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열전(怪作列傳)

괴작열전(怪作列傳) : 철인 28호 - 로봇물로 포장된 성장영화

페니웨이™ 2007. 12. 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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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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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20세기 소년]에 보면 사다키요라는 인물이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진정한 로봇은 '철인 28호(鐵人28號)'다" 라고요. 사실 [철인 28호]는 거대 로봇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의 시초격으로서  1956년, 요코야마 미츠테루 감독이 만화로 연재를 시작한 이래 수많은 애니메이션 제작과 TV드라마 등 다양한 리메이크를 거듭하며 일본 국민들의 기억속에 깊숙히 자리잡은 작품입니다. 저도 어렸을적에 관절이 움직이는 3백원짜리 프라모델(지금 기준으로 5천원은 줘야 함다)을 사들고 좋아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 Hikari Production/ Shinkishima Juko. All Rights Reserved.

어릴적의 추억 [철인 28호]. 거대 로봇물의 모태가 된 작품이다.


이전의 [캐산] 리뷰에서도 설명했듯이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일본은 자국의 풍부한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바탕으로 실사영화로 옮기는 붐을 형성합니다. 물론 이전에도 [건담 G-세이비어]같이 거대로봇을 실사화시킨 작품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헐리우드 합작으로 완성된 작품이니만큼 [철인 28호]는 사실상 순수 일본의 기술력으로 제작된 최초의 극장용 실사 로봇물이 될 예정이었습니다. 이것은 과거 TV용 드라마로 제작된 [철인 28호]와는 기술적인 차원이나 스케일면에서도 단연 월등한 퀄리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었지요.

ⓒ Nikkatsu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막상 [철인 28호]의 실사판이 개봉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실망스런 마음을 뒤로한채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무엇보다 CG기술의 발달로 인한 실감나는 철인28호의 모습을 기대한 팬들에겐 엄청난 배신감을 선사했지요. 사실 이것은 예고편이 공개된 이후에 어느정도 예상된 일이기도 했습니다만, 그래도 설마하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관객들도 많았을테니까 말입니다.

사실 [철인 28호]는 여러면에서 일본의 전후모습을 투영하는 작품입니다. 원작부터가 2차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에 대항하기위해 만든 로봇으로 설정되어 있으니까요. 실사판 [철인 28호]도 이같은 설정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후의 일본을 침공한 정체불명의 거대로봇 '블랙 옥스'에 맞서기 위해 '철인 28호'를 가동시킨다는 줄거리이지요. 따라서 전후세대의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신세대들에게 있어서 [철인 28호]는 괴작이 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사판 [철인 28호]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이 작품이 과연 '로봇영화로서의 본분에 충실한가?'였습니다. 물론 '로봇영화'라고 딱히 규정된 것도 없고, 사실 로봇이라 봤자 애니메이션에서만 줄기차게 접했기 때문에 막상 실사화된 로봇영화를 어떻게 표현할지는 말그대로 '엿장수 맘대로' 였지요. 그러나 관객들이 기대했던건 요즘으로 치자면 [트랜스포머]급의 영상충격과 박진감 넘치는 덩치들의 대결이었을 겁니다.

ⓒ Nikkatsu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철인 28호]는 이러한 기대치에 한참 못미치는 작품입니다. 한마디로 오락물의 측면에서 보자면 낙제점을 받을만 하지요. 로봇이라봤자 철인 28호와 블랙 옥스가 전부인데, 이들이 벌이는 대결은 그야말로 초등학생들이 장난감으로 치고받는 놀이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단순하며, 박진감도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로봇의 모습은 [철인 28호]가 첨 등장한 1960년대의 모델 그대로 단순한 디자인을 똑같이 재현해 정말 '원작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단순한 로봇마저도 뭔가 좀 싼티나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7,80년대 일본의 특촬물에서 겨우 반발짝 앞선 모습만으로는 관객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가 힘들지 않았을까요? 오히려 로봇영화 치고는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철인 28호]의 최대 단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따라서 [철인 28호]는 이런 통상적인 기대를 접고 다른 관점에서 해석해야할 작품입니다. 이를테면 로봇물을 가장한 성장영화로서 말이지요. 실제로 [철인 28호]는 로봇의 활약보다는 주인공 쇼타로의 내면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홀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학교에선 외톨이인 이 시니컬한 소년은 아버지에 대한 안좋은 추억으로 점점 외부와 스스로를 고립시켜 갑니다.

ⓒ Nikkatsu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역시 초점은 아오이 유우의 제복차림? ㅡㅡ;;;


그러다가 '철인 28호'로 블랙 옥스에 맞서야 할 운명에 처하지만, 이마저도 피해가려고 합니다. 이렇게 나약한 소년으로서의 쇼타로는 결국 아버지에 대한 오해를 풀게 되면서, 책임감과 신념에 대해 눈을 뜨게 됩니다. 스스로의 의지로 철인 28호를 조종하게 된 쇼타로는 이제 적극적으로 전투에 임합니다. 물론 결과는 관객의 예상대로지요. 연출을 맡은 토가시 신 감독이 이전 작품들에서 두 편의 성장영화를 선보인 것을 보면 역시 [철인 28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에 [철인 28호]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무려 일본의 '국민 여동생', 아오이 유우가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팬들도 있었고, 그 외에도 [트릭], [버블로 고! 타임머신은 드럼방식]의 '간지남' 아베 히로시, [박치기]의 타카오카 소우스케, 왕년의 아이돌 스타 야쿠시마루 히로코 그리고 [라스트 사무라이]의 아역배우 이케마츠 소스케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 반가운 일입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아베 간지와 야쿠시마루 히로코는 [버블로 고]에서도 '특별한 사이'로 출연합니다 ^^)

ⓒ Nikkatsu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역시 일본영화는 풍부한 컨텐츠에 비해 연출이라던가 이야기의 전개면에 있어서 아직까지는 좀 미진한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반면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의 연출은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합니다만, 희한하게 극장용 영화만 들어서면 편차가 매우 심해지는 것 같군요. 역시나 일본영화는 [쉘 위 댄스?]나 [스윙걸즈]처럼 탄산수같이 상큼한 코미디가 제맛인 것 같습니다.


P.S 

ⓒ Hikari Productions/ Imagi Animation Studios. All Rights Reserved.


일본 애니메이션을 헐리우드식 3D 애니메이션으로 리메이크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IMAGI 사에서 [우주소년 아톰], [갓챠맨]에 이어 [철인 28호]까지 리메이크를 진행중입니다. 과연 어떨런지는..


* [철인 28호]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Nikkatsu Corporation.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철인 28호 애니메이션(ⓒ Hikari Production/ Shinkishima Juko. All Rights Reserved.), GIANTOR(ⓒ Hikari Productions/ Imagi Animation Studio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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