지적인 스릴러라는 제목이 참 잘 어울립니다.
    저는 아주 큰 재미는 느끼지는 못했지만, 심리적인 변화와 표현들이 눈에 많이 들어오더군요.
    레오는 정말 명배우의 길을 걸을듯...

    2010.03.22 19:38 신고
  17. 붉은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카지노]부터의 스콜세지옹의 영화는 내내 실망감이 있었는데
    (유일한 예외가 [샤인 어 라이트]였으니 말 다했지요...^^)
    이번 영화가 과연 영감님의 화려한 부활이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영화는 스릴러, 차기작은 판타지물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영감님은 '장르 무비'에서 회춘의 활로를 찾은 것일까요?ㅎㅎ
    영화 관람 욕구 만땅 게이지를 채워서 갑니다.^^

    2010.03.22 22:52
  18. 환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거장(!)을 다시 복습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러면 제가 놓쳤던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리뷰 잘 읽고 갑니다-

    2010.03.27 00:38
  19. 블랙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설 출간명 처럼 그냥 '살인자들의 섬'으로 개봉해도 괜찮았을텐데 왜 '셔터 아일랜드'로 한건지 모르겠군요.

    (요즘들어 점점 번역하기 애매한 제목의 영화들이 많아 지고 있지만)

    2010.03.27 07:48
  20. 17茶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심리적인 피로감을 극대화시켰다는 평... 제가 바로 거기에 못 이기고 시작 10분만에 나오고 싶어했습니다;; 자리가 통로쪽이 아니라 참고 있었는데 영화 내내 고문당하는 느낌이었어요. 정말 너무 힘들었습니다; 신경줄을 너무 당기더군요. 음악도 한 몫;;

    2010.03.2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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