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관한 잡담

시간여행을 다룬 15편의 영화들

페니웨이™ 2007. 11. 3.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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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트 아인슈타인 박사가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지도 벌써 100년하고도 2년이 지났다. 비록 이론에 불과한 가설이지만 운동상태나 질량 등에 따라 시간흐름과 공간의 형태가 다르게 적용된다는 획기적인 이론은 상상속에서만 가능하던 시간여행이 '실제로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한가닥의 희망을 제시했다. 물론 이것이 현실화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지만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영화속에서는 이런 이론적인 기초를 바탕으로 시간여행이라는 설정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흥미롭지 않은가? 과거속으로 돌아가 말로만 듣던 유명인사를 만나고, 심지어 나의 부모님이나 나 자신을 만난다는 사실이! 현실에 '만약..'이란 없지만, 적어도 영화속에서는 바꾸고 싶던 과거를 바꿀 수 있는 대리만족의 기쁨을 준다는 면에서 '시간여행'이란 테마는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다만 과학적 이론에 바탕을 둔 이상 논리적 허점이 많으면 많을수록 작품의 질은 떨이지기 마련, 이제 필자가 관람한 영화를 대상으로 실패작과 성공작을 포함한 15편을 선별해 시간여행을 다룬 작품을 소개한다. [프리퀀시]나 [혹성탈출]같이 시간이라는 개념이 포함된 작품도 더러있지만 직접적인 '여행'을 모토로 한 작품만을 선별했다. 순위는 순전히 필자 맘이며 글을 읽는 분들의 기준과는 다를 수 있음을 미리 밝힌다.



 

    15.2009 로스트 메모리즈 (2009 - Lost Memories, 2001)  

ⓒ 인디컴 Indecom/CJ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엄청난 물량공세와 더불어 한국의 장동건, 일본의 나카무라 토오루를 캐스팅한 야심작. 일본이 2차세계대전에서 승리한 가상의 역사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복거일의 역사 가상소설 [비명을 찾아서]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유명배우와 거액의 제작비, 훌륭한 원작 등 나무랄데 없는 조건을 갖춘 작품임에도 연출력의 한계로 인해 실패작의 반열에 올랐다. 좀 더 거품을 빼고 보다 복거일의 원작에 충실한 작품으로 리메이크되길 간절히 바랄뿐.


 

    14.타임라인 (Timeline, 2003)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리쎌웨폰]의 흥행감독 리처드 도너가 만든 시간여행극. [쥬라기 공원]으로 유명한 배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클라이튼의 원작으로 바탕으로 1357년의 중세로 시간여행을 하게되는 고고학과 학생들의 이야기다.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에 연루된 미국인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누구도 재미를 느끼지 못할 듯. 억지와 과장스런 전개과정이 보는 내내 지루함을 안겨주며 시간여행의 묘미인 짜릿한 반전도 미리 추측이 가능할 정도다.


 

    13.타임머신 (The Time Machine, 2002)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저명한 SF소설가 H.G 웰즈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이미 1960년에 영화로 만들어진 것을 리메이크했다. [캐리비안의 해적]으로 흥행감독이 된 고어 버빈스키가 연출을 맡았고, [메멘토],[LA 컨피덴셜]의 가이 피어스가 주연을 맡았으나 결과는 그저 그렇다. 4년전의 과거에서 무려 80만년후까지의 미래를 여행하는 엄청난 스케일을 가졌으나, 애절한 로맨스에서 느닷없이 액션 활극으로 변모하는 일관성의 부재에 그다지 큰 호평은 듣지 못했다.


 

    12.엑설런트 어드벤쳐 (Bill & Ted's Excellent Adventure, 1989)  

ⓒ De Laurentiis Entertainment Group (DEG). All rights reserved.


낙제를 면하기 위해 역사속 위인들을 만나러 시간여행을 떠나는 두 고등학생의 이야기로, 당시 무명이었던 키아누 리브스가 처음 국내에 알려지게 된 작품. 그다지 썩 뛰어난 스토리 구조를 가지지는 않았으나 코믹한 연출과 역사속 위인들의 기상천외한 모습이라는 컨셉덕택에 흥행에는 성공해, 2편까지 만들어졌다.


 

    11.데자뷰 (Deja Vu, 2006)  

ⓒ Touchstone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토니 스콧 감독과 덴젤 워싱턴이 함께한 3번째 작품이다. 과거의 모습을 관찰하는 기계를 통해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실제 과거속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되면서 사건을 되돌리려는 액션 스릴러로서, 토니 스콧 특유의 현란한 영상과 덴젤 워싱턴의 매력이 돋보이지만, 관찰자의 입장에서 스스로 과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액션과 스릴러의 장르적 특징을 시간여행과 접목한 시도는 꽤 신선했다.



    10.타임캅 (Timecop, 1994)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뭔가 하나가 아쉬운 평작수준의 작품만을 연출하는 피터 하이암스의 시간여행 영화. 장 끌로드 반담이 아내를 잃은 형사역으로 출연한다. 항상 그 수준에서 머무는 감독과 배우가 만난 작품이지만 그 어떤 작품보다도 두 사람의 필모그래피 중 정상에 놓일 만한 영화로서 단순히 치고박는 액션을 탈피해 플롯의 묘미를 보여준 장 끌로드 반담의 유일한 작품이라해도 무방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반담 특유의 액션물로 돌아가는 연출이 아쉽지만, 전반적으로는 꽤 괜찮은 오락물이다. 흥행에 힙입어 전편과는 별 관련없는 속편도 나왔다.


 

    9.썸머 타임머신 블루스 (Summer Time Machine Blues, 2005)  

ⓒ Imagica Corp./Robot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


한 동호회 회원들이 우연히 얻게된 타임머신을 타고 고장난 에어컨의 리모컨을 가지러 하루전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소박한 내용의 영화. [스윙걸즈]와 [노다메 칸타빌레]로 친숙한 우에노 주리가 조연으로 출연한다. 큰 스케일의 영화가 아닌만큼 초반 20분정도의 지루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차리고 봐야 나중에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후에 펼쳐지는 만화적 상상력은 아주 유쾌하면서도 흥미진진하다. 시간여행이란 소재를 잘짜인 각본만으로도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8.페기 수 결혼하다 (Peggy Sue Got Married, 1986)  

ⓒ Columbia TriStar. All rights reserved.


[지옥의 묵시록]이후 1980년대에 들어 내내 제작비를 까먹던 프란시스 F. 코폴라 감독이 유일하게 흥행에 성공한 작품. 한창 주가를 날리던 캐서린 터너를 주연으로 내세워 결혼생활의 위기를 맞은 주부가 20년전의 학창시절로 돌아가 인생의 참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의 코믹 영화다. 니콜라스 케이지와 짐 케리의 젊었을 때 시절을 감상할 수 있고, 무엇보다 17세 소녀를 연기한 캐서린 터너의 열연이 돋보인다.


 

    7.최후의 카운트다운 (The Final Countdown, 1980)  

ⓒ Blue Underground. All rights reserved.


진주만 공습 직전의 시간으로 돌아간 미국 항공모함의 긴박한 상황을 다룬 독특한 영화로서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항공모함이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시점에서 어떤 결단을 내릴것인지 끝까지 마음을 졸이게 하는 탁월한 전쟁 스릴러물이다. 커크 더글러스, 마틴 쉰, 캐서린 로스 등 당대 스타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것도 그렇지만 최신예 전투기 F-14기와 구형 일본 제트기의 공중전 등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일품이다.


 

    6.나비효과 (The Butterfly Effect, 2004)  

ⓒ New Line Cinema. All Rights Reserved.


지우고 싶은 끔찍한 기억속의 과거로 돌아가 역사를 바꾸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재앙이 되어 더 큰 문제를 낳는다는 설정의 스릴러물. '기억을 통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라는 초자연적 요소를 가미하였기에 다소 설득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또한 지나치게 많은 플롯을 연결하다보니 영화자체가 꽤나 복잡한데, 이점을 감안하고 집중해서 본다면 영화적 재미는 탁월하다.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 극장판과는 결말이 다른 감독판이 별도로 나왔으니 두 버전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듯.


 

    5. 12 몽키즈 (Twelve Monkeys, 1995)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브라질(국내명:여인의 음모)] 등의 컬트적 영화로 매니아들 사이에서 각광받는 테리 길리엄 감독이 가장 대중적인 취향에 접근해 만든 작품. 1962년 단편영화 활주로(The Pier, La Jetee)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톱스타 브루스 윌리스와 브래드 피트, 매들린 스토우가 출연한다. 인류를 파멸시킨 바이러스의 유포자를 찾기위해 과거로 보내진 주인공이 사건의 용의자를 만나면서 겪게되는 모험담으로 잘짜여진 플롯과 허를 찌르는 반전이 일품인 수작이다.


 

    4.레트로액티브 (Retroactive, 1997)  

ⓒ MGM/UA Studios. All Rights Reserved.


[나비효과]와 같이 과거를 바꿀수록 상황이 악화된다는 설정에서 공통점을 가진 영화. 다만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레트로액티브]는 액션의 요소를 강화했고 플롯도 보다 단순화시켜 관객의 집중력을 높이는데 오히려 효과적이다. 등장인물도 몇 안되는 B급영화의 냄새가 풍기지만 흥미진진한 소재와 적당히 배치된 액션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숨겨진 보석과도 같은 작품.


 

    3.터미네이터 (The Terminator, 1984)  

© 1984 Cinema '84. A Greenberg Brothers Partnership. All Rights Reserved.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역작. 기계가 지배하는 미래 세계에서 인류를 구원할 지도자의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파견된 한명의 병사, 그리고 어머니를 제거하기 위해 온 한명의 사이보그. 이 단순하면서도 흥미로운 설정은 긴장감 넘치는 연출과 탁월한 특수효과를 만나면서 80년대 최고의 오락영화반열에 이 작품을 올렸으며, 1991년에 제작된 2편과 더불어 SF 액션물의 기념비적인 작품이 되었다. 호러물과 SF, 스릴러, 액션, 멜로의 모든 요소가 담겨있다. 시간여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으나, 영화에 절대 빠질 수 없는 요소로서 이같은 스토리를 생각한 카메론 감독의 역량에 다시한번 감탄하게 된다.


 

    2.시간을 달리는 소녀 (時をかける少女, 2006)  

ⓒ 角川ヘラルド映画/ 時をかける少女 製作委員会/ Madhouse. All rights reserved.


츠츠이 야스타카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1983년에 이미 영화로 제작된 적이 있으나 그 작품의 씨퀄이자 리메이크인 독특한 성격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2006년에 가장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시간여행의 개념에 학창시절의 추억을 접목시켜 훈훈한 감동을 선사한다. 마지막 반전부분의 감동은 어떤 작품보다도 탁월해, 한동안 모 사이트에서는 '시달녀'열풍으로 게시판이 들끓기도 했다.


 

    1.백 투 더 퓨쳐 (Back To The Future, 1985)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두말이 필요없는 영화다. 시간여행의 묘미를 가장 잘 표현한 영화로서 별볼일없는 가족사를 바꾸는 한 소년의 기상천외한 모험담으로, 과거로 돌아간 시점에서 처녀시절의 엄마가 아들에게 반한다는 설정이 국내정서에 안맞는다는 고지식한 공륜의 결정덕택에 국내 수입이 한동안 미뤄져야 했다. 2편과의 공백이 꽤 긴 편이라 이점을 이용한 대한극장에서는 [엑설런트 어드벤쳐]가 마치 이 영화의 속편인양 홍보해서 짭짤한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연기와 각본, 특수효과 등 100점만점에 100점을 주고 싶은 작품.


이 외에도 시간여행을 다룬 작품은 더 있으나 일단 필자가 접한 작품을 중심으로 순위를 매겼다. 한가지 아쉬운건 우리나라에는 이같은 시간여행 영화가 많지 않다는 것. [천군]같은 작품말고 저예산이라도 좀 제대로 된 영화가 하나쯤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위의 작품들 가운데 아직 못보신 영화가 있다면 주말을 이용해 한편정도 감상하시는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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