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열전(怪作列傳) No.130
1980년대에는 성인층을 겨냥한 SF액션물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과 [블레이드 러너], 제임스 카메론의 [터미네이터], 존 맥티어넌 감독의 [프레데터]와 폴 버호벤의 [로보캅]이 있지요. 이러한 영화들은 당대 특수효과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던 조지 루카스나 스티븐 스필버그 사단의 작품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관심을 모았던 작품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프레데터]는 아놀드 슈왈제네거라는 걸출한 스타를 내세워 클록킹 기술을 비롯한 각종 하이테크놀로지로 중무장한 외계생명체와의 사투를 그린 독특한 작품이었습니다. 밀리터리 액션물인 [코만도]와 비슷한 영화일 것이라는 관객의 허를 찌른 영화였지요. 또한 폴 버호벤의 [로보캅] 역시 일반적인 SF영화에 등장하는 로봇의 개념을 완전히 새롭게 해석한 작품으로 유혈과 폭력의 묘사가 한계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화제작이었습니다.
물론 메이저 영화계의 이러한 움직임은 당연히 음지의 영화계에도 영향을 주었죠. '이탈리아의 에드 우드'란 별명을 가진 (마치 이탈리아의 남기남이라고 해도 될만한..) 브루노 매티는 물건너 헐리우드의 걸출한 SF영화 두편을 한 영화안에 넣을 과감한 계획을 세웁니다. 이 엄청난 계획에 선택된 영화가 바로 [프레데터]와 [로보캅]이었지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로보워]라는 영화입니다.
그럼 이 영화의 줄거리를 대충 소개해 보겠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군사 기지가 위치한 섬의 헬리콥터의 조종사들이 수수께끼의 무엇에 의해 공격을 받게 됩니다. 범인은 바로 오메가 1호라고 명명된 아군의 전투로봇. 마스쳐라는 남자가 만든 이 로봇의 회로이상으로 부대 전체가 전멸해 버린 것이지요. 이에 마스쳐는 BAM (주: Big Ass Mother xuckxx의 약자)라고 불리는 특수부대를 투입, 섬에 가서 원인을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 Flora Film. All rights reserved.
머피 블랙 소령(주: 네, 바로 [로보캅]의 주인공 머피에서 이름을 따온건… 우연의 일치겠지요?)이 이끄는 BAM은 고무보트 두 대에 나눠타고 섬에 도착, 게릴라들을 소탕하지만 정작 소대원들은 정체불명의 무엇인가에 하나 둘 희생당하게 됩니다. 급기야 오메가 1호의 존재를 알게된 BAM 소대원들은 대장인 머피 블랙과 게릴라의 포로로 잡혀있던 유엔봉사자 버지니아만 남기고 모조리 당하고 맙니다. 마침내 적과 맞닥드리게 된 머피는 오메가 1호의 정체가 자신의 둘도 없는 전우였던 마틴 우드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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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에서 알 수 있듯이 [로보워]의 기본적인 줄거리는 [프레데터]를 그대로 베꼈습니다. 한 무리의 특수부대가 정글에 들어와 게릴라를 소탕한다는 점, 가죽이 벗겨진 몇몇 시체들이 나무에 걸린채 정글에서 발견된다는 점, 정체불명의 적이 열추적 모드 비스무리한 시야로 사물을 바라본다는 점, 홍일점인 여자가 한명 등장한다는 점 등 유사한 부분이 한 둘이 아닙니다.
게다가 일부 시퀀스는 완전 판박이인데요, 인디언스런 근육질의 용사가 용감히 적에게 1:1로 맞서다가 비명횡사하는 부분까지도 똑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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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역시 적의 정체가 드러나는 부분이겠죠. [프레데터]가 정체모를 외계인인 것으로 판명되는 반면, [로보워]에서는 (모토사이클 헬맷을 쓰고 로봇이라 주장하는 녀석이) 주인공의 둘도 없는 친구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모름지기 [로보캅]에서 그 설정을 따온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한편 이 영화에서는 뜻밖의 배우들을 만나실 수 있는데요, 주인공 머피 소령을 맡은 배우는 랩 브라운이라는 사람으로 과거 TV판 영화 [캡틴 아메리카] 1,2편에서 주인공 스티브 로저스 역을 맡은 바 있습니다. 그 후 [초인헌터 욜] 같은 B급 괴작들에서 주연을 맡거나 비중있는 조연으로 등장한 제법 잔뼈굵은 배우로 활동했습니다. 그래도 나름 헐리우드 언저리에서 놀던 배우인데 이런 이탈리아산 괴작에 출연하다니 참… 영화의 세계는 알다가도 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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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로보워]는 지난 번 소개한 [터미네이터 II]처럼 브루노 매티가 헐리우드의 메이저 영화 둘을 짬뽕시킨 짝퉁영화로서 흥미를 자극합니다. 물론 영화적 완성도는 큰 기대를 마시고, 다만 이 우스꽝스런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연기하는지는 봐둘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 동료들도 멀쩡히 다 살아있는데 괜히 열받아 기관총을 난사하는 소대원을 보면 절로 이런 말이 나올테니까요.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요?” (개콘 황현희 버전)
P.S
1.유일한 홍일점으로 나온 버지니아 역의 캐서린 히클랜드는 그리 유명한 배우는 아니지만 이 영화를 찍을 당시 [전격 Z작전]의 데이빗 하셀호프의 아내이기도 했습니다.
2.각본을 쓴 클라우디오 프라가소와 로셀라 드루디는 부부입니다. 어떤 면으로 이 부부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브루노 매티보다 더 대단한 면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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