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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134

 

 

 

 

여러분은 흔히 '토끼'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십니까? 별주부전의 토끼? 이솝우화 속 토끼와 거북이? 엽기토끼 마시마로? [개그만화 보기 좋은날]의 명탐정 우사미? 뭐 아무거나 좋습니다. 다양한 토끼의 이미지를 떠올리시겠지만 이 동물이 인간에게 해를 끼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분은 안계시겠죠. 어디까지나 토끼는 온순하고 겁이 많은 동물이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이 녀석들이 정말로 위협적인 존재라는 걸 입증한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호주의 '토끼 흑사병 The Rabbit Pest '사건입니다.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전인 1859년, 영국에서 호주로 이민을 온 토마스 오스틴은 호주에 사냥감이 부족하다며 사촌에게 야생토끼를 보내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래서 24마리의 토끼가 호주에 도착하게 되죠.

이 24마리의 토끼 모두가 사냥꾼에게 잡혔더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을, 도망친 몇마리의 토끼는 향후 150년간 호주 땅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대재앙의 불씨가 됩니다. 원래 이 토끼라는 놈은 어마어마한 번식력을 자랑하는데, 생후 3개월 부터 임신이 가능하며 자궁이 두개라 중복 임신으로 1년에 3,40마리의 새끼를 출산할 수 있답니다.

아무튼 도망친 토끼가 새끼를 낳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가뜩이나 천적이 없는 호주의 광할한 영토를 뒤덮기 시작합니다. 숲은 빠르게 사막화가 진행되었고 먹이를 잃은 호주의 토착생물은 삽시간에 멸종 위기에 몰리게 됩니다. 이러한 생태계의 도미노 현상은 곧이어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쳐서 목초지를 상실한 농가들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게 되었지요.

당황한 호주 정부에서는 1902년부터 '토끼 울타리 Rabbit Proof Fence'라는 일종의 방어 전선을 구축하게 됩니다. 7년간 3차례에 걸쳐 구축된 이 토끼 울타리는 잠시나마 토끼의 확산을 막아 주었지만 이내 방어선을 뚫고 탈출한 몇 마리의 토끼떼가 다시금 호주 전역으로 확산되기 시작합니다.

급기야 호주 정부는 폭탄을 투하하거나 독극물을 살포하는 등 갖은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 토끼 말살작전을 실시하지만 모두 무위로 돌아갔고 마침내 생물학병기인 '점액종 바이러스'를 사용하기에 이릅니다. 99.8%의 탁월한 살상력을 지닌 이 바이러스 덕택에 드디어 토끼의 악몽에서 해방되는가 싶었는데 왠걸, 나머지 0.2%의 개체들에게서 바이러스에 내성을 지닌 변종이 발견된겁니다.

다시금 호주는 수억마리의 토끼들로 몸살을 앓고 있고 150년을 이어 온 '토끼와의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한국의 취업 포털사이트 잡코리아에 호주에서 토끼잡기 아르바이트를 할 사람을 구하는 채용공고가 올라오기도 했었는데요, 최근 호주 정부에서는 토끼들의 화학적 거세를 유발하는 신종 생화학무기를 투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자, 이쯤되면 마냥 순하게만 보였던 토끼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느끼셨을 거라 믿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 아이디어를 얻은 괴수호러물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네, 바로 이번 괴작열전에 소개할 윌리엄 F. 클랙스턴 감독의 괴수 영화 [나이트 오브 레퍼스]입니다.

이 작품은 '새'나 '벌', '상어' 등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하는 이른바 '동물 재난영화'의 계보에서도 꽤 선두에 위치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게 1972년이니 동물 재난영화가 메인스트림으로 도약한 계기를 마련한 [죠스]보다도 더 오래된 셈이죠. 이 영화에 출연한 괴수는 바로 토끼인데요, 서두에서 설명한 그런 토끼의 무시무시함에 거대화 크리라는 흥미진진한 소재를 결합한 작품입니다.

그럼 먼저 스토리를 보시죠.

영화는 아리조나 주의 한 조그만 마을에서 시작됩니다. 농장에 피해를 입히는 코요테의 소탕으로 인해 천적을 잃은 야생토끼의 개체수가 급속도로 늘어나자 동물학자 로이 배넷은 시안화약물을 이용한 약물사용으로 토끼를 말살하는 것은 비인간적이라며, 대신 번식력을 억제시키는 약물 실험을 위해 몇몇 토끼들을 잡아와 주사를 놓습니다. (코요테는 싹쓸이하고 토끼는 안된다는 발생 자체가... -_-)

그런데 로이의 철딱서니없는 딸내미가 토끼에게 나쁜 짓을 하는 것은 싫다면서 찡찡거리더니만 부모몰래 주사를 맞은 토끼를 빼내 애완용으로 키우려 하다가 그만 놓치고 맙니다. (천하의 밉상같으니라구 -_-;) 이 놈의 토끼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토끼들이 새끼를 낳아 약물 부작용으로 거대화된 변종 토끼들이 떼거지로 인간들을 습격하고 잡아먹는게 이 영화의 주된 내용입니다.

ⓒ A.C. Lyles Productions/ Warner Home Video. All rights reserved.

굉장히 유치할 것 같은 이 단순한 영화는 놀랍게도 1964년 호주 작가 러셀 브래드던이 발표한 '성난 토끼들의 해  Year of the angry rabbits'을 원작으로 삼은 작품입니다. 원작은 수상이 슈퍼웨폰을 사용해 지구를 지배하려고 하는 사이 거대화 된 토끼들이 호주 전역에서 날뛴다는 내용의 풍자소설로 전쟁의 부조리와 국가주의에 대한 비판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우회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 Heinemann.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나이트 오브 레퍼스]는 이러한 원작의 주제의식은 아랑곳 하지 않고 '거대화 된 토끼'라는 설정만을 들여와 인간 vs 거대토끼라는 대결구도로 단순화시켜 버립니다. 극 중에 등장하는 토끼들은 피칠갑을 한 앞니를 드러내며 '크르르릉' 포효하는데, 이 장면들이 공포감을 주는게 아니라 실소를 터트리게 만든다는게 함정이었지요.

CG가 발달하지 않는 시대이다보니 모든 특수효과를 아날로그로 처리해야 했는데요., 미니어처 세트에 토끼들을 풀어놓고 화면을 클로즈업으로 잡아 텍사스 소떼 지나가는 효과음을 넣는다고 이게 어디 거대토끼의 습격처럼 보이겠습니까. 아주 가끔씩 덩치 큰 토끼가 사람을 공격하는 장면도 나오긴 하는데, 누가 보더라도 토끼탈을 쓴 사람이지 말입니다.  게다가 몸집이 커졌다고 해서 토끼가 왜 '으르르릉'하며 호랑이 소리를 내는 겁니까. -_-;;

ⓒ A.C. Lyles Productions/ Warner Home Video. All rights reserved.

여기에 공포감을 준답시고 입에 피칠갑을 한 토끼의 얼굴 바로 앞에다가 카메라를 갖다 대는 장면에서는 그야말로 빵 터지지 않을 수가 없는데, 겁에 질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벌벌 떨고 있는 토끼의 불쌍한 모습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토끼들은 스텝들에 의해 영화 내내 이리저리 몰려다니느라 겁먹은 모습인데, 영화는 무척이나 진지한 톤으로 '자! 이래도 무섭지 않을텐가!'하며 관객들을 푸쉬하니 이건 완전 코미디가 따로 없는 거지요.

ⓒ A.C. Lyles Productions/ Warner Home Video. All rights reserved.

이 영화는 제작자 A.C 라일즈와 윌리엄 F. 클랙스턴 감독의 첫번째이자 유일한 공포영화인데, 원래 웨스턴 무비에서 꽤 잔뼈가 굵었던 두 사람은 관객에게 먹혀드는 공포영화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한채 자신들이 만들어왔던 웨스턴 무비의 연출 방법에만 의지했습니다. 그 결과 만드는 사람들만 진지했을 뿐, 막상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은 전혀 진지해질 수 없는 영화가 되고 말았지요.

반면 이 영화는 의외로 낯익은 얼굴들이 등장합니다. 이를테면 [스타트렉]의 닥터 맥코이로 유명한 디포레스트 켈리나 [싸이코]의 자넷 리 같은 배우들인데요, 디포레스트 켈리는 이번 작품을 마지막으로 향후 그가 출연한 영화는 오직 [스타트렉] 시리즈 밖엔 없습니다. 또한 자넷 리의 경우는 단순히 집이 촬영장과 가깝다는 이유로 출연을 승낙했는데, 덕분에 그녀는 촬영 중에도 주말에는 집에 가거나 가족들이 촬영장에 놀러오는 것이 허락되었다고 합니다. 뭐 그래봤자 이 영화는 고작 2달 여의 촬영을 마치고 완성되었으니까요.

ⓒ A.C. Lyles Productions/ Warner Home Video. All rights reserved.

[나이트 오브 레퍼스]는 동물 재난영화의 공식을 깨고 거대토끼라는 비교적 참신한 발상을 시도한 영화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연출력의 부재와 특수효과의 조잡한 때문에 망한 영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무려 속편까지 암시하며 끝을 내지만 다시는 이 영화를 찾을 관객이 없을 거라는 건 자명했습니다. 따라서 이 영화는 무려 33년간 비디오를 비롯한 그 어떤 매체로도 발매되지 못하다가 마침내 2005년 워너에 의해 편집본 DVD가 발매되면서 다시금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지요. 해외에서는 아직도 일부 컬트마니아들에게 있어서 희소성 있는 작품으로 추앙받는 괴작이랍니다.

그나저나 알고보니 토끼도 참 무서운 동물이죠?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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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순하네요.

P.S:

1.원래 이 영화의 제목은 "토끼들 Rabbits"이었습니다. 그러나 공포영화에는 걸맞지 않다고 판단, 라틴어인 Lepus를 붙여서 'Night of the Lepus'가 되었지요. 이는 조지 로메로의 1968년작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Night Of The Living Dead]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합니다.

ⓒ A.C. Lyles Productions/ Warner Home Video. All rights reserved.

2. 이 작품은 토탈필름 선정 사랑스러운 괴수 50선에서 22위를 차지한 바 있습니다. 공포물의 메인 괴수가 '사랑스러운 괴수'라니.. 이보다 더 한 굴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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