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관한 잡담

내 생애 최악의 시사회,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레드카펫 행사

페니웨이™ 2009. 6. 1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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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9일. 용산 CGV에서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의 프리미어 시사회가 열렸다. 이번 시사회는 여느 시사회와는 다소 달랐는데, 작년 [다크 나이트] 이래 최고의 대어급 영화가 가장 먼저 개봉한다는 점과 무엇보다 헐리우드의 거물 마이클 베이를 비롯, 샤이아 라보프와 메건 폭스가 함께 레드카펫 행사를 했다는 것이다.

특별한 시사회라는 것을 과시라도 하듯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의 프로모션 대행사는 이번 시사회의 티켓을 되도록 다양한 사이트에 20장 미만의 적은 좌석수만을 할당하는 방법을 썼다. 덕분에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마당에 할당된 티켓수가 워낙 적어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을 토로했고, 일부 시사회 관련 사이트에서는 무려 5만원 이상의 거금을 주고 시사회 티켓을 사고파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필자도 어렵사리 티켓을 확보에 현장에 참석할 수 있었으나(물론 필자가 5만원씩이나 주고 티켓을 산건 아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은 그리 편치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선 나중에 기회있으면 얘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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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CGV에 도착한 것은 5시쯤. 필자가 딱히 열성팬이어서 그런건 아니고 오늘따라 회사에 일이 없어 조금 일찍 퇴근해 현장에 도착했다. 아이파크몰에서는 레드카펫 행사를 위한 무대작업 및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조금 이른 저녁을 먹고 돌아와 보니 벌써부터 매표소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주최사가 다양했지만 배부된 티켓수가 작은 탓인지, 아니면 내가 워낙 일찍 도착해 그런것인지는 몰라도 티켓 배부에 걸리는 시간은 그리 크게 걸리지 않은 듯 하다. 여기까지만 해도 문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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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도 채 안되어 아이파크몰 레드카펫 행사장으로 내려가니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아마도 시사회에 초대받지 않은 사람들이 감독과 배우를 보기위해 행사장을 찾아 온 듯 했다. 몇몇 열성팬들도 눈에 띄었는데, 개중에는 오보봇의 심볼마크를 가면으로 만들어 쓰고 온 한 여학생도 있었고 (누군지 몰라도 학생, 나중에 크게 될거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추가: 이 가면의 주인공을 찾았음 ^^ 바로가기), 옵티머스 프라임의 해드 레플리카를 들고와 싸인을 기다리는 여성분(이 분도 찾았음 바로가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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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에 시작되는 본 행사까지는 아직 1시간이나 남은 상황이었지만 세계적인 스타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다들 아무소리 않고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는 듯 했다. 하지만 주최측은 종종 불안한 모습을 드러냈다. 한쪽으로 서던 줄을 예고도 없이 반대편으로 옮기라고 하질 않나, 심지어 줄을 서는 사람들이 새치기를 하던지 말던지 전혀 통제하는 요원도 없었다. 한때 소강상태를 보이던 비도 다시 내리기 시작해 환경은 점점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8시. 계획되었던 식전행사는 시작되지 않았다. 물론 어떤 안내방송도 없었다. 사람들은 무작정 비를 맞으며 기다렸다. 우산이 사람들의 시야를 가린다는 경호원들의 제지에 주최측이 준비한 우비를 입고 행사의 시작을 기다렸으나 빗줄기는 점점 거세지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이미 가져간 DVD에 사인을 받겠다거나 하는 팬들의 희망은 사라진 셈이다.

8시 30분. 예정보다 30분이나 늦게 행사의 사회를 맡은 개그맨 유상무가 무대에 올랐다. 왜 예정보다 30분이나 늦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해명이 없었다. 그냥 무작정 식전행사에 들어가 사람들이 별 관심도 보이지 않는 공연이 시작되었다. 물론 공연을 준비한 사람들의 노고가 충분히 묻어나는 자리었음에도 시기와 장소, 그리고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았다. 참을성없는 몇몇 여고생들은 '이제 그만해!'라고 소리치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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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계속 쏟아졌고, 공연자들과 사회자 유상무는 비를 흠뻑맞아가며 사람들의 주위를 모으는데 안간힘을 쏟았다. 특히나 한정없이 게스트를 기다리는 짜증은 유상무 본인에게서부터 묻어났다. 분명 계약과는 달리 감독과 배우들이 올때까지 예상에도 없는 '시간벌기'를 비까지 쫄딱 맞아가며 해야하는 그로서는 정말 분통터지는 일이었을 것이다. 나조차도 그랬을테니까. 준비한 공연 레파토리가 바닥나자 행사측은 감독과 배우들의 도착이 지연되었음을 그제서야 알렸고, 기다리던 사람들의 짜증지수는 점점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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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일정도 갑자기 바뀌어서 4,5관 영화는 예정시간보다 먼저 상영이 들어가 버렸고, 나머지 상영관의 관객들은 일단 레드카펫 일정이 끝나면 상영을 시작하겠노라고 간단한 안내가 나왔다. 사회자 유상무는 비에 흠뻑젖은채 기약되지 않은 주인공들의 도착시간까지 공백을 메꾸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심지어 중간중간 욕설을 섞어가는 위험스런 수위를 넘나들며 그 역시 인내의 한계를 경험하는 듯 보였다. 그럼에도 끝까지 주어진 역할보다 그 이상을 수행해낸 유상무에 대해선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10시 20분.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들이 도착했다. 젤 먼저 도착한 샤이아 라보프는 재빨리 걸음을 옮기며 무대로 올라가 유상무와 몇가지 농담을 주고 받았고, 뒤이어 마이클 베이와 메건 폭스가 입장에 사람들의 환호성을 자아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우중에서 밤늦게까지 자신들을 보러온 팬들의 반응에 사뭇 놀란 표정이었다. 역시 노련한 헐리우드 스타들 답게 짧지만 핵심적인 인사와 립서비스를 잊지 않았으나 그 오랜 시간 비를 쫄딱 맞아가며 기다린 팬들에 바램에 비하면 너무나도 짧은 등장이었다. 팬서비스보다는 행사를 어떻게든 빨리 끝내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달까.[각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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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마이클 베이 감독은 팬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전원 시사회를 보게 해주겠다며 립서비스를 날렸으나 이미 CGV측은 배우들이 행사장에 도착한 시점에서 상영을 시작하고 있었으니 이 무슨 코미디인가.[각주:2] 덕분에 레드카펫 행사를 지켜본 관객들은 영화가 시작된 지 무려 15분이상이 지난 시점에서야 극장에 들어가야 했고, 더더군다나 극장입구에서는 그 와중에서도 보안검색이라며 카메라 압수 및 휴대폰 디카에 스티커를 붙이며 입장시간을 지연시키는 뻘짓을 하고 있었다. 시사회장을 찾은 관객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결국 영화가 끝난 시간은 새벽 1시쯤이었다.

예정보다 1시간이나 늦어진 이날의 프리미엄 시사회는 시사회 티켓 분배에서부터 아마추어리즘의 극치를 보여준 행사였다. 극장측과 행사진행팀과의 의사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레드카펫 행사가 끝난후에 상영을 시작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그 비오는 와중에 현장에서 기다리는 군중에게 행사지연 및 개요, 진행순서에 대한 안내가 전무하다시피 방치되어 기본적인 매너도 지켜지지 않았다. 감독과 배우들은 레드카펫 행사의 기본적인 동선도 밟지 않고 허겁지겁 왔다가 순식간에 떠나 버렸고, 심지어 샤이아 라보프는 그 짧은 시간을 못참고 도중에 무대위에서 사라졌다가 마이클 베이와 메건 폭스가 도착하자 두 사람이 사라진 라보프를 불러내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개인적으로 배우 및 감독들의 무대행사에 한두 번 참석하는건 아니지만 어제의 행사는 내 생애 최악의 레드카펫이었다. 더군다나 [트랜스포머] 해외수익의 최대치 기록을 안겨준 한국에서의 행사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실망스러움을 감출수 없다. 행사장소의 선정이나 진행과정이 한심스러우리만치 허술함을 보였다.

어제의 해프닝은 CGV에서 무료관람권 1매씩을 나눠주는걸로 무마되었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것이다. 비단 어제의 악천후로 모든걸 변명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을. 그리고 8천원짜리 영화티켓 한 장으로 풀릴 만한 실수가 아니었음을.


P.S: 어제 비를 쫄딱 맞았더니 몸이 으실으실한게 몸살끼가 있는 것 같다. 우비를 입은 나도 이러한데, 행사진행하느라 비맞아가며 열변을 토한 유상무씨의 건강이 걱정된다.

P.S 2: 아 놔~ 하필 메건 폭스가 내 앞을 지나갈때 카메라 플래쉬가 충전대기에 걸리는 바람에 결국 사진을 담지 못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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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2009년 6월 둘째주 Daum View의 위클리 스페셜로 채택되었군요. 전화위복입니다.




  1. 이부분에 대해 첨언하자면, 이것또한 배우나 감독의 탓이 아닌 이유가, 극장측과 손발을 못맞춘 주최측이 이들을 이끌고 재빨리 무대인사에 올리려했기 때문이다. 결국 레드카펫은 레드카펫대로, 무대인사는 무대인사대로, 시사회는 시사회대로 엉망이 되어버린 꼴이 되고 만 것이다. [본문으로]
  2. 이 부분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듯 하여, 좀 자세히 부연하겠다. 마이클 베이가 언급한 당시의 말은 'free ticket'을 주겠다는 얘기였다. '어떤 방법으로 주게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하고 확실하게 지키겠다'라고 못을 박기까지했다. 문제는 이걸 번역하는 통역가가 '지금 당장 올라가 영화를 보세요~'라는 식으로 오역을 했다는 거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이미 상영이 시작된 시점에서 그 많은 군중들을 어떻게 들여보내겠다는 건지. 시사회에 이미 초대받은 사람들조차 극장앞에서 검문검색을 받고있는 상황에 이 무슨 촌극인지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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