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관한 잡담

20년전 설날에는 어떤 영화들을 보았을까?

페니웨이™ 2012. 1. 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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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의 설 연휴를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로지 빨간날만 쉬는 저로서는 이번 연휴가 모처럼의 달콤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때여서 꿀맛 같은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포스팅을 게을리 할 수는 없는 법. 오늘은 20년전인 1992년 설 연휴에는 어떤 영화를 즐겼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1.설 TV 특선영화  


1992년에는 일요일인 2월 2일을 포함해 수요일인 5일까지 무려 4일을 내리 쉬었군요. (아흑.. 부럽…) 먼저 연휴 첫날인 2월 2일의 설날 특선영화를 보시겠습니다. 정식 설 연휴에 포함되지 않아서인지 딱히 특별편성이 눈에 띄지는 않는 평범한 일요일처럼 보입니다.

MBC에서는 낮 1:05에 피어스 브로스넌 주연의 인기외화 [레밍턴 스틸]이 정상적으로 방영되었구요, SBS에서는 낮 12:10 일요명화 시간에 [사랑의 승리 Touched By Love, 1980]라는 작품을 방영했는데, 이 영화의 감독인 구스 트리코니스와 주연인 데보라 래핀은 1984년에 [정글의 여인 Dance Of The Dwarfs]에서 다시 한번 손발을 맞춥니다. 설 특선 영화치곤 조금 싱거운 구성이군요.


본격적인 설 연휴의 시작인 2월 3일부터는 보다 다채로운 영화들이 편성되어 있었습니다. MBC에서는 [소림사 18나한진]과 원미경, 이대근 주연의 [사노]가 방영되었고 3일에 걸쳐 [찰리 채플린 시리즈]로 단편작들을 연속 방영해 주었습니다.

KBS에서는 빅터 플래밍의 대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1부가 방영되었군요. 이 당시에는 이렇게 러닝타임이 긴 영화를 1,2부로 나누어 이틀간에 걸쳐 방영하는 만행을 종종 저지르곤 했지요. KBS2는 배창호 감독의 [깊고 푸른밤]이 방영되었습니다. SBS는 이경영의 리즈시절 출연작 [난 깜짝 놀랄짓을 할거야]를 방영했네요.

2월 4일입니다. SBS는 낮 12:10에 역시 이경영의 리즈시절 작품인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2]를 방영했구요, 밤 10:55에 [브룩 쉴즈의 브렌다 스타]를 틀어줬습니다. 이때만해도 서양 미녀의 대표적인 아이콘이었던 ‘브룩 쉴즈’의 네임밸류가 먹힐 때였던 것 같습니다. 더불어 4대 ‘제임스본드’ 티모시 달튼이 애꾸눈으로 등장했던 영화였지요.

MBC는 낮 12:00에 ‘앙코르 특선외화’ [E.T]를 방영했습니다. 뭐 두말할 나위없는 작품이죠. 이 작품이 의외로 지명도에 비해 국내 공중파 방영까지의 홀드백 기간이 길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이렇게 이미 틀어줬던 영화를 ‘앙코르’라는 명목으로 재방송해주는 사례가 빈번했었습니다. 밤에는 장선우 감독의 [우묵배미의 사랑]이 방영되었네요.


KBS는 전날 방영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2부를 방영하는 꼼수를 부렸고, KBS2는 박광수 감독의 [칠수와 만수]를 방영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같은 시간대에 KBS2와 MBC가 모두 박중훈이 주연을 맡은 영화를 틀어줬네요. 훗날 대괴작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으로 폭망하기 전의 장선우 감독과 함께 박광수 감독은 한국 뉴웨이브 세대의 상징이었죠.

이제 연휴 마지막날인 2월 5일로 넘어갑시다. SBS는 낮에 [쫄병수첩 2]를, 밤에는 론 하워드 감독의 [코쿤]을 방영했습니다. 저도 이날 처음으로 [코쿤]을 시청했는데, 생각보다는 재미가 없었던 기억이….

MBC는 1980년 그래미상을 수상한 마크 L. 레스터 감독의 [롤러 부기]를 낮 12시에 방영했고, 뒤이어 최재성 주연의 [물망초]를, 밤에는 장예모-공리를 한국에 알린 [국두]를 편성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장예모가 꽤 롱런하는 편이로군요. 얼마 전엔 크리스천 베일을 주연으로 기용한 [금릉 13채]를 내놓았다죠.


KBS는 오전에 설 가족특선 [개구쟁이 특공대]를 방영했는데, 뭔 영화였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밤 9:30에는 설 특선영화 [탈출]이 편성되어 있는데, 이 작품 역시 고영남 감독의 1975년 작품인지 아님 다른 영화인지를 모르겠습니다 ^^;;;

 

    2.설 극장가 영화  


그렇다면 1992년 설 극장가는 어떤 영화들이 상영중이었을까요? 서울 상영관을 기준으로 보면 몇몇 익숙한 영화들이 눈에 띕니다. 한창 다작에 매진하던 브루스 윌리스의 [허드슨 호크][라스트 보이스카웃]을 비롯, 성룡 형님의 1인 2역 [쌍룡회], 마이클 키튼의 악역연기가 인상적인 [퍼시픽 하이츠], 찰리 쉰의 패러디 영화 [못말리는 비행사], 키아누 리브스와 리버 피닉스의 [아이다호] 등이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한국영화로서는 당시 18억원이라는 거금이 투입된 김지미 주연의 대작 [명자, 아끼꼬, 쏘냐]가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 있었죠.


19금 영화로는 돌프 룬드그랜, 브랜든 리 주연의 [리틀 도쿄], 장선우 감독의 [경마장 가는길], 미키 루크의 [와일드 오키드 2] 등이 개봉되었군요. [리틀 도쿄]는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이었는데, 친구놈 중에 하나가 연소자 관람불가와 미성년자 관람불가는 엄연히 다른 등급이라면서 박박 우기면서 내말을 안듣다가 극장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쫓겨난 기억이 나네요.


벌써 20년의 세월이 흐르긴 했습니다만 리버 피닉스와 브랜든 리는 너무나도 빨리 요절한 배우가 되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이들이 이렇게 빨리 세상을 뜰지는 정말 몰랐습니다. 또한 당시 최고의 미남배우 중 한명이었던 미키 루크는 이후 권투와 성형부작용 등으로 결국 끝없는 추락을 했다가 최근에서야 제2의 연기인생을 꽃피우고 있지요. 찰리 쉰이야 지금은 거의 배우생명이 끝난 상태고, 성룡은 헐리우드로 진출하는데 성공했지만 전성기만큼의 기량에는 못미치는 노쇠한 모습이어서 아쉽습니다.

잠시나마 추억여행을 떠나보시니 어떠신가요? 영화를 보면 우리의 과거가 떠오르지 않으십니까? 20년전의 화목한 설 연휴만큼이나 따뜻한 휴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 참고: 동아일보 1992년 2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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