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공연

추리다큐 별순검 - 신선한 연출이 돋보인 조선판 CSI

페니웨이™ 2007. 8. 10.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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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TV시리즈의 한 장르로서 부동의 자리를 굳히고 있는 [CSI 과학수사대]를 아시는가? 사건현장을 수사하는 현장감식반의 사실적인 수사에 기초한 이 매력적인 범죄 드라마는 라스베가스 팀으로 시작해 마이아미와 뉴욕 팀까지 번졌고, [SUV 특수수사대]나 [크리미널 마인드] 같은 아류까지 속속들이 제작되는 걸 보면 이 드라마가 일궈낸 장르의 개척은 가히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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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Television. All rights reserved.

[CSI]는 현대 과학 범죄물의 표본을 제시한 획기적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예전에도 형사들의 활약상을 담은 무수한 범죄수사물이 등장했었으나 [CSI]는 그들과는 다른 점이 있었으니, 바로 과학적인 수사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번뜩이는 재능이나 출충한 총솜씨가 아니라 현장에서 범인이 남긴 단서를 토대로 철저하게 검증된 추리를 해 나가는데에 그 묘미가 있는 것이다.


'우리도 [CSI] 못지 않은 괜찮은 범죄 수사물 한번 만들어 봅시다'


아마 [별순검]은 이런 발상에서 시작하지 않았을까? [추리 다큐 별순검]은 애초 MBC에서 설날특집으로 방영한 일종의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다. 파일럿 프로그램이란 본격적인 제작에 앞서 일종의 실험방송 1회분을 내보냄으로 시청자의 반응을 본 후 방영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놀랍게도 [별순검]은 훌륭한 연출과 깔끔한 진행으로 호평을 받았으며 본격적인 제작에 돌입하게 된다.

ⓒ MBC. All rights reserved.


이미 조선시대의 형사물이라는 측면에서 기존의 [다모]나 [혈의 누],[형사] 같은 작품들이 있었고 그 작품들 모두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별순검>의 제작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음에 틀림없다. 더구나 조선시대에 쓰여졌다는 일종의 수사보고서인 '중수무원록'의 기록을 토대로 하고 있는 만큼 그 어느 작품보다도 정밀하고 사실에 입각한 우리 선조들의 과학수사를 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일인가.

[별순검]이 특별한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기존의 드라마들이 통속적인 남녀간의 애정문제에 병적인 집착을 보이는 플롯과 시청률을 의식해 스타급 연기자들을 대거 캐스팅한 것에 비하면 [별순검]의 내용은 그야말로 모범적이며 캐스팅 또한 파격적이다. 주연인 정유석을 비롯해 이기영, 조안, 최규환 등 순검 4인방은 모두 조연내지는 신인급의 배우들을 전격 캐스팅했다. 한마디로 스타가 없는 드라마로 승부를 걸겠다는 제작진의 야심찬 의도가 분명히 드러난 부분이다. 예상대로 [별순검]에는 각 에피소드를 장식하는 사건들 외에 김사율 (정유석 분)과 서은(조안 분)의 아버지 사이에서 벌어졌던 18년 전의 미결 사건이 메인 스토리로 자리잡고 있어  상당히 치밀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 MBC. All rights reserved.

모두 무영이지만 알짜배기인 이들의 등장이 너무나도 짧았기에 더욱 아쉬웠던 작품


그러나 이게 왠걸. [별순검]은 그 뜻을 제대로 펴보지도 못한채 5회 조기종영이라는 기가막힌 운명에 처하게 된다. 시청률이 저조하다는게 그 이유. 알게모르게 매니아층을 형성해가던 찰나에 조기종영이라는 청천벽력같은 말을 들은 팬들은 방송국 게시판에 항의의 글을 올렸고, 별순검의 작가는 조기종영의 아쉬움에 대한 개인적인 심정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어찌되었건 참신한 시도는 미처 자리를 잡기도 전에 싹이 잘리고 만 셈이다.

물론 방송사 측에서는 시청률 낮은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것이 시장이치에 맞다고는 하나 이렇게 좋은 플롯이 짜여진 작품을 앞뒤 안가리고 시청자들의 눈앞에서 없애버린 것은 너무 지나친 처사가 아니었나 싶다. 결국 이점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건 역시 제벌들이 나와 말도안되는 사랑을 떠들어 대고 3각,4각 아니 여동생과 삼촌, 조카까지 얽키고 설키는 불륜드라마에 꽃미남, 퀸카의 스타급 연애인이 나와야 시청률이 오른다는 거다.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없다.

ⓒ MBC. All rights reserved.


[별순검]의 팬들이 남긴 열화와 같은 항의 때문인지는 몰라도 결국 MBC는 설특집 형식으로 아직 마무리를 짓지 못했던 18년전의 미제사건을 풀어내는 에피소드를 2회에 걸쳐 방영함으로 아쉬움을 달래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혹시나 방영을 재검토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일말의 희망마저 빼앗는 것에 다름없었다. 그렇게 [별순검]은 끝났다.

그래도 건진 것은 있었다. 스타없이 스토리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케릭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을 [별순검]을 통해 증명한 것이다. 특히 필자에게는 전혀 생소하기만했던 정유석과 조안이라는 배우의 재발견은 [별순검]에서 그들을 볼 수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또한 만년 조연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이기영도 이젠 조연생활을 청산하고 비중높은 주조연급의 배우로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P.S:

ⓒ MBC. All rights reserved.


[조선 과학수사대 별순검]은 2007년 11월부터 케이블 방송인 MBC DRAMA를 통해 새롭게 방영중이다. 주연은 류승룡,
박효주, 안내상, 온주완으로 교체되어 새로운 시즌제로 시작된다.



* [추리다큐 별순검]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MBC. All rights reserved.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CSI 라스베가스(ⓒ CBS Television.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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