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열전(怪作列傳)

괴작열전(怪作列傳) : 가이버 - 일본만화가 헐리우드식 특촬물을 만났을 때..

페니웨이™ 2007. 12. 1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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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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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께서는 [강식장갑 가이버 強殖装甲ガイバー] (국내명: 철인전사 가이버) 라는 만화를 아쉼까? 1985년 첫연재를 시작한지 20년이 지났음에도 '내 살아생전 이 만화의 끝을 볼 수 있을까?" 심히 의심스러울 정도로 진행이 더딘 작품입니다. 이제 고작 24편까지 나왔다지요. (그것도 2006년에.. ㅠㅠ)

주인공 쇼우가 '유니트'라는 우연히 물건을 손에 넣으면서 생체병기 '가이버'로 탄생한다는 독특한 히어로물인 [강식장갑 가이버]는 기존의 히어로물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스토리로 주목받았습니다. [스파이더맨]처럼 슈퍼 파워를 얻은 주인공이 악당들로부터 지구를 구한다는 뻔하디 뻔한 스토리가 여타 히어로물의 특징인 반면, [강식장갑 가이버]는 자신과 같은 능력을 지닌 또한명의 히어로가 합세함에도 불구하고 악의 무리 '크로노스'일당에게 지구가 정복당한다는 충격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 高屋良樹-角川書店 All rights reserved.


또한 이 작품은 1986년과 1989년, 2005년에 각각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상품적인 가치를 높게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의 수준으로서는 너무나도 세밀한 생체병기에 대한 표현력, 특유의 잔혹성으로 인해 일본은 물론 북미지역에까지 수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지요. 덕분에 헐리우드의 제작자들 역시 이 작품의 영화화를 꿈꾸게 되는데, 그중 특히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 [좀비오], [바탈리언] 등의 B급 판타스틱/호러 영화를 제작한 브라이언 유즈나입니다.

SF원작만화의 특성상, [가이버]의 최대관건은 바로 '특수효과'였습니다. 1991년 당시만해도, CG의 사용이 보편화된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상 영화속 CG가 두드러진 성과를 거둔 [터미네이터2]도 1991년작이지만, 블록버스터급에나 쓰일법한 고급기술이었다고나 할까...) 특수효과의 대부분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따라서 브라이언 유즈나는 [가이버]의 감독으로 특수효과 담당 출신의 스티브 왕을 발탁하게 됩니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1991년작, [가이버]라는 작품입니다. 자, 그럼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실사판 [가이버]는 대체 어떤 모습으로 관객을 맞이하였을까요?

ⓒ New Line Cinema. All Rights Reserved.

나름대로 폼은 난다만...


안타깝게도 뛰어난 플롯과 전개로 극찬받았던 원작과는 달리 [가이버]는 철처히 '양키센스'로 탈바꿈한, 무늬만 '가이버'인 작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원작의 팬들은 이 [가이버]를 보면서 치를 떨었을 법도 한데요, 원작만화의 특징이라면 주인공이 악당에게 패배한다는 설정과 절망적인 미래상, 그리고 주인공보다 더 카리스마적인 가이버 3호의 존재일 것입니다.

그런데 [가이버]에서는 이러한 특징을 모조리 거세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등장 인물이라고는 가이버 1호와 그의 애인,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크로노스 일당, (사실 이 크로노스라는 조직도 지구정복을 노리는 거대한 규모도 아닐뿐더러 괴물 몇마리만 똘마니로 데리고 있는 정도죠) 그리고 몇마리 안되는 조아노이드가 전부입니다. 이런 소박한 캐스팅을 가지고 크로노스의 지구정복이라는 거대한 스케일을 가진 원작을 반영할리가 만무하지요.

ⓒ New Line Cinema. All Rights Reserved.

아, 이런.. 이런게 조아노이드란다. ㅠㅠ


덕분에 영화는 주인공 쇼우(영화상에선 미국식으로 '숀'입니다)가 가이버가 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원작과는 달리 크로노스를 완전 초토화시키는 가이버의 슈퍼 울트라 캡숑 파워를 보여주는데 그칩니다. ㅡㅡ;; 이런 단순 도식화 된 스토리에서 보여줄 것이라곤 상상안해도 아실테지만, 괴물의 탈바가지를 쓴 조아노이드와 마찬가지로 가이버 탈바가지를 쓴 배우의 '울트라맨'급 특촬물의 액쑌을 선사하는 것밖에 더 있겠습니까?

ⓒ New Line Cinema. All Rights Reserved.


게다가 이러한 생과 사가 오가는 처절한 액션마저도 진부하기 짝이없는 미국식 유머가 섞여있기 때문에 진지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싸구려 영화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이렇게 어이없는 유머와 액션으로 점철된 [가이버]는 쇼우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라던가, 가이버를 둘러싼 인류의 기원에 대한 원작의 세세한 디테일을 전혀 표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작을 아깝게 소모해 버린 셈이지요.

ⓒ New Line Cinema. All Rights Reserved.


사실, 주인공이 가이버로 변신하는 부분만큼은 그당시의 기준으로서 나름대로 신경을 썼다고는 생각되지만, 특수효과에 할애하는 정성만큼이나 영화의 내실에도 신중을 기했더라면, 이런 괴작이 탄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원작에서 조아노이드와 가이버의 크기 차이는 상당히 나는 편인데, 영화상에서는 거의 같습니다. 이런 디테일을 무시하다보니 싸움자체가 탈바가지를 뒤집어 쓴 스턴트맨이 치고박는 수준밖엔 되지 않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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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 작품에 마크 해밀이란 배우가 출연한다는 것인데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스타워즈] 클래식 3부작의 루크 스카이워커를 맡았던 바로 그 배우입니다. [스타워즈] 이후 영 빛을 보지 못해 결국 이런 쌈마이 영화를 전전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지요. 실제로 제작사는 거의 무명으로 구성된 [가이버]의 출연자 중에 그나마 이름이 알려진 배우라서 인지 주연인 것처럼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만, 그 역할을 보자면 정말 측은하기까지 합니다. 마지막에 바퀴벌레로 변해 버릴 때는 실로 눈물이 앞을 가리더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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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 스카이워커의 굴욕. 아~ 안습이다 ㅡㅜ


[가이버]가 어느정도의 수익을 올렸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놀라운 사실은 3년후 제임스 왕 감독이 속편인 [가이버2: 다크 히어로]를 내놓았다는 겁니다. 웃기는건 감독은 그대로인데, 주연배우는 전부 바뀌었다는 거지만요. 역시 이런 영화라도 원작의 이름값이 있다보니 2차 판권시장에선 짭짤한 수입이 있나 봅니다. 그렇더라도, 이건 아니잖아요!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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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리뷰를 보고 궁금한 마음에 국내 출시된 [가이버] DVD를 구입하시려는 분들께 말씀드립니다. 현재 [가이버] DVD는 대략 2천원 안팍의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하신데요, 겉은 분명 [가이버] 1편인데, 내용물은 [가이버 2: 다크 히어로]가 들어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ㅠㅠ



* [가이버]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New Line Cinema.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강식장갑 가이버(ⓒ 高屋良樹-角川書店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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