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 라그나로크]는 MCU 페이즈 1 시기, 마블의 세계관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범주에 놓여있던 [토르]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입니다. 사실 [토르]가 MCU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건 1편의 감독인 케네스 브래너의 공이 큽니다. 정통 희곡에 능란한 그가 [토르]를 궁중의 암투가 가득한 셰익스피어 희곡으로 변주시킴으로서 [토르]가 지녔던 이질감은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토르] 시리즈의 불안요소는 마블의 다른 솔로무비에 비해 여전히 많습니다. 대체적으로 감독 교체가 1번 정도로 국한되었던 다른 작품들에 비해 [토르]는 매번 감독이 교체되었습니다. 시리즈의 성격을 일관적으로 끌고 가기엔 약간 무리가 있는 셈이지요.
여기에 히로인인 나탈리 포트만의 하차는 꽤 큰 타격입니다. 토르와의 알콩달콩 로맨스도 그렇지만 오스카 수상자 출신의 배우가 갑자기 빠져 버리는 건 아무래도 모양새가 좋아 보이진 않으니까요. (물론 헐크 역의 에드워드 노튼이나 로디 역의 테렌스 하워드가 교체된 경우도 있습니다만)
[토르: 라그나로크]는 이런 불안요소를 보여주는 한편, 이를 무난하게 해소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우선 이 작품은 앞선 [토르] 두 작품들과는 상당히 다른 성격을 지닌 영화입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이후 가장 웃긴 마블 영화’라는 평에 걸맞게 웃음의 진폭이 한층 증가한 느낌입니다. 먼저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처럼 빵빵 터져주기 보다는 간간히 날리는 잽의 유효타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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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제인이라는 주요 캐릭터가 빠져버리고 나서인지 지구와는 무관한 내용으로 진행됩니다. 아스가르드 본토의 명운과 관련된 사건이 벌어지지요. 빌런인 헬라의 능력치가 막강해 토르, 로키 모두 상대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판을 뒤집어야 하는 상황인데 생각보다 헬라가 하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게 아쉽습니다. 이미 몇 차례인가 악역에 도전한 케이트 블란쳇의 캐스팅은 나쁘지 않습니다만 이를 적절히 써먹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의외의 웃음을 주는 건 헐크와 제프 골드블럼이 열연한 그랜드 마스터입니다. 둘이 선사하는 재미가 영화의 절반은 먹고 갑니다. 여기에 이젠 아예 대놓고 개그캐로 변신한 록키가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유발하고요. 비굴한 토르의 모습은 낯설지만 친숙합니다. 반면 새로 등장한 발키리와 칼 어번의 스컬지는 소모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군요.
기승전결의 흐름 속에 알짜배기는 승-전 부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시작과 맺음의 처리가 꽤 엉성하고 특히 오딘의 죽음과 연계되는 헬라의 등장은 어색하며 뜬금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헬라의 퇴장 역시 허무합니다. 이야기의 짜임새로 평가받을 만한 작품은 아니란 얘기지요.
로튼토마토 평점 98%를 찍은 작품치곤 구멍이 많은 영화이긴 하지만 전히 마블의 좋은 흐름을 타는 작품입니다. 아마도 별다른 일이 없다면 국내에서도 흥행은 중박 이상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의 색깔을 확 바꿔버리면서 캐릭터의 외향과 성격도 개조에 가까운 수술을 감행한 터라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또 어떤 방식을 연결될지 궁금해지는군요.
P.S (약 스포 있습니다)
1. 뜬금포 까메오가 3명이나 나옵니다. 의외로 눈치 못채는 분들도 많더군요. 물론 스탠 리 옹은 여전하시고요.
2. 헐크의 목소리는 ‘원조 헐크’인 루 페리노가 맡았습니다.
3. 쿠키씬 2개입니다. 하나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관련이 있고, 나머진 관련없는 사족입니다.
4. 주인공들의 늙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슬슬 세대교체설이 나오긴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언맨]은 벌써 차기 배우에 대한 루머가 솔솔 나오고 있다지요.
5.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망작 [그랜랜턴: 반지의 선택]에서 무려 배우로 출연했습니다. 사실 이 분은 각본가에 더 걸맞는 인물인데 마블의 감독 기용은 참 특이한 면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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