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열전(續篇列傳) No.34
한 때 전쟁영화가 쏟아져 나오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특히 2차세계대전의 나치 vs 연합군의 기본 대결구도를 그린 작품들은 셀 수 없이 많이 나왔지요. 때로는 진지하면서도 때로는 오락적 재미에 충실한 이들 영화들 중에는 [대탈주], [탈주특급] 처럼 탈주극을 소재로 만들거나 [켈리의 영웅들] 같은 황당하면서도 흥미진진한 보물찾기 영화도 나왔고, [머나먼 다리], [지상 최대의 작전]처럼 초호화 캐스팅으로 유명한 블록버스터급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1967년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의 [특공대작전 (원제: 더티 더즌 Dirty Dozen)]은 그렇게 쏟아져 나온 전쟁영화 중에서도 꽤나 독특한 이력을 남긴 작품입니다. E.M. 네이선슨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이 영화는 사고뭉치에 갱생의 여지가 없는 군 장기수나 사형수들을 모아 이른바 특공대를 조직하는 영화들의 원형이 되었지요. 이같은 내러티브는 한국에서도 종종 차용되곤 했는데 그 대표적인 작품으로 1969년작 [5인의 사형수] 라든가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같은 작품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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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공대작전]은 전쟁을 바라보는 다소 삐딱한 시선과 더불어 박력있는 액션 및 경쾌한 영화의 분위기로 인해 흥행과 비평면에서 대성공을 거둡니다. 관료주의 체제에 반발하는 특공대장 리 마빈을 비롯해 어네스트 보그나인, 도널드 서덜랜드, 텔리 사발라스, 존 카사베츠, 찰스 브론슨 등 개성만점의 배우들이 연기한 캐릭터들의 생생한 묘사도 일품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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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름 전설적인 전쟁영화의 반열에 오른 [특공대작전]은 이후 많은 영화들에 영향을 주었지만 정작 자신은 속편을 내지 않고 있다가 18년이나 지난 1985년에서야 정식 속편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제목은 [특공대작전 2 - 재편성 부대 The Dirty Dozen: Next Mission]입니다. 이 작품은 극장용이 아닌 TV용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존 웨인이 출연한 일련의 서부극들과 [지옥의 특전대 The Wild Geese], [바다의 늑대들 The Sea Wolves] 같은 전쟁 액션물을 만들었던 앤드류 V. 맥라글렌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속편입니다.
[특공대작전 2]에는 전편의 주인공 리 마빈이 라이즈먼 대령으로 다시 돌아왔고, 그의 상관인 워든 장군 역에 어네스트 보그나인이, 그리고 부관 역에는 리처드 재캘이 재합류하게 됩니다. 사실 18년이나 지난 시간동안 원년 멤버들이 이렇게 다시 뭉칠 수 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요, 어쨌거나 TV용 영화지만 전편을 계승하는 속편으로서 모양새를 잘 갖추었다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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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역시 전편의 기본 골조를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반골 기질로 인해 출세길이 막힌 라이즈먼 대령은 여전히 승진을 못하고 있다가 워든 장군에게 불려나가 임무를 부여받습니다. 이번에 받은 임무는 나치의 고위 장교인 디트리히를 암살하는 것. 이 임무를 위해 또다시 사고뭉치들로 이루어진 12인의 특공대를 결성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특공대작전 2]의 내용이 흥미로운 점은 암살 대상자인 디트리히가 다름아닌 히틀러 암살을 모의하는 나치 내부의 반란 세력이라는 것인데, 히틀러를 암살해주면 연합군측에서는 땡큐지만 영화상의 설정에서는 그로 인해 히틀러보다 더 우수한 인물이 나치를 움직여 전쟁을 더욱 난전으로 몰고 가기 때문에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기 위한 임무가 되는 것입니다. 히틀러가 차악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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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러니한 설정은 후반부에 가서 극한의 상황을 빚어 내는데요, 라이즈먼의 부하가 디트리히를 향해 라이플을 조준하는 순간 바로 옆에 예상치 못한 히틀러가 나타나게 되는 거죠. 히틀러를 저격할 것인가, 아니면 임무대로 디트리히를 저격할 것인가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과연 누구를 향해 방아쇠를 당길 것인지 은근히 쪼는 맛이 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중학생때 TV에서 봤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인 장면이었죠.
하지만 영화 자체의 연출은 심심한 편입니다. 1편의 자기복제도 그렇고, TV용 영화의 예산이 한정되어 있다보니 스케일도 그리 큰 편이 아니죠. 게다가 전편의 슈퍼스타급 명배우들이 즐비한 캐스팅에 비하면 이번 작품의 멤버들은 초라할 정도니까요. 하향세에 들어선 리 마빈에게 있어서는 이 작품이 생애 첫 TV용 영화이자 유일한 속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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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공대작전]은 이후 3,4편까지 제작되는데요, 1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TV용으로 제작되었고, 그나마 3,4편에는 리 마빈이 등장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텔리 사바라스가 주연으로 등장하는데, 사실 그는 1편에서 광신적인 믿음을 지닌 사이코패스 같은 인물로서 작전 중 아군에게 총질을 하다가 비명횡사하는 아처 마곳 역을 맡았었죠. 3,4편에서는 전혀 다른 인물인 라이트 상사로 등장합니다. 그나마 유일하게 시리즈 전편에 출연한 어네스트 보그나인이 시리즈의 연계점을 형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공대작전 2]를 감독한 앤드류 V. 맥라글렌 감독은 이 작품 외에도 [콰이강의 다리 2]와 [철십자 훈장 2] 등 클래식 전쟁영화의 속편들을 연출했다가 폭망한 것으로 유명한데요, 한 때는 유망했던 감독이 [사하라]의 대실패 이후 이렇다 할 재기작을 남기지 못한 채 그저 그런 말년을 보내게 된 것도 한 편으로는 안타깝습니다.
P.S
1.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은 맥라글렌 감독의 [지옥의 특전대]의 라스트 씬을 오마주 합니다.
2. 참고로 리 마빈과 어네스트 보그나인은 1편의 감독인 로버트 알드리치의 후기작 [북극의 황제]에서 불꽃튀는 연기대결을 벌이지요. 언제 한번 고전열전에서 다루겠습니다.
3. 디트리히 역의 볼프 칼러는 독일 장교 전문배우로 [레이더스]의 악당으로도 익숙한 배우입니다.
4.1988년에는 TV시리즈로도 나왔습니다. 모르시는 분도 많은데, 이거 한국에서도 방영된 적이 있습니다.
5.히틀러 역을 맡은 마이클 쉬어드는 총 5편의 영화에서 아돌프 히틀러 역을 맡았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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