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열전(續篇列傳) No.2
블록버스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는 헐리우드 오락영화의 판도를 바꾸어놓은 기념비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이후로 비슷한 소재의 B급 영화들이 쏟아졌고, 그 중에서 로저 코만의 [피라냐]나 마이클 앤더슨 감독의 [올카] 같은 영화는 흥행에도 꽤 성공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들은 그나마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지라 피라냐나 범고래 같은 다른 소재를 사용했지만 그야말로 노골적으로 [죠스]의 인기에 편승해 상어를 등장시킨 작품들도 많았죠. [죽음의 죠스 Mako: The Jaws of Death]나 [타이거 샤크 Tintorera: Tiger Shark], [라스트 죠스 L'ultimo squalo (이놈은 The Last Jaws니 Great White니 영어 제목만 해도 서너가지는 됨)], [몬스터 샤크 Shark: Rosso nell'oceano] 등 괴작열전에나 들어갈 아류작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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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들 짝퉁 죠스가 나오거나 말거나 유니버셜 측은 [죠스]의 속편을 당연시 여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적당한 시나리오를 물색하기 시작하죠. 그 중에는 비록 크래딧에는 빠졌으나 전편의 스크립트 작업에 공헌한 바 있는 하워드 새클러의 제안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는 속편에서 USS 인디아나폴리스 함이 침몰할 때 겪었던 퀸트 선장의 이야기를 그린 프리퀄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당시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회장인 시드 셰인버그에 의해 거절되는데요, 셰인버그는 전편의 주인공 브로디 서장의 아내인 엘렌이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간다는 설정을 가길 원했습니다. 이 줄거리는 [죠스]의 제작자 리차드 D. 자눅에 의해 거절당했으나 훗날 [죠스 4]에서 사용됩니다.
[죠스 2]의 관건은 [죠스]의 사령탑 스티븐 스필버그의 합류 여부였습니다. 스필버그는 자신이 속편을 만든다면, 퀸트의 아들과 브로디가 새로운 상어를 사냥하는 줄거리로 갈 것이라고 밝혔으나, 정작 자신은 이미 [죠스]에서 궁극적인 상어영화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속편을 맡는건 싸구려 잔재간을 부리는것과 다름없다고 발언해 속편 연출의 가능성을 부정합니다. 스필버그가 진정 관심을 보였던 작품은 SF 드라마 [미지와의 조우]였는데, 여기에서 그는 [죠스]의 매력적인 해양학자로 등장했던 리처드 드레이퓨스를 주연으로 캐스팅하게 되죠. 결국 [죠스 2]는 전편의 주역인 두 사람의 불참으로 초반부터 난항을 겪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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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유니버셜측이 [죠스 2]의 감독으로 영입한 사람은 1970년 [Sticky My Fingers... Fleet My Feet]로 아카데미 단편영화 부분 노미네이트된 신인 존 D. 핸콕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첫 번째 장편 극영화(그것도 전무후무한 흥행작의 속편)의 연출을 맡게 된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고무되었죠. 핸콕은 각본가인 아내와 함께 무려 18개월 동안이나 [죠스 2]의 제작을 이끌어 가게 됩니다.
그러나 문제가 생깁니다. 유니버셜측의 중역들이 핸콕의 연출 스타일과 작품구상에 대해 크게 실망한 겁니다. 그들은 모임을 갖고 핸콕의 해임을 결정하는데요, 이렇게 물러난 핸콕 대신 새로운 사령탑으로 임명된 인물은 지놋 슈와르크 였습니다. 지놋 슈와르크는 프랑스 출신으로 주로 [형사 콜롬보], [6백만불의 사나이] 같은 TV시리즈물의 작은 에피소드를 감독해 온 인물이었는데요, 사실상 [죠스] 이전까지 주로 TV 드라마의 연출을 맡아 경력을 쌓아온 스필버그와 유사한 대조를 이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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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의 주연이었던 브로디 서장 역의 로이 샤이더는 당시 마이클 치미노 감독의 [디어헌터]에 출연하기로 계약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창작상의 차이를 이유로 샤이더는 [디어헌터]의 계약파기를 원했고, 유니버셜측은 [죠스 2]에 출연해 준다면 이를 더 이상 문제삼지 않기로 합니다. 결국 그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속편의 출연계약에 싸인하게 되었고 그가 [디어헌터]에서 맡게 될 배역은 로버트 드 니로에게 돌아갑니다. 다행스럽게도 아내 엘렌역의 로레인 게리와 시장 역의 머레이 해밀턴 등 전작의 조연들도 출연이 결정되었지요. 하지만 로이 샤이더는 감독으로 내정된 슈와르크와 촬영내내 끊임없이 충돌하며 잡음이 끊이지 않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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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스 2]의 이야기는 전작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 1편에서 침몰한 '올카'호를 살펴보던 잠수부 두 명이 상어의 공격을 받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다시금 출몰한 상어의 공격에 피서객들이 희생당하는 사건이 속출하자 전작의 히어로 브로디 서장이 이에 맞선다는 아주 단순 쌈빡한 줄거리 되겠습니다.
서스펜스가 풍부한 해양 어드벤처의 성격을 띈 [죠스]와는 달리 [죠스 2]는 틴에이저가 하나씩 제거되는 슬래셔 무비의 전형적인 플롯을 따릅니다. 225만 달러가 투입된 상어로봇 '브루스 2호'는 전편보다 정교한 움직임을 보여주었고, 영화의 전체적인 스케일도 향상되었지만 상어영화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는 스필버그의 말처럼 슈와르크가 이번 작품에서 쓸 수 있는 카드는 그리 많지 않았죠. 그가 이번 작품에서 부각시킨 것은 상어의 '청각'이었는데, 여러모로 보나 억지스런 설정이 동반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죠스 2]의 치명적인 단점은 전편에서처럼 풍부한 캐릭터가 배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주인공 마커스 브로디는 동일한 배우에 의해 연기되었음에도 전편만큼의 매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퀸트 선장과 후퍼 같은 개성만점의 캐릭터를 대신할 인물도 전무합니다. 영화는 그저 상어의 공격성과 파괴력을 부각시키는데만 힘쓰고 있죠. 덕분에 얼굴의 절반을 불에 지져가면서 흉측한 모습을 만든 상어만이 영화속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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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죠스 2]는 7700만 달러(월드와이드 1억 8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합니다. 이는 1978년까지 개봉된 속편들 가운데 최고의 흥행기록으로서 그해 개봉한 영화들 가운데서도 5번째에 해당하는 것이었죠. 이 기록은 2년 후 [스타워즈 Ep.5: 제국의 역습]에 의해 깨어지는데요, 흥미로운 것은 영화사상 최초로 1억 달러의 고지를 돌파한 [죠스]의 기록을 깬 것도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Ep.4: 새로운 희망]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뭐 어쨌거나 그럼에도 향후 20년간 흥행순위 톱 25위권에 드는 [죠스 2]의 대성공은 무척 고무적인 것이었습니다.
1편에 비해 아쉬운 속편이긴 해도 [죠스 2]는 로이 샤이더의 출연으로 인한 시리즈물로서의 정통성 확보와 영화의 서스펜스에 지대한 공을 세운 존 윌리엄스의 OST 등 전반적인 여건이 충분히 갖춰진 작품으로서 성공한 속편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죠스 2]의 흥행성공에 도취된 유니버셜측은 이후 3편과 4편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게 되는데, 완성도나 흥행면에서 그 어느것도 2편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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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스 2]는 속편으로서 차기작을 위한 2편의 교두보적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시리즈가 3편까지 진행되기란 쉬운일은 아닌데,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이 없다'는 속설처럼 대부분 2편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더군다나 가장 중요한 핵심인물인 스티븐 스필버그 없이도 이뤄낸 성과(사실 어찌보면 전편에서의 스필버그 효과가 속편까지 연장되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겠습니다만)라는 점도 [죠스 2]가 가지는 남다른 의미라고 하겠습니다.
P.S:
1.국내에서는 [죠스 2] 개봉시 "전편에서 돌아가신 남편의 복수에 불타는 암상어의 一大反擊(일대반격) 드라마" 라느니 "지독한 암상어의 처절한 복수"등과 같은 카피문구를 사용하는 바람에 죽은 상어 부인의 복수극처럼 비춰지는 촌극이 벌어집니다. 사실 이런 복수극의 플롯은 [죠스 2]보다는 [죠스]의 아류작이었던 [올카]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지요.
출처: 네이버 디지털 아카이브 (1979.7.25 경향신문 광고) ⓒ Action Concept. All rights reserved.
2.감독인 지놋 슈와르크는 그럭저럭 선방에 성공한 탓인지 TV 시리즈를 벗어나 극장용 영화를 몇편 찍다가 급기야 괴작 [슈퍼걸]로 공든 탑을 무너뜨립니다. 결국 그는 다시 TV로 돌아와 현재까지도 [히어로즈]나 [콜드 케이스]같은 드라마의 에피소드를 연출하는 감독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3.[죠스] 1편에 출연했던 리처드 드레이퓨스가 얼마전 [피라냐] 시리즈의 최신작 [피라냐 3D]에 출연하기로 했다더는군요. 내년에 개봉 예정이라는데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기대됩니다. 제임스 카메론의 데뷔작 [피라냐 2]보다는 나은 영화가 될거라 믿습니다만..
4.저는 [죠스 2]를 TV로 먼저 접했습니다. 한때 TV에서 언제쯤 [죠스 2]를 해줄려나 목을 빼고 기다린 적이 있었는데 어느날 MBC에서 '죠스의 뒤를 잇는 어쩌구 저쩌구....'하길래 올것이 왔구나 싶어서 하루종일 주말의 명화 시간만 기다렸더랬습니다. 그런데 왠걸, 막상 TV에서 틀어준 영화는 [공포의 죠스]인지 [죠스의 공포]인지 좌우지간 듣보잡 케이블 TV용 영화더군요. 엄청나게 지루한 영화였지만 인형의 입에서 피를 뿜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납니다.
5.그러고 보니, [죠스]를 미끼로 하는 짝퉁 마케팅은 요즘도 계속되더군요. 참.. 할 말이 없습니다. [죠스 리턴즈]라니... 이 정체불명의 괴작은 [Hai-Alarm auf Mallorca]라는 독일 쌈마이 영화로 2004년 작품입니다. 사진의 괴물도 상어가 아니라 메갈로돈이라는 상어의 조상뻘 되는 생물이고... 이러다가 [죠스 비긴즈]도 나오는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 [죠스 2]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Universal Picture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죠스 2 코믹스 표지(ⓒ Marvel Comics. All rights reserved.), 지놋 슈와르크 사진(ⓒ 2009 Microsoft. All rights reserved.), 죠스 2 사운드 트랙 표지(ⓒ MCA Records. All rights reserved.), 죠스 2 신문광고(네이버 디지털 아카이브), 죠스 리턴즈(ⓒ Action Concept.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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