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열전(怪作列傳)

괴작열전(怪作列傳) : 배트맨과 로빈 (1991) - 필리핀산 배트맨의 정수를 맛보다

페니웨이™ 2012. 8. 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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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129

 

 

 

 

얼마전에 개봉한 [다크 나이트 라이즈]로 배트맨 영화 사상 최고의 트릴로지가 완결이 되었습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었지만 그래도 슈퍼히어로 무비의 변천사에 이런 걸출한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기념비적인 족적을 남긴 셈이지요.

하지만 이와는 반대되는 의미에서의 기념비적인 배트맨 영화도 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배트맨 괴작을 꼽으라고 한다면 1966년 아담 웨스트 주연의 [배트맨] 극장판이나 혹은 1997년 조엘 슈마허 감독의 [배트맨과 로빈]을 떠올리실 텐데요,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영화는 이들과 차원이 조금 다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만 배트맨 영화는 비단 헐리우드에서만 독점했던 건 아닙니다. 슈퍼히어로물에 대한 열렬한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필리핀에서도 배트맨이 속속 등장했는데요, 1965년작인 [배트맨과 로빈]과 1966년작인 [제임스 배트맨], 그리고 1967년작 [배트맨 파이츠 드라큘라] 등등 이른바 ‘배트-스플로이테이션 Bat-sploitation’ 영화들이 양산되어 왔습니다. 그 중 비교적 최신작인 1991년판 [배트맨과 로빈]은 이런 필리핀산 배트맨 영화의 괴악스러움을 한눈에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요.

ⓒ Fidelis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그럼 우선 이 작품의 스토리를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평소 조커가 등장하는 만화책을 즐겨보던 백수건달이 삼촌과 의기투합해 스스로를 조커와 펭귄으로 칭하며 은행강도 행각을 벌이자 정의감에 불타는 평범한 고등학생 케빈이 그의 큰형 쿠야와 함께 배트맨과 로빈이 되어 이들을 소탕하기로 합니다.

한편 조커와 펭귄은 강탈한 돈을 부하들에게 지급하는 과정에서 세금까지 공제하는 쪼잔함의 극치를 보여주는데, 이에 발끈한 부하들이 모두 탈퇴하자 결국 조커와 펭귄은 제3의 인물인 캣우먼을 섭외해 자신들의 강도행각에 끌어들이게 되는데 과연 이 어설픈 강도들과 자경단의 대결은 어떻게 끝이 날까요?

ⓒ Regal Films. All rights reserved.

제작년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배트맨과 로빈 Alyas Batman en Robin]은 1960년대의 배트맨 시리즈가 시들해짐과 동시에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가 1989년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가 새롭게 돌풍을 일으키자 이에 편승하게 된 작품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일은 팀 버튼의 작품이 아닌 1960년대 버전의 캠피한 스타일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밥 케인의 원작과는 달리 주인공들은 ‘배트맨’ 만화책의 주인공들을 따라하는 일종의 카피캣 설정으로 영화를 이끌어 나가며 이 때문에 ‘배트맨’ 코믹스의 필리핀식 컨버전을 기대한 관객들에겐 다소 실망스러울 겁니다. 어둠의 기사가 되어 고뇌하는 배트맨의 갈등 따윈 있을리가 없고, 그냥 배트맨 놀이를 하는 인물들의 코스튬 플레이가 영화의 전부입니다.

ⓒ Regal Films. All rights reserved.

배트맨과 로빈은 자신의 차고를 개조해 배트 케이브를 만들고 그 안에는 온갖 조잡스런 버튼으로 장식을 해놓은데다, 배트 커피니 배트 밀크니 배트 티니 하는 허접한 음료수나 만들어 놓고 있질 않나… 뭐 대략의 분위기는 이렇게 가볍습니다.

ⓒ Regal Films. All rights reserved.

게다가 당혹스러운건 이 영화의 장르가 무려 코믹-뮤지컬이라는 겁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시시껄렁한 슬랩스틱 코미디에 배우들의 말장난으로 상황을 이끌어가다가 난데없이 주인공들이 노래를 부르고 주변 인물들이 춤을 추는 뮤지컬로 급전환됩니다. 마치 인도영화의 맛살라 군무를 연상케하는데, 뭐랄까요.. 다른 것도 아닌 배트맨 영화에서 이런 꼴을 보는 기분이란… 덕분에 관객들은 노래하며 춤추는 조커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감상하실 수가 있습니다.

ⓒ Regal Films. All rights reserved.

뮤지컬, 코미디, 액션, 로맨스 등 온갖 장르의 잡탕찌게로 범벅된 이 작품은 마지막에 급기야 스파이더맨이나 원더우먼 등 영화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슈퍼히어로까지 총출동하며 대망의 뮤지컬을 선보이니 진정 괴작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진정 놀라운 건 본 작품이 팀 버튼의 [배트맨] 이후 2년이 지난 다음에 나온 영화라는 사실이겠지만요.

ⓒ Regal Films. All rights reserved.

P.S
1.필리핀의 유명한 코미디언이자 Tv 진행자인 조이 드 리온이 배트맨 역으로 등장하며 그의 아들인 킴피 드 리온이 로빈을 맡았고, 역시나 유명한 필리핀 코미디언 르네 레퀴에스타스가 조커를, 판치토가 펭귄을 연기했으니 캐스팅은 나름 초호화 캐스팅이네요.

2.로빈이 가슴에 달고 있는 심볼마크는 박쥐가 아니라 영화 제작사인 리갈 필름스의 로고더군요. 나름 꼼꼼한 인간들.

ⓒ Regal Film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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