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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특집 #4 : 엑스맨 3 - 과도한 액션에 묻혀버린 소수성의 고뇌

페니웨이™ 2009. 4. 2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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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특집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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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2]는 3편의 제작을 기정사실화 한 의미심장한 엔딩으로 끝을 맺었다. 이 시점에서 폭스의 중역들과 제작자 및 팬들은 3편의 연출을 브라이언 싱어가 맡을 것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실제로 싱어 자신도 '다른 영화를 찍고나면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모아서 3편을 만들 수 있을 듯 하다. 언젠가는 이 시리즈와 작별하겠지만 그래도 그때까진 즐기고 싶다'며 3편의 연출에 대한 긍정적인 의사를 피력했다.

 

그러나 [엑스맨: 최후의 전쟁](이하 [엑스맨 3]로 표기)의 제작이 가시권에 들어올 무렵, 팬들은 경악할 만한 소식을 듣게 된다. [엑스맨 1,2]의 주역인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작곡가 존 오트만을 비롯, 각본가인 댄 해리스와 마이클 도허티 등 [엑스맨]의 핵심 스탭들을 몽땅 이끌고 경쟁사인 워너 브라더스의 초대형 프로젝트 [슈퍼맨 리턴즈]를 만들겠다고 홀라당 나가 버린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Warner Bros. Pictures/ DC Comics. All rights reserved.


넘사벽급의 완성도를 갖춘 1,2편의 사령탑을 졸지에 상실한 [엑스맨] 3편의 계획은 출발부터 매우 불안해 보였다. 흥미롭게도 폭스측은 [엑스맨 3]의 감독을 선임하는데 있어서 묘한 승부수를 던졌다. 브라이언 싱어를 대신해 새로운 감독으로 영입된 인물은 브랫 래트너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슈퍼맨 리턴즈]의 초기 기획단계에서 감독으로 거론되었던 인물이었다. 서로의 위치를 바꾼 이들 두 감독의 인연은 2006년의 흥행시즌에 격돌하게 될 [엑스맨 3]와 [슈퍼맨 리턴즈]의 대결만큼이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브랫 래트너는 [엑스맨] 급의 대형 프로젝트까지는 아니더라도 [머니토크]나 [러시아워], [패밀리맨] 같은 작품들을 통해 무난한 연출력과 상업적 역량을 보여주었던 감독이었다. 더군다나 그가 두개의 속편 -[러시아워 2], [래드 드래곤]-을 성공적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엑스맨 3]로 갑작스레 합류한 핸디캡을 불식시키는데 어느정도 크게 작용하는 부분이었다. 무엇보다 브랫 래트너는 브라이언 싱어와는 다른 특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바로 '액션 연출'에 어느정도 일가견이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Marvel Enterprises/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엑스맨]의 새로운 사령탑을 맡게 된 브랫 래트너.



따라서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 될 [엑스맨 3]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로서는 부족한 액션씬의 보강과 스케일의 향상, 그리고 싱어의 [엑스맨]부터 계승되어 온 돌연변이들의 정체성에 대한 갈등과 일반인들과의 공존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결과만을 놓고 보자면 브랫 래트너의 [엑스맨 3]는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우선 [엑스맨 3]에는 시리즈 사상 가장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특히 싱어의 [엑스맨 1,2]에서 제외되었던 원작의 원년 맴버, 비스트와 엔젤의 본격적인 등장은 팬들의 환호성을 자아낼 만한 서비스적인 요소였다. 그 외에도 비중이 급격히 낮아진 로그를 대신해 새로운 틴에이저 엑스맨으로 등장한 '섀도우 캣'은 [엑스맨 3]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캐릭터가 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Marvel Enterprises/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섀도우 캣 역의 엘렌 페이지. [엑스맨 3]의 존재 이유는 키티의 썩소를 보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확실한 개성을 드러낸 캐릭터다. 결국 [엑스맨 3]의 성공 덕분에 엘렌 페이지는 단숨에 헐리우드의 유망주로 떠올랐고 얼마 안 있어 [주노]로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 후보에까지 오르는 저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캐릭터들의 범람은 이미 [엑스맨 2]에서 싱어가 우려했던 점, 즉 스토리의 핵심이 흐려지고 플롯이 산만해지는 부작용을 낳게 되었고 더군다나 일부 캐릭터들은 '얼굴마담'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채 소모적인 죽음을 맞이하거나 존재감이 축소되어 버렸다. (그 중에서도 엔젤의 실체를 확인한 일부 관객들은 예고편이 그저 거대한 떡밥에 불과했음을 알고서 분개했다) 싱어가 [엑스맨]에서 가장 핵심적인 캐릭터로 설정해 놓은 로그의 몰락과 1,2편에서 중책을 수행했던 미스틱의 어이없는 퇴장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Marvel Enterprises/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하지만 블록버스터급의 시각적 쾌감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점은 기존 1,2 편과는 다른 [엑스맨 3]만의 장점이다. 자신이 싱어보다 자신있는 부분은 역시 액션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듯 브랫 래트너는 정신없이 부숴지고 터지는 장면들로 영화를 가득 메우고 있으며 금문교 시퀀스같은 대형 액션씬을 마련해 놓았다. 전편에서 싱어와 충돌을 빚었던 할리 베리는 얼씨구나 이번 기회에 스톰의 비중을 높혀줄 것을 요구했고, 별다른 이의가 없었던 래트너는 그녀를 위한 액션씬을 왕창 쏟아부었다. 오죽했으면 스톰의 액션이 너무 잦다는 이유로 공들여 찍은 알카트라즈의 대규모 액션씨퀀스를 삭제하기까지 했겠는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Marvel Enterprises/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엑스맨 1,2]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었던 할리 베리는 감독의 교체라는 기회를 이용해 자신의 캐릭터인 스톰의 비중을 높여줄 것을 요구했다. 덕분에 [엑스맨 3]에서는 스톰의 전방위적인 액션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물론 돌연변이들의 고뇌에 대한 흔적도 어느 정도 남아있다. 영화속 '큐어'의 존재는 돌연변이의 특수성으로 일반인으로 변해가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엑스맨 3]에는 원작에 대한 애착이나 작가주의적인 욕심은 찾아볼 수 없다. 브랫 래트너는 브라이언 싱어가 이뤄놓은 토대위에 그저 자신의 장기인 상업적 포장기술을 덧씌워 보기에는 그럴싸한 오락물로 만들어 놓았을 뿐이다. 요컨데 브랫 래트너는 블록버스터의 법칙을 잘 이해하는 상업영화 감독임에는 틀림없으나 장인으로서의 창의성은 부족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브랫 래트너는 이만하면 나름대로 선방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 누가 [엑스맨 3]를 맡았더라도 브라이언 싱어를 능가할 만큼의 연출력을 보여줄 대안은 그리 많아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 크리스토퍼 놀란 정도면 모를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Marvel Enterprises/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한편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입장을 바꾼 두 감독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 [슈퍼맨 리턴즈]와의 승부는 놀랍게도 [엑스맨 3]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브라이언 싱어의 야심작 [슈퍼맨 리턴즈]는 평론가들의 극찬과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한 놀라운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기대치에 못미치는 (전세계 기준) 3억 9천만 달러의 수입을 기록한 반면, [엑스맨 3]는 4억 5900만 달러의 흥행 기록으로 전작에 못지 않은 흥행수익을 올렸다. (참고로 [슈퍼맨 리턴즈]의 흥행수입은 제작비인 2억 7천만 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서 일부 무지한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흥행 실패를 한 것이 절대 아니다. 흥행면에서 [엑스맨 3]가 좋은 결과를 거두긴 했으나 작품의 평가 자체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슈퍼맨 리턴즈]의 호평일색이었던 것에 비해 대조적인 현상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Box office MOJO. All rights reserved.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 될 것이라는 추측에도 불구하고 [엑스맨 3]의 마지막 쿠키 장면은 다분히 4편을 위한 포석을 깔아놓고 있었다. 이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으나 공식적으로는 4편의 제작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 팬서비스 차원으로 만들어진 시퀀스일 뿐이라고 알려진 상태다. 하지만 [엑스맨]이 007 시리즈처럼 장기화 되는 것을 원했던 제작자들의 바램처럼 실제 [엑스맨]의 정식 후속편이 나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엑스맨]의 다양한 세계관은 이제 막 확장되려 하고 있었다.

 

- 계속 -




* [엑스맨 3]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Marvel Enterprises/ 20th Century Fox.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슈퍼맨 리턴즈(ⓒ Warner Bros. Pictures/ DC Comics. All rights reserved.), 수익 비교 (ⓒ Box office MOJ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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