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열전(怪作列傳)

괴작열전(怪作列傳) : 100 밀리언 B.C - 아이디어는 쓸만했던 10000 B.C의 짝퉁영화

페니웨이™ 2008. 4. 2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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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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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 전문감독 롤랜드 에머리히가 발표한 [10000 B.C]는 매머드나 검치호랑이가 인간과 공존했던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한 스팩타클 대작으로서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상대적으로 경쟁작이 없는 비수기라는 점도 그랬지만 일단은 스케일 하나만큼은 보증하는 감독이니 나름 기대치도 컸던게 사실입니다. 전작인 [투모로우]의 완성도도 기대 이상이었고 말이죠. 작년의 [300]이 그러했듯, 그해의 첫 블록버스터에 대한 관심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아시다시피 참혹했습니다. 평론가들은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혹평을 퍼부었고 '그래도 에머리히 감독의 작품이라면 극장관람은 필견이지'라고 생각했던 관객들도 뒤통수를 얻어맞는 배신감을 느낀채 극장문을 나서야만 했습니다. 아무래도 철저한 고증자체가 불가능한 유사이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잘빠진 영화를 만들기란 불가능한 것일까요?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실망스러웠던 선사시대 블록버스터 [10000 B.C]


결과야 어찌되었든 간에 [10000 B.C]가 2008년 대작급 영화의 첫 포문을 연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메이저 영화의 유명세에 편승한 짝퉁 영화가 어김없이 등장한다는 것도 만고불변의 법칙이지요. [아이 엠 오메가] 이후 이제는 절대로 보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어사일럼'에서 또다시 짝퉁 목버스터를 발표했습니다. 제목은 [100 밀리언 B.C] ㅡㅡ;; (사실 북미에서는 아직 판매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베이에서도 호주쪽 판매자만 판매를 시작했더군요.)

사실 저는 지난번 [아이 엠 오메가]때 답글을 달면서 어사일럼의 차기작으로 [인디아나 존스]나 [아이언맨]의 짝퉁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예측을 내놓았었는데요, 그때는 [10000 B.C]의 존재를 깜박하고 있었던 겁니다. ㅡㅡ;; 역시 어사일럼, 예사롭지 않은 치밀함을 과시한다니까요. 이렇게 지칠줄 모르는 어사일럼의 목버스터에 하염없는 눈물이 흐릅니다.

ⓒ ebay.com All rights reserved.


노력이 가상해서라도 봐줘야 하는 것인지.. 미운정 고운정이 들어서 그런것인지, 이제는 어사일럼의 차기작이 뭐가 될지 궁금해 미칠지경이라면 이거 뭔가 문제있는거 아닌가요? 사실 괴작열전에 이같은 B급 비디오영화를 소개한다는게 어찌보면 반칙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사일럼의 작품만큼은 그 철저한 짝퉁 정신이 존경스러워서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는..

 

[100 밀리언 B.C]는 '기왕 짝퉁으로 승부하는거 까짓것 제목이라도 스케일을 키우자'는 생각에서인지 [10000 B.C]보다 무려 만배나 더 오래된 시기를 배경으로 선택합니다. 그렇다고 기원전 1억년전을 무대로 (실제로는 그보다 못한 7천만년전입니다) 90분간 주구장창 떠들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번에는 약간 머릴 썼더군요. 일단 내용을 보시겠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암벽등반을 하던 한쌍의 남녀가 우연한 기회에 암벽 사이에 뚫린 동굴속에서 벽화하나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장면이 바뀌면서 일련의 해병 특전대가 어떤 장소에 집합합니다. 그곳에서 브리핑이 이뤄지는데 자신을 프랭크 박사라고 소개한 한 노신사가 놀랄 만한 사실을 이야기 하게 됩니다.

ⓒ The Asylum. All Rights Reserved.


1943년의 '필라델피아 실험'에서 스탤스 기술을 개발하던 중 우연히 시공간을 오갈 수 있는 전자기적 방사선 현상을 발견했다는 것인데요, 그 이후로 박사는 연구를 거듭해 마침내 1949년 자신의 형인 에릭을 포함해 과학자와 군인으로 구성된 조사팀을 약 7천만년전 선사시대로 보냈지만, 그들을 다시 데려오기 위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결국 귀환하지 못했던 겁니다.

 

프랭크 박사는 전 생애를 바쳐 단점을 보완하고 오류를 수정해 형을 다시 데려오는 일에 몰두해서 살아왔는데, 에릭 일행이 무사히 텔레포트에 성공해서 살아있는지도 확인 할 수 없어 절망하던 중에 서두에서 발견한 아르헨티나 암벽의 벽화가 그들이 당시에 생존해 있었다는 유일한 증거였던 것입니다. 그 옆에는 프랭크를 원망하지 않는다는 에릭의 메시지도 적혀 있었기 때문이지요.

이제 해병대 특전대로 구성된 구출팀과 프랭크 박사는 에릭 일행이 도착한 연대로 돌아갈 작전을 세웁니다. 물론 기술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연대를 꼭집어 갈 수는 없다는군요. 나머지는 운에 맞길 뿐. 어쨌든 그들은 무사히 7천만년전으로 시공간을 이동합니다. 그러나 구출팀을 기다리고 있던건 낯선 환경과 무시무시한 식인식물, 그리고 공룡들이었습니다.

ⓒ The Asylum. All Rights Reserved.


해병 특전대라는 칭호가 무색하게 구출팀은 하나둘 공룡의 먹이감이 되어 사라지고 거의 전멸하기 직전, 활과 창으로 무장한 한무리의 남녀가 나타나 공룡을 물리치고 특전대 일행을 구해냅니다. 놀랍게도 그들은 텔레포트 되었던 에릭 일행이었습니다. 무려 6년이나 이 원시시대에서 생존하며 적응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재회의 기쁨도 잠시, 이들은 다시 거대 공룡의 위협속에 드디어 현대시대로의 텔레포트를 감행합니다. 텔레포트의 단점은 누군가가 남아서 웜홀의 입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프랭크 박사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며 스스로 자원해 그곳에 남습니다. 그러나 이내 공룡의 습격을 받고 말지요.

한편, 무사히 현대로 돌아온 에릭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곧이어 상상하지 못할 무시무시한 일이 발생합니다. 에릭일행을 끊임없이 위협했던 바로 그 육식공룡이 웜홀을 타고 현대로 오게 된 것입니다. 이제 LA시대는 일대 혼란에 휩싸입니다. 과연 에릭일행은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까요?

ⓒ The Asylum. All Rights Reserved.


스토리를 읽으시면 아시겠지만 어사일럼의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100 밀리언 B.C]는 의외로 그럴싸한 플롯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목만 비슷할 뿐이지 [10000 B.C]와는 완전히 다른 설정을 가진 영화이지요. 하지만 어렴풋이 느껴질런지는 몰라도 정부의 주도하에 시공간을 넘나드는 비밀계획을 진행했더라는 설정은 다분히 롤랜드 에머리히의 전작 [스타게이트]를 모방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또한 거대공룡이 대도시 한복판에 상륙해 난동을 피운다는 것도 실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쥬라기 공원2: 잃어버린 세계]에서 한번 써먹었던 이야기이지요.

 

하지만 이 둘을 교묘하게 섞어서 이야기를 엮은 솜씨는 짝퉁영화치곤 제법 쓸 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영화의 완성도인데요, 정말이지 이 회사, CG 기술자들은 어디 학생들을 데려와 알바로 고용해 만드는 것인지 조잡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특히 영화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공룡의 경우는 사실 [쥬라기 공원]급의 정교함까지는 기대하지 않더라도 뭔가 위협적이고 공포스런 맛이 있어야 하는데 이건 오히려 탈바가지 쓰고 스턴트맨이 연기하는 것 보다 어설프니 도무지 눈뜨고는 못봐줄 정도입니다.

다만 도입부와 원시시대로 돌아가 벌어지는 일들이 소개되는 전반부, 그리고 현대로 돌아와 겪게되는 사건들인 후반부가 적절하게 시간분배가 되어 있어 조금만 더 신경써서 만들어 줬더라면 꽤나 봐줄 만한 B급영화가 될 수도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 The Asylum. All Rights Reserved.


가령, 애초에 시간여행을 6개월이나 1년전이 아닌  7천만년전으로 설정한 이유가 타임 패러독스로 인한 역사왜곡을 최소한 하기위해 유사이전으로 보냈더라는 설정이나, 시간여행을 한 장소에 장애물이 있어서 텔레포트 된 주체와 융합되어 버린다는지 하는 제법 과학적인 장면들은 나름 각본에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이는데다 마지막에는 타임 패러독스를 응용한 나름대로 신선한 반전코드가 있어서 단순히 짝퉁영화로 묻히기에는 아까운 아이디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어사일럼의 짝퉁영화가 계속 나올 수 있는건 전 연령대가 시청가능할 정도로 폭력묘사나 성적코드가 극히 절제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누가봐도 영화에 돈을 안들인 티가 날 정도로 저렴한 제작비들 들여 영화를 완성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의 부가판권시장의 규모와 미국인들의 단순한 국민성을 생각한다면 짝퉁영화라도 틈새시장을 얼마든지 공략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과거 1990년대 한국에서 유행했던 남기남 감독님 스타일의 영화가 바로 이러한 케이스에 해당한달까요. 뭐 이미 부가판권시장이 죽어 버린 한국에서는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 방법이 되었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어사일럼의 짝퉁 목버스터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그리고 제가 예언한 대로 이미 어사일럼은 [인디아나 존스]를 짝퉁화시킨 '어떤 작품'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후후후...

P.S:

ⓒ The Asylum. All Rights Reserved.

아무래도 삼성과 어사일럼은 뭔가 있는것 같습니다. 지난번 [몬스터]리뷰때 등장한 삼성 전광판을 PPL이라고 보는건 좀 억측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엔 삼성 핸드폰 까지!  이거 우연은 아니겠죠?




* [100 밀리언 B.C]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The Asylum.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10000 B.C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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