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상 2005년 TV판 'Clone Wars'는 [클론워즈]로, 2008년 극장판은 [클론전쟁]으로 표기합니다.
- 클론전쟁에서 싸우셨나요?
- 그래, 예전에 제다이 기사였을때지. 네 아버지 처럼 말이다.
영화사상 가장 방대한 세계관을 가진 [스타워즈]의 마지막 작품인 Ep3. [시스의 복수]가 개봉된지도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무수한 팬무비와 외전들이 뒤를 잇기는 했지만 역시 조지 루카스의 '정통 스타워즈'를 대신할 만한 작품들은 나오지 않았지요. 혹시나 다른 후속편이 나오지는 않을까 하는 팬들의 기대를 뒤로한채 야속하게도 루카스 자신은 더 이상 [스타워즈]의 극장판 영화에 관심이 없음을 밝혔으며, 대신 3D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100부작의 TV판 [스타워즈] 시리즈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 오랜 기다림을 마감하고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클론전쟁]은 바로 루카스가 약속한 100부작 TV시리즈의 전주곡과 같은 작품입니다. 비록 [시스의 복수] 개봉 직전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된 [클론워즈]를 3D로 재구성하기는 했지만 내용면에 있어서는 2D버젼의 [클론워즈]와는 별개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으며, 또한 여러 가지 정황상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는 [스타워즈] 중 마지막 작품이 될 것임이 확실하다는 점에서 꽤나 의미깊은 작품입니다.
ⓒ Lucasfilm Ltd. All rights reserved.
그럼 여기서 의문. 왜 루카스는 '에피소드1' 이전도, '에피소드6' 이후도 아닌 Ep.2와 3 사이의 어정쩡한 연대를 선택했을까요? 그것도 두 번에 걸쳐서 말이죠. 이 점을 알기 위해서는 Ep.1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야심찬 프리퀄로 시작한 [보이지 않는 위험]은 [스터워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인물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유년시절을 다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문제는 [보이지 않는 위험]의 템포가 너무 늘어진다는데에 있었습니다. 루카스 감독은 시리즈의 도입부인 이 중요한 프리퀄의 첫작품에서 아나킨의 유년기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한 나머지 그가 프리퀄 제작을 위해 20년이나 기다렸던 가장 중요한 이유, 즉 '클론전쟁'을 보여주기 위해 영화기술의 발전을 기다려야 했던 목적을 퇴색시켜 버린 겁니다. 결국 Ep.2 [클론의 습격]에서 비교적 타이트한 전개로 클론전쟁의 서막까지 이끌어내는데는 성공했으나 정작 중요한 '클론전쟁'의 본론을 위한 시간 안배에 실패하고 만 것이지요. ⓒ Lucasfilm Ltd. All rights reserved.
클론전쟁과 아나킨의 배신, 황제의 등극, 제다이의 몰락, 루크와 레아의 탄생이라는 [스타워즈] 클래식과의 연결고리를 모두 담아내기에는 Ep.3라는 그릇의 크기가 턱없이 모자랐던 겁니다. 그 많은 이야기를 Ep.3에 억지로 담는다는건 비교적 느슨하게 시작한 프리퀄 3부작의 전체적인 균형에도 문제가 있을뿐더러 자칫하면 플롯에 과부하가 걸려 이야기가 완전히 망가져 버릴 위험이 있었지요.
여기서 루카스는 Ep.2와 3의 연계성을 살릴 것이냐, 아니면 클래식 3부작과의 관계를 살릴 것이냐 하는 문제를 놓고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결국 루카스 감독은 '클론전쟁'을 버리기로 결정합니다. 클론전쟁의 본론을 제거한다면 Ep.3에 가하지게 될 부담도 상당부분 감소될뿐더러 클래식 3부작과의 연계성을 강화하는데 한결 많은 부분을 할애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작품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생각할 때는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었겠지요. 결과적으로 이러한 선택은 프리퀄의 새로운 관객층보다는 클래식 3부작의 올드팬들에 대한 배려가 더 컸다고 봅니다.
덕분에 [시스의 복수]는 프리퀄 3부작 중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팬들의 극찬을 받는 가운데 막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프리퀄 3부작의 핵심인 클론전쟁의 본론을 빼 버린건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지요. 궁여지책으로 만든 것이 바로 2D버전의 [클론워즈]였지만 이는 Ep.2와 3 사이의 공백을 이해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하는 미봉책이었을뿐 결코 클론전쟁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작품은 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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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루카스 감독은 자신이 포기해야만 했던, 그러나 꼭 보여주고 싶었던 클론전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게 됩니다. 서론에서 이 작품이 100부작 TV시리즈의 전주곡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요, 사실 100부작 TV시리즈가 Ep.2와 3사이의 내용을 주로 다루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클론전쟁]은 루카스 감독의 이러한 아쉬움을 단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루카스의 바램과는 별개로 [클론전쟁]은 기존의 '극장판' [스타워즈] 영화와는 많은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몇가지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스타워즈] 상영작들 중 유일하게 20세기 폭스사에서 배급을 맡은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워너 브라더스의 로고가 뜬다는 점.
2. 유일하게 존 윌리엄스가 작곡을 맡지 않았다는 점.
3. 마스터 요다의 성우를 맡았던 프랭크 오즈가 빠지고, 대신 톰 케인이 요다 역을 맡았다는 점. (케인은 과거 '스타워즈' 게임에서 요다와 그외 캐릭터의 성우를 맡은바 있으며 2005년 TV판 [클론워즈]에서도 요다 역을 맡았음.)
4."I've got a bad feeling about this" 라는 대사가 사용되지 않은 유일한 극장판 [스타워즈]라는 점.
5.박스오피스에서 개봉주말 1위 달성에 실패한 유일한 작품이라는 점.
6.유명한 오프닝 크래딧도 기존 [스타워즈]와는 다르다는 점.
7.극장판 [스타워즈]중 유일하게 조지 루카스가 각본을 쓰지 않았다는 점.
위에 열거한 사실들만 하더라도, [스타워즈]의 전통을 무시한 [클론전쟁]은 일관성을 중시하는 팬들에게 있어서 상당히 불만족스런 부분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클론전쟁]이 에피소드 2.5에 해당하는 정통 스타워즈 계열에 포함되는 작품이기는 하나, 조지 루카스 자신도 이 작품을 자신이 기획한 [스타워즈] 중에 걸작의 반열에 들어갈 정도로 큰 기대감을 가진 작품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클론전쟁]은 2008년 가을에 방영될 TV 시리즈의 전주곡이자, 홍보효과를 노린 팬서비스의 성격이 강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겠지요.
전작인 [클론워즈]와 비교해 본다면 [클론전쟁]의 퀄리티는 매우 뛰어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단 말도안 되는 과장법(이를테면 마스터 윈두가 말그대로 일당백으로 드루이드들과 접전을 벌이는 장면 같은...)이 절제되어 있고, 캐릭터 디자인도 [클론워즈]에 기초를 두되, 실제 배우들과도 조화를 이루는 선에서 리모델링되어 '미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거부감을 다소 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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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베오울프]나 픽사 애니매이션의 경이적인 기술력을 보아온 관객들은 [클론전쟁]에서 등장하는 CG 캐릭터들의 딱딱 끊어지는 움직임에 다소 불만을 표출할지 모르겠는데요, 이 점은 조지 루카스가 애초에 의도했던 점입니다. 루카스는 앞서 언급한 CG 애니메이션의 (실사에 가까운) 리얼한 모습보다는 작품과 캐릭터의 유니크한 스타일을 고집했기 때문에 [클론전쟁]의 CG는 다소 인형극에 가까운 느낌을 주도록 제작되었습니다.
문제는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극의 짜임새 인데요, 이미 [시스의 복수]를 통해 [스타워즈] 특유의 짜릿한 서사적 네러티브를 경험한 팬들에게는 [클론전쟁]의 내용이 매우 싱겁다고 느껴질 것입니다. 이는 아마도 [스타워즈] 최초로 PG-13 등급을 받은 [시스의 복수]의 눈높이와 다시 PG 등급으로 돌아간 [클론전쟁]의 지향점이 다소 다르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클론전쟁]의 전체적인 느낌은 저연령층을 위한 작품임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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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론전쟁]의 이같은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다소 의심스럽습니다. 저연령층을 공략해 새로운 스타워즈 팬의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기에는 무리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는 [스타워즈]라는 작품 자체가 너무 고전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개인적인 바램으로서는 차라리 올드팬들을 겨냥해 기존에 구축해 놓았던 [스타워즈]의 아우라를 현상유지만 하더라도 성공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클론전쟁]은 나름 애니메이션이 주는 특유의 재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사판에서는 너무 가벼워서 사용해지 못했을 그런 유머들이 사용되고 있거든요. 아마 올 여름 [쿵푸 팬더]를 보신 분들은 시푸와 타이렁의 애증관계를 회상하는 씬에서 타이렁의 유아기적 모습을 보며 '꺄악~ 귀여워 ♡' 하셨을 텐데요, 은하계의 악당 '자바 더 헛'의 아들 '스팅키'의 귀여움에 비슷한 반응을 보이실 겁니다. 그 밖에도 아나킨과 그의 파다완 '아소카'의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꽤나 앙증맞다고나 할까요. 반면 우주공간에서 벌어지는 전투씬은 실사판을 방불케하는 스팩터클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클론전쟁]을 놓고 봐서는 이 작품과 향후 제작될 TV판 스타워즈 100부작이 클래식 3부작의 팬들보다는 프리퀄 3부작의 팬들을 의식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렇다고 [클론전쟁]이 형편없다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썩어도 준치라고, [스타워즈]의 이름을 걸고 있는 작품이니만큼 액션이나 볼거리는 충분히 이름값을 합니다. 또한 '클론전쟁'의 실체를 보여주려는 애초의 의도대로 이 작품에서 클론 트루퍼스의 역할은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의례 대작들이 그러하듯 [스타워즈]의 팬들이 가질 기대치가 꽤 높을 것이므로 그 기대를 조금만 낮추고 관람에 임하시길 권합니다.
* [클론전쟁]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Lucasfilm Ltd.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스타워즈: 보이지 않는 위험, 스타워즈: 클론워즈 (ⓒ Lucasfilm Ltd.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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