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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여름시즌의 빅3로 불리던 [스파이더맨 3],[슈렉 3],[캐리비안의 해적 3]가 기대이하의 모습을 보여 주어서 인지 시리즈 3편은 "식상한 영화'라는 고정관념이 생길만도 한데, 이런 와중에 또 한편의 3편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으니 이름하여 [오션스 13]. 잘 아시다시피 이 작품은 스티븐 소더버그가 감독하고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등 웬만한 영화들에서 원톱 주연이 가능한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득실대는 초호화 캐스팅 영화다. 옛날에야 [타워링]이나 [머나먼 다리]같이 호화 캐스팅을 한 영화가 꽤 많았지만 스타들의 개런티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요즘은 이런 영화를 접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면에서 오션스 시리즈는 눈길을 끈다.
오션스 시리즈의 매력은 이와 같이 스타들이 한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과 장르적인 특성, 즉 치밀한 계산하에 범죄계획을 완성시키는 하이스트(Heist)영화 특유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있다. 덕분에 [오션스 11]은 리메이크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작품은 [오션스 12]라는 제목으로 돌아와 케서린 제타존스와 뱅상 카셀이라는 또 다른 스타들까지 가세시키며 판을 키우게 된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맥빠진 스토리에 전편의 치밀한 각본은 어디로 갔는지, 스타들의 얼굴을 처다보는 것 외엔 별다른 특징없는 작품으로 상당한 원성을 샀다.
그렇기에 3편을 기대한 관객들이 많았든지 많지 않았든지 [오션스 13]이 전편에 비해 여러모로 불리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건 사실이다. 전편이 망쳐놓은 플롯의 엉성함을 어떻게 원래대로 돌려놓을 것인가 하는 본질적인 문제 외에도 줄리아 로버츠 라는 초특급 스타가 출연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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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션스 11]만 놓고 본다면 줄리아 로버츠는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캐릭터였을지 몰라도 [오션스 12]에서 보여준 그녀의 존재감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실제로 [오션스 12]하면 필자부터도 줄리아 로버츠와 브루스 윌리스가 나오는 '그 장면' 밖엔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엎친대 덮친 격으로 캐서린 제타존스마저 나오질 않는다니 자칫하면 영화가 꽃미남만 득실대는 '여성전용' 영화가 될지도 모를 판이었다.
놀랍게도 [오션스 13]은 알 파치노라는 거물을 영입한다. 여배우가 전무하다시피한 영화에 남성적인 카리스마가 좔좔 흐르는 알 파치노라니! 이건 좀 아니다 싶은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다. 이에 더해 이 작품에서는 앨런 바킨이란 여배우가 홍일점으로 등장한다. 명백한 미스 캐스팅이라고? 천만에! [오션스 13]의 재미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앨런 바킨은 속된말로 '한물 간' 여배우다. 톱스타 줄리아 로버츠나 캐서린 제타존스를 대신할 여배우라고 홍보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녀의 전성기는 1980년대~1990년대 초까지로 이후의 활동들은 극히 마이너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는데, [오션스 13]는 앨런 바킨 본인에게 있어서도 간만의 큰 작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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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의 전성기 시절, 인기의 절정에 섰던 영화가 1989년작 [사랑의 파도]다. 이 작품은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 거리던 알 파치노가 당당하게 재기에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중요한 영화로서 만약 이 작품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대부 3]의 마이클 콜레오네도, [히트]의 빈센트 반장도 만나지 못했을지 모을 일이다. 바로 이 시절 매력넘치는 두 남녀가 자그마치 18년만에 [오션스 13]에서 다시 공연하게 되는 것이다. 옛추억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뜻밖의 선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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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더해 오션스 시리즈의 터줏대감 가운데는 앤디 가르시아가 있다. 앤디 가르시아와 알 파치노, [대부 3]에서 마피아 가문의 일대기를 훌륭하게 마무리한 두 배우가 이젠 관록있는 중견배우로 다시 한 스크린에 그것도 무려 17년만에 선다는 사실 역시 영화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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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더 말해줄까? 앤디 가르시아와 앨런 바킨은 1988년작 [필사의 추적 (Blood Money: The Story Of Clinton and Nadine)]에서 공연한지 19년만의 재회다. 이렇게 세 배우의 이런 각기 다른 인연을 이 한 작품에서 돌이켜보는 재미야 말로 스타시스템이 총동원된 오션스 시리즈가 아니고선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인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많은 분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오션스 13]은 전작과 같은 엉성한 각본을 보여주진 않는다. 오히려 이 작품은 [오션스 12]보다는 [오션스 11]에 가깝다. 물론 시리즈의 특성상 진부함이라던가 억지스러움이 남아있긴해도 관객의 두뇌를 즐겁게 해줄 요소는 군데군데 잘 배치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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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아쉬움이라면 전작의 줄리아 로버츠 씬같은 포복절도할만큼 강한 코미디가 부족하다는 것. 물론 영화전반에 유머스러함이 줄줄 흐르긴 하지만 강한 한방이 좀 아쉽다. 이것으로 오션스 시리즈도 마지막이라고 하니 그러한 아쉬움은 좀 더 진한 여운을 남기게 마련이다. 올 여름 빅3의 실망스러움에 비한다면 [오션스 13]은 나름대로 기대치 만큼의 보상은 안겨준다. 이미 북미에선 [캐러비안의 해적 3]를 깨고 박스오피스1위를 탈환했다는 훈훈한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멋진 스타들의 활약상을 기대해 보시기 바란다.
* [오션스 13]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사랑의 파도(ⓒ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대부3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오션스 트웰브(ⓒ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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