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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광의 공포 영화관 - 10점
김시광 지음/장서가


영화 블로거로서 아주 '조금' 알려지다보니 자주 받게 되는 질문이 있다. 아니, 하다못해 선자리나 소개팅 자리에 불려가 가뜩이나 말주변없는 내가 그나마 서로의 취향을 물어보던 중 영화에 대한 부분이 나오면 공통적으로 받는 질문이기도 하다. '어떤 영화를 가장 좋아하세요?'

물론 질문자는 별 생각없이 질문했거나 영화를 좋아하는 너라면 이 정도는 쉽게 답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도에서 물어본 것이겠지만 나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가장 난감하다. 구체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인지를 묻는 것인지, 아님 장르를 묻는것인지조차 모호한데다가 그렇다고 '뭐든지 다 좋아한다'는 것처럼 무성의한 대답도 곤란하지 않은가.

그럴때면 무심코 튀어 나오는 대답이 '나는 공포영화만 빼고 대부분 좋아한다'다. 사실이지 의례 공포영화하면 연상되는 피범벅 고어의 향연이나 발없는 처녀귀신이 나와 '내 다리 내놔~'하는 영화는 도무지 취향에도 안맞거나와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역겹다고 생각될 정도다. 그래서인지 내 블로그의 리뷰 중에는 공포영화에 대한 리뷰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시광의 공포영화관]이라는 책이 그토록 보고 싶었던건 무슨 심리였을까? 별로 즐기지도 않는 공포영화를 소재로 다룬 책을 봐봤자 장르물에 대한 애정이 당장 생길일도 없을텐데 말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아마도 공포영화라는 장르자체보다는 오랫동안 눈여겨 보아온 영화 블로거의 결실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김시광의 공포영화관]은 이글루스에서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블로그'를 수년간 운영해 온 Argento님(구 닉넴 Arborday)의 호러물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책이다. 마리오 바바를 히치콕보다 거장이라 생각하며, 김기영을 한국영화 최고의 명감독으로 꼽을 정도니 지은이의 공포영화 사랑이 어느정도인지는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저자의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블로그 화면 ⓒ Argento. All rights reserved.



혹자는 이 책이 공포영화를 위한 입문서라고 평할테지만 사실 나는 이에 동의하고 싶은 맘은 없다. 오히려 [김시광의 공포영화관]은 초보들을 위한 입문서라기 보단 공포영화 매니아나 또는 이미 입문단계를 지나 상당수 공포영화를 두루 섭렵한 관객들을 위한 참고서 내지는 '공유의 장'에 가깝다.

이 책은 각 영화속에 드러난 표현들이 의미하는 바, 즉 공포영화가 지니는 다양한 메타포를 조목조목 끄집어내어 친절한 해설을 풀어 놓고 있으며 이를 설명하기 위한 다량의 스포일러도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처음 영화를 접하려는 독자들에게는 이 책의 상세한 설명이 오히려 적합하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책을 읽고 나면 그냥 무심코 3류 슬래셔 무비로 치부했던 영화조차 새삼 다른 작품으로 다가올 정도로 지은이의 필력에 새삼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또한 분석적인 시각과 '내공'이라는 단어로는 모자를 만큼 방대한 지식의 향연에 놀랄 따름이다. 그리고 공포영화에 대한 선입견이 그러하듯 영화를 보는 시각이 일반적일 것이라는 예상도 다소 벗어나는 면모를 보여준다.

가령 프랭크 다라본트의 [미스트]를 '몬스터'가 아니라 '이성의 한계'라는 카테고리에 분류해 놓은 것이나 [렛 미 인]을 '뱀파이어'가 아닌 '로맨스'로 분류해 놓은 것도 틀에 박힌 영화의 해석이 아닌 지은이의 독창적이고도 색다른 접근법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책을 모두 읽고 난 지금 나는 공포영화라는 장르와 여기에 종속된 여러 영화들을 놓고 신나게 밤을 세워가며 열띤 수다를 떤 기분이다. 그만큼 [김시광의 공포영화관]은 영화매니아만이 이해할 수 있는 진솔함과 특유의 재치를 발견할 수 있는 책이다. 더불어 한권의 책을 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밑천이 필요한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 오히려 좌절감을 느낄 정도랄까.

공포영화라는 장르의 빈약한 기반만큼이나 B급 장르물의 다양성 자체가 결여된, 그리고 그것을 즐기는 관객층이 유난히도 얕은 국내 컨텐츠 업계에 이처럼 흔치않은 소재의 책이 나와준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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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파이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그러고보니 여기서 공포영화 리뷰를 못 본 것 같네요;;
    공포영화는 질색으로 싫어하지만 저 책은 왠지 끌리는군요^^

    2009.07.31 11:03
  2. 진사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디어 올려 주셨군요 ㅋㅋ
    헌데 영화매니아만이 이해할 수 있는... 이란 말이 좀 걸립니다. 호러영화 입문자가 보기에는 좀 많이 버거울까요? 저는 오히려 책을 살짝 보니 입문자에게도 가이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마냥 그렇진 않은가봐요 -_ㅜ;;

    아무튼 잘 읽었습니다 ㅎㅎ

    2009.07.31 11:03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흠... 사실 관점의 차이이긴한데.. 입문자가 보기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좀 많은 편이에요. 어찌보면 글쓰는 입장에서는 이게 참 딜레마입니다. 장르물에 대한 흥미를 돋구기 위해선 어느정도 영화의 해설과 내용설명이 필요한 법인데 깊이 들어가다보면 굉장히 중요한 장면을 건드리지 않을수 없거든요.

      실제 저도 이 책을 보고 아직 미감상이었던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감상했는데 (이 책을 보니 생각처럼 고어장면이나 잔인한 씬이 없는 범상치않은 작품이라는 확신이 서더군요), 결정적인 앤딩에 대한 스포일러 덕택에 감흥은 좀 떨어졌다능. 즉 책을 보고 영화에 흥미가 생겨 찾아보게는 되는데 막상 책에서 본 내용이 결정타인 경우가 제법 많습니다.

      입문용으로도 손색이 없지만 단순입문서라기엔 정보량이 상당히 많다는 것만 감안하심 될겁니다.

      2009.07.31 11:14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럼에도 저는 이런 상세한 책을 선호합니다. 어차피 그 많은 영화들을 다 찾아본다는 건 시간적으로도 불가능하고 말이죠.

      2009.07.31 11:15 신고
    • 진사야  댓글주소  수정/삭제

      음.. 그렇다면 일단 본 영화들에 대한 글부터 읽는 것으로 시작해야겠군요. 어느 정도는 다행이다 싶고요 :-)
      어제 서점에서 제값주고 질렀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프라인 서점 가서 제값주고 책 산 게... 이언 매큐언의 '속죄' 지른 이후로 거의 1년 반만이군요 -_-; 하도 인터넷서점에 익숙해 있다 보니 흑.

      2009.08.01 17:48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뭐 이번 서평단에 당첨되지 않았다면 서점가서 샀을겁니다. 의외로 이런 책이 빨리 절판되는데다가 자주 나오는 책들이 아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김정대님 같은 분의 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인데.... 흑... ㅠㅠ

      2009.08.01 18:41 신고
  3. 폭풍빛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무리 좋은 책이고, 좋은 영화라고 해도 저는 공포는 질색이에요 ㅠㅠㅠㅠ

    페니님도 충분히 책 내실 내공이 되실 거 같은데요 ㅎㅎ
    특히 괴작열전!!! ㅋ (이미 제의가 들어오고 있을지도?? ㅎㅎ;;)

    2009.07.31 14:11
  4. 무비조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위에서 페니웨이님이 언급하셨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영화를 거의 다봐서.. 책을 봐도 크게 무리가 없었는데...
    이 책을 공포영화 입문서로 생각하고 보시는 분들은 책 읽고 영화보면...
    내용을 너무 자세히 알아서 조금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더라구요...

    그래서 팁을 하나 드리자면 책을 사가지고 볼때 책에 나오는 공포 영화를 먼저 보고...
    책에서 그 공포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 이해도가 100% 상승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영화로 볼 예정이 없는 공포영화라면 책에 나오는 내용만 습득해도 거의 영화에 핵심적인 내용을 다 알 수 있기에 상당히 도움이 되겠죠^^

    2009.07.31 14:12
  5. 천용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책 재미있죠. 일단 영화를 많이 본 사람이라면 더더욱이요.

    2009.07.31 15:37
  6. Bondar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중에 페니웨이님과 공포영화 한 편 때려야겠군요*^^*

    2009.07.31 17:20
  7. tiamat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스트], 꽤 괜찮은 영화죠 ㅎㅎ(개인적으로 공포영화 무지 싫어함.)
    뭐, 내용 자체는 전형적인 스티븐 킹 소설 그 자체지만(원작자가 스티븐 킹이니 ㅎㅎ) 극한의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심리 묘사는 정말 최고더군요. 모든게 신의 심판이니 어쩌니하는 광신도 여성과 그에 동조해 미군 병사를 마트 밖으로 내쫓는데 동조하는 군중들, 그리고 라스트의 안개 밖으로 달아나려 하다 가도가도 사라지지 않는 안개에 절망해서 자살을 선택하는 주인공 일행(뭐, 은사부터 아들내미까지 다 죽여놓고 총알이 없어서 자살 못하는 건 개그였지만 --;..) 그리고 얼마 후 나타나서 이계의 생명체들 제거 작업하는 미군.... 그걸보며 절규하는 주인공....공포 영화 중 가장 인상적 라스트 신 2위였다고나 할까(1위는 지퍼스 크리퍼스 1탄..... 다 늦은 나이에 보고도 한동안 충격에 휩싸였었죠 ㅎㅎㅎㅎ)












    그나저나 이거 스포일러일라나...... 그것두 아~~~~~~주 심한.......

    2009.07.31 19:33
  8. 하로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입문자(?) 에겐 스포일러가 될 수 도 있다...라는 생각은 안해봤네요. -_-;;;
    대부분은 본 영화들이라 그저 공감대만 엄청 형성되어서 혼자 불끈 거렸는데...
    카툰 만들때도 그 점이 제일 어렵지요. 패러디를 하자면 내용을 알려야 하고 알리자니 그다지 대중적이지 않은 작품이 많고...
    뭐랄까...농담을 했는데 아무도 못알아듣고 그것을 설명해야하는 난감함과 초라함이랄까요. ㅋ.ㅋ
    여튼 저도 나와준데 대해 감사할 따름입니다. ^_^

    2009.07.31 23:24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뭐 그렇죠. 엄밀히 보자면 리뷰라는 것의 의미 자체가 다시 돌아본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영화를 본 분들과 공론의 장을 형성한다는 목적이 더 강하게 느껴질때가 있어요. 어느틈엔가 리뷰에 스포일러를 쓰면 죽일듯이 덤벼드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만... 암튼 저는 반전코드가 영화의 전부인 작품을 제외하고는 어느정도의 스포 정도는 용납하는게 글쓴이를 위해서도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2009.07.31 23:44 신고
  9. ssita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를 본 사람들이 더욱 공감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것에 동감합니다. 그것이 강점이기도 한 책이구요. 입문자를 위한 책이었다면 영화에 대한 깊은 얘기는 싣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고도 생각되네요. 그러나 이 책에 실려있는 영화평을 읽어본다면 공포영화가 그다지 천하지만은 않구나 라는 것을 잘 모르는 사람도 흥미를 가질 수는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어쨋거나 특정 장르의 영화에 대한 책이 꾸준히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국내에는 공포영화에 특화된 책이 특히 '귀'하잖아요. ^^

    2009.08.0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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