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베이의 [트랜스 포머]이후 헐리우드에서는 난리가 났었습니다. 한동안 B급 언저리에서 맴돌던 '거대 로봇영화'를 제대로 된 실사영화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 고무되었고, 이 소재가 제법 많은 관객층을 끌어모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흥분을 감출수 없었죠. 각 제작사는 앞다투어 [로보텍]이니 [볼트론]이니 하는 작품들을 만들겠다고 발표했고, 심지어는 한국에서도 양우석 원작의 웹툰 [브이]를 토대로 실사판 [로보트 태권브이]를 만들겠다며 원신연 감독을 선임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말뿐이었습니다. [트랜스포머] 이후 이렇다 할만한 로봇영화는 아이러니 하게도 [트랜스포머] 2,3탄 뿐이었거든요. 나머진 제작이 무기한 연기되었거나 소리소문도 없이 취소되었죠. 덕분에 살판난 건 [트랜스모퍼스]나 [스페이스 트렌스포머] 같은 아류작을 만드는 목버스터 회사들이었습니다.
실제로 괴작열전 1회차로 소개되었던 [트랜스모퍼]의 경우에는 이러저러한 짝퉁영화로 근근히 먹고살던 어사일럼을 단숨에 목버스터의 대표회사로 각인시키는 역할을 했지요. 그리고 이 작품은 짝퉁영화로는 이례적으로 프리퀄이자 속편인 [트랜스모퍼: 맨 오브 폴]까지 제작되면서 어사일럼의 대표작이 되는데요,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어사일럼도 발목이 잡힌 적이 있습니다. 바로 [에이지 오브 호빗] 사태가 그것이었죠.
잘 아시다시피 어사일럼의 전략은 헐리우드 화제작이 발표되고 예고편이 깔리면, 예고편의 장면들과 시놉시스를 바탕으로 날치기 영화를 제작하는 수법인데요, 2012년 피터 잭슨의 [호빗: 뜻밖의 여정]이 개봉될 즈음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에이지 오브 호빗]이라는 제목의 목버스터를 출시하려 했지만 그만 워너측에서 ‘호빗’이라는 단어에 대한 저작권 침해를 들어 DVD출시에 제동을 걸게 됩니다.
뭐 그렇다 하더라도 이에 굴할 어사일럼은 아니어서 [에이지 오브 호빗]으로 출시하려던 영화는 제목만 바꿔서 [클래쉬 오브 더 엠파이어]라는 제목으로 출시되었지요. 호빗 효과에 편승하려던 전력을 바꿔서 암암리에 '호빗 제작사에게 소송을 당한 영화'라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었으니 참으로 근성있는 회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 The Asylum. All rights reserved.
올해에도 어김없이 어사일럼이 주목한 영화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퍼시픽 림]입니다. 거대로봇물 (?) [트랜스모퍼]때 짭잘한 재미를 봤던 어사일럼에서 이를 놓칠리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미 '거대 로봇영화'를 만든 노하우(?)가 있는 회사니까 말이죠. 그리하야 나온 작품이 바로 [아틀란틱 림]입니다. 발군의 작명센스이지 않습니까!
그럼 먼저 [아틀란틱 림]의 줄거리를 살펴보겠습니다.
대서양의 석유시추선 근처에서 탐사중이던 해저잠수정이 무언가에 의해 공격을 받고, 이어서 출몰한 괴수에 의해 시추선이 파괴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사건의 심각성을 파악한 마가렛 박사는 국방성에 찾아가 자신이 만든 아만다 프로그램의 테스트도 할 겸 해저 구조용 로봇 '집시 다이브'의 출동을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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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비리에 진행중이던 이 거대 로봇의 파일럿은 총 3명인데, 레드와 트레이시 그리고 짐이라는 군인으로 이들은 전우애와 그 밖의 끈끈한(?) 관계로 똘똘뭉친 삼총사였지요. 출격을 명령받은 이들은 대서양의 깊은 바다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곳에서 정체불명의 괴수와 맞닥드리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보시다시피 [아틀란틱 림]의 줄거리는 워낙 단순하기 이를데 없는 [퍼시픽 림]과 그닥 다를 건 없습니다. 문제는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 속에서 어떻게 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갈 것이며, 또한 여러가지 단점들을 상쇄할 비주얼을 어떻게 선보일까 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예상대로 [아틀란틱 림]의 경우, 정작 중요한 로봇의 등장씬은 얼마 되지 않고 쓸데없는 사건들로 러닝타임을 소비하는데, 이를테면 집시 다이브 (집시 데인저가 아닙니다 -_-)의 첫 출전에서 괴물을 물리친 레드를 명령불복종으로 체포해 벌어지는 실갱이나, 괴물의 공습 후 건물에 갖힌 소녀를 구하는 짐의 단독 구출작전 등 영화의 플롯과는 전혀 관련없는 사족이 꽤나 자주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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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별 막장스런 러브라인도 들어 있어요. 원래 레드와 트레이시는 전우이자 커플로 설정되어 있어서 둘이 닭살스런 짓도 많이 하는데요, 괴물을 물리친 후 세 사람이 대기 발령중에 술집에서 벌이는 대화 장면이 있습니다. 레드가 화장실을 가느라 자리를 비운 사이 짐과 트레이시가 무언가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데, 잠시후 레드가 돌아오자 둘은 황급히 자세를 가다듬죠. 누가봐도 이상한 시츄에이션 아닙니까? 이제부터 황당한 대사가 오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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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상활이라면 칼부림이라도 날 판국에 이렇게 쿨하게 막장 삼각관계를 넘겨버리는 삼총사의 눈물겨운 우정을 보노라면 찐한(?) 전우애가 무엇인지를 다시한번 상기하게 됩니다. 도대체 이런 대사와 상황은 왜 들어가 있는 걸까요?
정체불명의 괴수가 끊임없이 공격해 오는 [퍼시픽 림]과는 달리 [아틀란틱 림]은 제작비의 한계때문인지 단 두 마리의 괴수만이 등장합니다. 로봇의 운용방식은 [퍼시픽 림]처럼 모션 트레이스 방식이긴 한데, 드리프트니 듀얼 파일럿이니 뭐니 이런거 다 필요없고 그냥 각자 로봇 안에 들어가서 혼자 닌텐도 Wii 하듯이 열심히 허우적 거리는게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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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배역은 나름 괜찮은 편인데, 랩퍼 출신 배우인 안소니 '트리치' 크리스가 짐 역으로 등장하며, 레드 역의 마이클 초카치(주:발음을 잘해야 합니다)는 1997년 피플지 선정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에 선정된 바 있는 배우고, [늑대와 춤을]에서 '발로차는 새' 역의 열연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까지 올랐고 [다이하드 3], [붉은사슴비], [그린마일] 등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그래이엄 그린이 제독 역할로 나오는데, 이렇게 좋은 연기자가 왜 이런 영화에 출연하나 싶을 만큼 아까운 캐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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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간만에 소개한 [아틀란틱 림]은 어사일럼의 건재함(?)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영화입니다. 뭐 이런 영화의 셀링 포인트야 뻔하죠. 메이저 영화의 싸구려식 비틀기. 그래도 나름 [트랜스모퍼]나 [몬스터] 같은 초기작(?) 때와는 달리 아주 미미한 수준이지만 작품의 퀄리티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듯 합니다. 스틸컷으로 보면 꽤나 그럴싸 하거든요. 세트팀은 심히 농땡이 친 것 처럼 보이지만 CG팀은 역대 최고로 혹사당한 느낌이랄까요.
혹시 압니까? 한국에서 [퍼시픽 림]이 흥행한다면 어딘가의 용자께서 정식으로 수입할지도요. 끊이지 않고 괴작열전 코너에 소재를 공급하는 어사일럼을 격하게 사랑합니다.
P.S:
1.타임 스퀘어에서의 전투장면에서는 자신들의 2012년 작 [항공사고 Air Collision]의 포스터 배너를 비추는 깨알같은 셀프 PPL을 하고 있습니다. 이젠 스틸컷만 보면 제법 그럴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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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로 야간 배경을 사용한 [퍼시픽 림]과는 달리 [아틀란틱 림]은 낮이 주 배경입니다. 조금 의외였죠. 오히려 짝퉁일수록 허접한 특수효과를 감추려고 어두운 화면을 쓰는 법인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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