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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열전(續篇列傳)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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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운대]의 천만관객 돌파로 한국형 재난영화의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하긴 한국도 언제까지나 조폭 코미디에만 올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죠.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재난영화 한편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만약 저에게 1970년대를 대표하는 재난영화 두 편을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타워링]과 [포세이돈 어드벤처]를 선택할 겁니다. 물론 저는 이 작품들을 TV로만 접했습니다만 20년이나 지난 지금도 처음 봤을 때의 그 감동이 잊혀지지가 않거든요. 두 영화 모두 스케일로 승부하는 대작이었는데다가 당대의 유명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작품들이어서 극의 묘미 못지 않게 볼거리도 풍성한 작품들이었으니 말이죠.

하지만 둘 중에 서스펜스나 드라마적인 요소가 더 우수한 작품이라면 고민은 좀 되겠지만 아무래도 [타워링]보다는 [포세이돈 어드벤처]가 한 수 위라고 생각합니다. 엄밀히 말해 [포세이돈 어드벤처]는 재난극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뒤집힌 호화유람선 안에서 벌어지는 군상극에 더 가까웠던 작품이었죠. 진보적 성향의 스콧 목사(진 해크먼 분)와 그에 맞서 의견충돌을 일으키는 로고(어네스트 보그나인 분)의 갈등은 종교적, 사회적, 그리고 인간의 본질적인 심성에 대한 여러 가지 복잡미묘한 화두를 이끌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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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결국 스콧 목사의 희생장면에 이르러 갈등은 와해되고 관객들은 벅차오르는 감동의 절정을 맞이하지만 사실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진정한 가치는 이런 한사람의 영웅주의적 희생이 아니라 다수의 생존을 위해 해답을 찾아나가는 모험과정, 즉 제목에서처럼 '어드벤처'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무튼 이렇게 [포세이돈 어드벤처]는 재난영화의 교과서적인 모형을 제시한 작품으로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2005년에는 TV판 미니시리즈로 한차례 리메이크 되었고 이듬해에는 볼프강 피터슨 감독에 의해 또다시 리메이크되기도 했지요. 그러나 최첨단 CG를 사용한 [포세이돈]의 시각적 현란함은 [퍼펙트 스톰]을 만든 감독의 솜씨답게 원작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위용을 보여줍니다만 정작 앞서 설명한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핵심적인 가치관이 빠져있는 허상에 불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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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볼프강 피터슨의 [포세이돈]. 비주얼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작 원작의 핵심요소였던 드라마와 캐릭터 구성이 크게 약화된 범작이 되고 말았다.


[포세이돈]의 실망스런 리메이크처럼,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성공 후 7년만에 만들어진 속편, [포세이돈 어드벤처 2 Beyond the Poseidon Adventure] 역시 전작의 완성도에 비추어 볼 때 참으로 안타까운 작품입니다.

[포세이돈 어드벤처 2]의 감독은 서두에 언급한 [포세이돈 어드벤처]와 [타워링]의 제작을 맡으며 '재난영화의 마스터'라는 별명을 얻은 어윈 알렌이었는데요, 제작뿐만 아니라 두 작품의 세컨 유닛에서 액션씬의 연출을 담당했던 그는 1978년 작 [스웜]이라는 또다른 호화 캐스팅의 재난영화를 연출해 깜짝 히트를 기록합니다. 이렇게 [스웜]에서 함께 팀을 이뤘던 인기배우 마이클 케인을 데리고 다시 한번 대형 재난극에 도전한 작품이 [포세이돈 어드벤처 2] 이지요.

다소 의외이긴 하지만 [포세이돈 어드벤처 2]는 무턱대고 만든 작품이 아니라 원작소설이 있는 작품으로서 역시 1편의 원작자인 폴 갈리코가 쓴 책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소설의 내용을 잠시만 언급해 드리면 전작에서 구조된 일행이 헬기를 타고 가다가 로고가 다시 포세이돈으로 가줄 것을 강력히 요청해 돌아가게 된다는 내용인데요, 여기에서 로고(어네스트 보그나인 분)와 매니 로센(잭 앨버트슨 분), 제임스 마틴(레드 버튼스 분)이 내려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다시금 배 안으로 들어간다는 줄거리입니다. 여기에 포세이돈호의 선주가 해적두목 벨라를 고용해 회사 소유의 황금을 찾으러 보낸다는 서브플롯이 가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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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갈리코의 원작소설 '비욘드 더 포세이돈 어드벤처'



하지만 정작 영화는 소설의 내용을 완전히 각색해 버립니다. 원래대로라면 이렇게 1편의 생존자들이 주인공으로 돌아와야 할테지만 영화는 아예 1편의 주인공들을 완전히 배제시킵니다. 그대신 빚 저당 때문에 자신의 배를 은행에 넘길 위기에 처한 마이크 터너(마이클 케인 분)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그는 동료인 윌버(칼 말덴 분)와 승객 위트먼(셀리 필드분)을 태우고 프랑스로 가던 중 좌초된 포세이돈 호를 발견하고, ‘재화 구출권’을 주장해 포세이돈 호의 값비싼 유실물들을 자신의 소유로 만들 계획을 세웁니다.

한편 포세이돈에 접근한건 터너 뿐이 아니었죠. 생존자를 찾으러 왔다고 주장하는 닥터 스베보(텔리 사바라스 분) 일당이 배의 입구에서 터너와 마주칩니다. 이들은 함께 포세이돈에 진입해 그곳에 머물고 있던 생존자들의 무리와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전작에서처럼 패가 나뉘고, 서로 옥신각신하는 갈등양상이 전개됩니다.

전작이 난파당한 배안을 벗어나기 위해 벌이는 생존자들의 치열한 생존게임을 소재로 다루었다면 [포세이돈 어드벤처 2]는 다분히 범죄 스릴러의 성격을 띕니다. 애당초 터너가 배에 진입한 목적은 대단히 불순한 목적일뿐더러 어딘지 모르게 수상한 작자인 스베보는 텔리 사바라스가 연기한 [여왕폐하의 007]에서의 브로펠트를 또 한번 연상시키며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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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물론 이러한 방향성이 나빴던건 아닙니다. 아니, 어떤면에서는 이미 전작에서 모두 털어 버린 휴머니즘의 잔재를 다시 반복하기 보다는 아예 색깔을 바꾸어 진행하는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죠. 문제는 각본입니다. 사실 난파된 배안으로 다시 들어간다는 설정이 가능했던건 소설판에서 전작의 생존자들이 다시 배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나름대로의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매니는 전작에서 잃은 부인의 시신을 거두기 위해서이고, 로고는 배안에 남겨진 5억 달러 어치나 되는 황금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주인공이 모두 바뀌어 버린 영화에서처럼 지나가던 행인이 '아싸, 땡잡았다'하고 침몰직전의 배안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배가 언제 가라앉을지도 모르는 데다가, 무엇보다 배안에 터너가 원하는 값비싼 유실물이 어디에 떨어져 있을지, 아니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에 목숨을 거는 논리적인 이유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터너는 곧 배를 날릴판이니 그렇다치더라도 덩달아 따라 들어가는 윌버와 위트먼은 자살특공대가 따로 없을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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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게다가 이러한 캐릭터의 성격마저도 일관성이 없습니다. 사실 터너는 그다지 정의감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포세이돈에 들어간 목적도 오로지 '돈'이 최우선 목표였던만큼 독설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내뱉고, 잃어버린 딸을 찾아야 한다는 생존자의 호소에는 콧방귀도 안뀌더니만 후반부로 갈수록 황금이고 뭐고 다 내팽겨치고 사람부터 구하고 보자는 성자(聖子)로 돌변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생뚱맞게 느껴집니다. 차라리 속물근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을 때가 훨씬 더 매력적일 정도에요.

또한 터너에게 '원숭이'라 불리며 갖은 모욕과 구박을 받으면서도 푼수짓만 골라하던 위트먼이 결국 터너와 사랑에 빠진다는 로맨스 구조는 닭살 그 자체입니다. 더욱이 이 배역을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 2관왕에 빛나는 연기파 배우 셀리 필드가 맡았다는건 정말 안습입니다. 물론 젊은 날의 셀리 필드가 (비록 미인형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매력적인 아가씨였다는 건 이 영화를 통해 알게된 뜻밖의 수확입니다만 배우가 가진 내공에 비해서는 소모적인 캐스팅에 지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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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그 외에도 칼 말덴, 잭 워든 등 전작에 밀리지 않는 초호화 캐스팅의 유명 배우들은 자신들의 이름값을 하기에는 캐릭터의 존재감 자체가 너무 빈약합니다. 그나마 피터 보일이 마이클 케인과 대립각을 세우는 밉살맞은 캐릭터로 나름 개성을 부여합니다만 전작에서의 판박이 캐릭터인 어네스트 보그나인을 뛰어넘기엔 부족한데다가 또 막판에 대의를 위해 기꺼이 제 한몸 날리는 슈퍼히어로처럼 돌변하는 바람에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 버리죠.

배우들의 유명세로만 본다면 분명 [포세이돈 어드벤처 2]는 속편의 이름을 지니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작품입니다. 영화 초반 터너 일행이 포세이돈이 진입한 첫장면에서 진 해크먼이 떨어져 죽었던 공간을 비추는 순간만큼은 잠시나마 전작의 감동을 상기시키지만 여기까지가 전부입니다. 1편에 비해 너무나도 조악한 특수효과, 떨어지는 긴장감, 방향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하는 줄거리와 허술한 결말 때문에 결국 이 작품은 정식 속편임에도 사람들에 뇌리에서 급격하게 잊혀져 버린 작품이 되고 맙니다.

'전작만한 속편은 없다'는 얘기가 언제나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포세이돈 어드벤처 2]는 아무리 뛰어난 배우와 자본이 있다해도 형편없는 각본과 부실한 연출력으로는 전작을 극복할 수 없다는 진리를 일깨워주었을 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속편에서 동일한 사건과 동일한 장소를 배경으로 진 해크먼의 팀에 가세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으면 어땠을까하는 바램이 있었습니다만 이제와서는 다 부질없게 되었네요. 역시나 재난영화의 속편을 만든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거 같습니다.


P.S

1.20여분이 추가된 TV판 버전이 별도로 방영되긴 했습니다만 DVD로는 극장판에서 삭제된 20여분의 영상을 담지 않은채 발매되어 아쉬움을 남깁니다. 뭐 그 20분을 더한다고 영화가 얼마나 달라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2.원래 어윈 알렌은 [포세이돈 어드벤처 2]를 오리지널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재난영화로 만들 계획을 세운바 있습니다. 그는 바다에서 일어나는 전작의 선박사고 대신, 열차가 터널로 집입했다가 터널이 무너져 고립되는 사건을 메인 플롯으로 다룰려고 했었지요. 물론 이 계획은 좌절되었습니다만 이와 매우 흡사한 플롯을 지닌 작품이 실베스터 스텔론 주연의 1996년 작 [데이라잇]입니다.


* [포세이돈 어드벤처 2]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Warner Bros. Pictures.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비욘드 포세이돈 어드벤처 DE - 4점
어윈 알렌 감독, 피터 보일 외 출연/워너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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