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별 섹션/배트맨 시리즈

배트맨 비긴즈 - 리얼리즘과 결합한 어둠의 기사

페니웨이™ 2008. 7. 25. 18:08
반응형


배트맨 특집 No. 3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왜 하필 박쥐죠?  
- 내가 무서워 하는 거니까.. 적들과 공포를 공유해야지.

- [배트맨 비긴즈] 중 알프레드와 브루스의 대화.



1.정체된 배트맨 프로젝트

[배트맨과 로빈]을 제작하면서 조엘 슈마허는 (팀 버튼이 빠진) 자신만의 [배트맨]이 실패할 것이라는 의심은 하지 않았다. [배트맨과 로빈]은 무려 1억 2천 5백만 달러의 제작비를 지원받고 있었고, 아놀드 슈왈제네거 같은 당대 최고의 슈퍼스타까지 합류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후속작에 대한 계획까지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었다.

[배트맨과 로빈]의 차기작은 [배트맨 트라이엄펀트 (Batman Triumphant)]로서 이미 3편의 출연에 동의한 조지 클루니와 크리스 오도넬 콤비가 배트맨-로빈 콤비로 등장할 예정이었으며, 새로운 메인 악당으로는 허수아비가 등장할 예정이었는데 이 역에는  제프 골드블럼, 스티브 부세미, 크리스토퍼 로이드, 니콜라스 케이지 등이 거론되었으며, 또다른 게스트로서 조커 역의 잭 니콜슨을 일부 회상장면에 재등장시킬 계획도 세웠다. 바로 조커의 딸로 설정된 할리 퀸이 서브 캐릭터로 등장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JOKER/HARLEY TANGO ⓒ ALEX ROSS

[배트맨과 로빈] 차기작의 악당은 할리 퀸?


[배트맨 트라이엄펀트]는 2001년에 개봉될 예정이었으나, 이 꿈같은 프로젝트는 그야말로 한 여름밤의 꿈이 되고 말았다. [배트맨과 로빈]이 완전 쪽박을 찼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도 [배트맨]의 후속작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어 왔다. [배트맨: 다크나이트]를 비롯해, 애니메이션의 실사버젼인 [배트맨 비욘드], [배트맨 대 슈퍼맨]등 지속적인 계획안이 제시되었으나 막상 실행에 옮겨지지는 못했다.


2.배트맨: 원년

[배트맨]의 차기작이 난항을 겪게 되자, 조엘 슈마허는 자신의 [배트맨과 로빈]이 실패한 이유가 너무 아동친화적이었다는 것에 착안해 '하드코어한 배트맨을 만드는건 어떻겠소?'하며 워너측에 또다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는 프랭크 밀러의 원작 '배트맨: 원년' (Batman: Year One)을 영화에 맞춰 각색한 스크립트를 내놓았으며, 워너의 제작자들은 이 계획안을 가지고 신중히 검토했으나 이 원작만으로는 너무 '폭력적'이라 영화화에 무리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배트맨: 원년'의 원작은 1970년대의 범죄물, [택시 드라이버], [프랜치 커넥션], [서피코], [데쓰 위시] 등의 영향을 받았었는데, 이 내용을 그대로 영화화 했다가는 '최초의 R등급' [배트맨]이 등장할 판국이었다.

ⓒ DC Comics. All rights reserved.

[배트맨 비긴즈]의 초석이 된 '배트맨: 원년'


하지만 '배트맨: 원년'의 스토리는 상당히 매력적인 것이었다. '배트맨: 원년'에 기초하되, 폭력적인 부분을 최대한 삭제하고 대신 다른 원작에서 따온 설정들을 덧붙여 아동취향을 버린 진지한 배트맨으로 돌아가는 것에 동의한 워너 사는 마침내 2003년 3월, [메멘토]로 천재적 연출감각을 드러낸 신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계약을 체결했다.

이때만해도 워너측은 새로운 배트맨이 팀 버튼 계열의 후속작 형태로 제작되는 것이라고 여겼다. (실제로 [배트맨 비긴즈]의 프로젝트명은 '배트맨5'였다) 그러나 아직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배트맨의 차기작을 맡게 된 놀란은 이번 작품이 '배트맨'을 재창조하는 것이 되길 바랬다. 그는 캐릭터의 기원에 보다 초점을 맞추었으며, 이전 영화속에서 결코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새로 들려주길 원했다. (덕분에 영화상에서 배트맨이 등장하는 것은 영화가 시작되고 무려 1시간이나 지난 후다.)

ⓒ Warner Bros. Pictures/ DC Comics. All rights reserved.

천재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그는 배트맨의 탄생과 기원에 대한 심층적인 줄거리에 보다 관심을 가졌다.


놀란과 각본가 데이빗 S. 고이어가 무엇보다도 중점을 둔 점은 바로 '리얼리티'였으며, 기존의 배트맨 영화들이 스타일에 보다 중점을 두었다면, 놀란은 자신의 작품에서 드라마에 중점을 두었다. 이런 그에게 영감을 준 것은 다름아닌 리처드 도너의 1978년작, [슈퍼맨]이었는데, 캐릭터의 성장에 큰 비중을 할애한 [슈퍼맨]처럼 놀란은 관객들이 단지 '배트맨'만이 아니라 인간 '브루스 웨인'에게도 동일한 관심을 가지고 영화를 보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배트맨의 기원에 대해 놀란에게 영감을 준 작품은 1989년에 출간된 "Batman: The Man Who Falls"였고, 이 작품에서 브루스 웨인은 부모님을 잃은 후 세계를 돌면서 각종 무술을 익히며 다시 고담시로 돌아와 배트맨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서술한다. [배트맨 비긴즈]의 초반부는 바로 "Batman: The Man Who Falls"의 플롯을 상당부분 채택한 것이다.


3.캐스팅

제작진과 놀란은 이번 [배트맨 비긴즈]에서 새로운 배트맨 역을 젊고, 대스타는 아니지만 연기력이 뒷받침되는 재능있는 배우에게 맡기길 원했다. 그 과정에서 빌리 크루덥, 제이크 질렌할, 킬리언 머피 등이 물망에 올랐으나, 놀란은 크리스천 베일에게 눈을 돌렸다. [아메리칸 사이코]부터 [샤프트], [머시니스트]에 이르기까지 음침한 분위기를 드러낸 베일은 [이퀄리블리엄]에선 히어로의 역할도 소화해낸 바 있었다. 확실히 베일은 제작진이 찾고 있던 빛과 어둠의 절묘한 균형을 이루는 배우였다. 배트맨 역에 캐스팅 될 당시 베일은 [머시니스트]의 촬영을 위해 무려 30kg을 감량한 상태라 브루스 웨인의 배역에 맞는 체격을 만들기 위해 개인 트레이너를 구해 본격적인 몸 만들기에 들어갔다.

© Paramount Classics/ Warner Bros. Pictures & DC Comics. All rights reserved.


한편 배트맨을 돕는 알프레드 집사역에는 명배우 마이클 케인이, 브루스의 스승이자 궁극적으로는 악역이 될 듀카드 역에는 리암 니슨이 출연해 [스타워즈 Ep.1]에서 보여준 멘토의 역할을 다시금 맡게 되었다. 배트맨 역으로 물망에 올랐던 킬리언 머피는 또다른 악역인 허수아비 역으로 캐스팅되었는데, 특히 허수아비는 [배트맨 트라이엄펀트]부터 줄곧 [배트맨] 후속작의 메인 악당으로 거론되어 온 캐릭터여서 주목을 받았다. 그 외에도 모건 프리먼, 게리 올드만, 와타나베 켄, 룻거 하우어, 케이티 홈즈 등 주조연을 막론하고 [배트맨 비긴즈]의 캐스팅은 역대 [배트맨]의 배역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4.공포와 맞서는 배트맨의 리얼리티

실제로 [배트맨 비긴즈]는 팀 버튼 계열의 [배트맨]시리즈와는 달리 철저한 '리얼리티'를 바탕에 깔고 있다. 일례로 배트맨이 타고다니는 배트카는 잘빠진 스포츠카가 아니라 탱크에 가까운 투박함을 보여주며, 허수아비 또한 주문제작된 코스튬이 아니라 푸대자루를 뒤집어 쓴 '원초적인' 모습으로 등장해 훨씬 실감나면서도 현실적인 캐릭터가 되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계획한 대로 [배트맨 비긴즈]는 무게감 있으면서도 리얼리즘에 바탕을 둔 서사극으로 변모한 것이다.

ⓒ Warner Bros. Pictures/ DC Comics. All rights reserved.

[배트맨 비긴즈]의 허수아비. 역대 배트맨의 악당들과는 달리 리얼리즘에 바탕을 둔 캐릭터로서 만화적인 인물이라기 보다는 현실세계의 악당에 훨씬 가깝다. 이같은 캐릭터의 변화는 향후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이 추구할 방향성을 어느정도 짐작케 한다.

또한 '이중적 자아'의 고뇌에 초점을 맞춘 팀 버튼의 [배트맨]과는 달리 [배트맨 비긴즈]는 '공포'라는 테마에 초점을 두었다. 이는 브루스 웨인이 왜 '박쥐'를 선택해 자신의 또다른 내면세계를 표출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함과 동시에 부모의 죽음으로 인해 얻게 된 트라우마를 극복해 나가는 브루스 웨인의 내면세계를 설득력있게 표현하는 역할을 했다. 이로서 [배트맨 비긴즈]는 액션 블록버스터의 모습을 띄고 있으나 심리극의 요소까지 갖춘 진지한 드라마로 복귀할 수 있었다.


5.팀 버튼 시리즈의 연장선?

[배트맨 앤 로빈] 이후 8년만에 돌아온 [배트맨 비긴즈]는 비록 팀 버튼의 진지함으로 돌아오긴 했으나 사실상 이 작품은 프리퀄이 아니다. [배트맨 비긴즈]의 개념은 '리셋'에 가까우며 이는 '조 칠'이라는 캐릭터와 조커(혹은 잭 네피어)를 완전히 분리해 냄으로서 보다 분명해졌다. 팀 버튼의 작품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B급 취향의 천박함도 완전히 제거되었다.

ⓒ Warner Bros. Pictures/ DC Comics. All rights reserved.

조커의 등장을 암시하는 마지막 장면. 이는 [배트맨 비긴즈]가 팀 버튼의 [배트맨]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착각을 일으켰지만 본질적으로는 정반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속편인 [다크 나이트]에서 놀란은 '잭 니콜슨'을 지울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트맨 비긴즈]는 팀 버튼 계열의 배트맨과 다르다는 것을 굳이 강조하지는 않았다. 마지막 조커의 등장을 암시하는 장면도 어딘지 모르게 팀 버튼의 [배트맨]으로 연결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지만 분명한 점은 [배트맨 비긴즈]를 [배트맨 앤 로빈]으로 끝장난 배트맨의 후속편으로 보는 (이를테면 [배트맨5] 라든가.. ㅡㅡ;;) 시각은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6.시리즈의 성공적인 부활

[배트맨 비긴즈]는 미국에서만 오프닝 주말 3일동안 4,875만불의 수입을 기록,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흥행 대박을 터트렸다. 더군다나 [배트맨과 로빈]으로 배트맨 시리즈에 대해 싸늘한 눈길을 보냈던 평론가들도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으로 배트맨의 새출발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리즈의 성공적인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엇다.

ⓒ Warner Bros. Pictures/ DC Comics. All rights reserved.


이제 [배트맨 비긴즈]는 때아닌 '비긴즈'의 신드롬을 영화사업 전반에 확대시켜 이로 인해 [007 카지노 로열]이나 [한니발 라이징] 같이 주인공의 기원을 다룬 영화들이 등장하는데에도 일조했다.
[배트맨 비긴즈]는 그 자체로도 완성도가 높았지만 속편을 암시하는 소소한 디테일을 찾는 팬들에게 있어서 또다른 재미를 안겨 주었다. 속편을 위한 복선을 크게 나누면 다음과 같다.

1) 지방검사 핀치의 죽음: 이는 매우 간단하게 다루고 넘어갔지만 실은 새 검사로 부임할 하비 덴트의 등장을 암시하는 복선이다.

2) 허수아비의 도주: 악역이지만 허수아비는 유일하게 생존을 보장받은 캐릭터다. 영화의 마지막에 고든 서장은 그가 '아캄의 죄수 절반을 풀어줬다'는 얘길 하는데, 이는 비단 [다크 나이트]만이 아니라 이때 풀려난 각종 범죄자들이 몇편이 될지 모르는 속편들 속에서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다는 설정이 되었다. 물론 살아남은 허수아비 역시 속편에 등장할 확률이 비약적으로 커졌다.

3) 조커의 카드: 조커의 카드를 보여주면서 끝내는 엔딩의 강렬함은 속편의 제작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로인해 사실상 [배트맨 비긴즈]는 팀 버튼 계열의 배트맨과 완전히 결별할 수 있는 포석을 깔아놓았다.


이제 [배트맨 비긴즈]의 씨퀄에 대한 무성한 소문은 끊임없이 팬들사이에서 회자되었으며, 그 실체도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팬들이 [배트맨 비긴즈]의 속편을 보기까지는 3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홍보기획자들이 정교하게 뿌려놓은 무수한 떡밥과 함께 말이다.


-계속-



* [배트맨 비긴즈]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Warner Bros. Pictures/ DC Comic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조커와 할리퀸 (ⓒ ALEX ROSS " JOKER/HARLEY TANGO "), 머시니스트(© Paramount Classics. All Rights Reserved.), 배트맨: 원년(ⓒ DC Comics. All rights reserved.)

배트맨 리뷰 목차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