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필버그가 돌아왔다. 기대감을 잔뜩 키워 놓았다가 실망만을 안긴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이후 3년만이다. 이번에 돌아온 작품은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로서 놀랍게도 실사영화가 아닌 풀CG애니메이션이다. ‘땡땡의 모험’으로 알려진 원작의 경우 국내에서는 1980년대 만화잡지 보물섬에 연재되었던 것을 빼면 국내에서는 그리 친숙한 작품은 아닐진데, 그런 연유로 홍보사에서는 ‘인디아나 존스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라는 식으로 본 작품을 소개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땡땡의 모험’이 ‘인디아나 존스’에 영향을 주었다는 주장은 엄밀히 말하면 사실과는 조금 다르다. 스필버그가 원작 ‘땡땡의 모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1981년 [레이더스]를 틴틴과 비교하는 언론 리뷰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는 그 당시 [ET]의 각본가, 멜리사 매티슨에게 [틴틴의 모험]의 각본을 의뢰하였기에 ‘인디아나 존스’와는 분명히 다른 출발점을 지녔다
이 작품은 에르제의 원작 ‘땡땡의 모험’ 중 ‘The Crab with the Golden’, ‘The Secret of the Unicorn', 'Red Rackham's Treasure' 이렇게 세 편의 작품을 합쳐 놓았는데, 다뤄야 할 내용이 처음부터 많아진 탓에 도입부가 상당히 짧고, 전개가 빠른 양상을 띈다. 아마도 이 같은 작업을 택한 이유는 땡땡의 파트너인 하독 선장을 등장시키고 이에 걸맞는 메인 스토리를 깔기 위한 것이었으리라. 초반부터 원작의 소모가 좀 심한 편이지만 그래도 세 편을 묶어놓은 모양새는 그리 나쁘지 않다.
실제로 스티븐 스필버그의 생애 첫번째 애니메이션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은 모름지기 스필버그식 어드벤처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서 손색이 없다. 보물을 찾아나선 주인공과 음모를 꾸미는 전형적인 악당, 그리고 특유의 재치있는 슬랩스틱과 유머가 뒤섞이면서 본 작품은 아닌게 아니라 1980년대 어드벤처 영화의 이정표를 제시했던 인디아나 존스를 연상케 한다.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 실망했던 관객이라면 아! 그 영화를 바로 이렇게 만들었어야 하는건데! 라는 안타까움이 느껴질만도 하다.
ⓒ Columbia Pictures, Paramount Pictures, Amblin Entertainment.
모션캡쳐방식의 풀CG 캐릭터도 나쁘지 않다. 매우 사실감이 넘쳐나며 평면상의 2D 캐릭터를 3D로 전환시킨 리모델링의 결과물도 여름에 개봉했던 [개구쟁이 스머프]에 비하면 그 만족도가 하늘과 땅 차이다. 오히려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적 특장점을 활용한 스필버그 특유의 역동감 넘치는 앵글과 롱테이크 액션은 근래 보아온 스필버그 영화 중에서도 가장 스필버그다운 느낌을 선사한다. 80년대 클래식한 스필버그식 어드벤처의 미장센이 더 이상 그만의 전매특허가 아님을 이미 [슈퍼에이트]의 J.J 애이브람스 감독이 보여준 바, 어찌보면 이번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은 앞으로 스필버그의 장기를 최적화시킬 수 있는 매체가 애니메이션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호불호는 분명히 갈릴 것이다. 이젠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름만으로 기본 관객수가 보장되는 시대가 아니다. 더군다나 원작의 팬이라면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원작과의 괴리감을 쉽게 극복하기가 힘들 수 있다. 세 편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는 과정에서의 삐걱거리는 부분이 눈에 거슬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럽다. 왁자지껄한 원작 고유의 어수선함과 활력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적어도 무늬만 ‘땡땡의 모험’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날카로운 재치가 많이 무뎌지긴 했지만 원작의 정서와 장르적 묘미를 버무리는 거장의 손길은 아직도 건재하다. 다가올 (아마도 피터 잭슨이 직접 전면에 나설) 2,3편의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대된다는 건 이 시리즈가 지닌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P.S
1.하독 선장은 피터 잭슨을, 모로코의 대부호는 스필버그를 닮았더군요..
2.역시 스노위보다는 밀루라는 이름이 더 친숙합니다. 마찬가지로 틴틴보다는 땡땡이죠.
3.개인적으로는 초반부의 범죄느와르적인 분위기를 조금 더 살렸더라면 정말 걸작이 되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스필버그는 다 좋은데 끝으로 갈수록 너무 밝아져요.
4.세월이 꽤 지났는데도 앰블인 엔터테인먼트의 로고와 함께 캐슬린 케네디, 존 윌리엄스, 마이클 칸,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름을 한 영화에서 보는 건 정말이지 가슴 설레이는 일입니다. 이를 두고 드림팀이라고 하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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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스필버그 영화를 떠올리면 예전만한 설레임은 없습니다.
2011.12.12 09:28그래도 3년만에 신작이라니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살짝 기대되긴 합니다.
저는 크래딧에 뜨는 전설적인 인물들의 이름만 봐도 ㄷㄷㄷ 하더라구요.
2011.12.12 09:38 신고확실히 인디아나 존스를 연상하게 하더군요.
2011.12.12 09:38 신고저는 아주 재미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괜찮게 보고 있었는데
어제 몸 상태가 피곤해서 그랬는지 후반에 좀 지치더군요.
이번엔 여러모로 기대가 됐던지라 평을 볼 것도 없이 무조건 가서 봤지만
후속작은 개봉하고 평을 좀 지켜본 다음에 볼지 말지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피터 잭슨이 전면에 나설 것 같다니 이거 다음 작도 무조건 달려가게 될 것 같군요. 크크
Terminee님이 다시 부활하셨군요. ^^
2011.12.12 09:42 신고부활...은 항상 하고 싶은데 몸과 마음이 따라 주질 않네요. 크크
2011.12.12 09:48 신고주말에도 내내 출근하고 오늘이 월요일인지 무슨 요일인지도 모를 상태입니다. ^^;;;
이젠 나이가...쿨럭.
2011.12.12 10:11 신고땡땡이의 모험! 온 가족이 같이 볼 날을 기대하고 있어요... 모든 감독님들이 그렇듯이 어느정도 전성기가 지나면 기력이 쇠하여 예전만 못한 작품들이 많이 나오지만 그래도 명불허전!!! 스필버그 이하 모든 분들이 너무도 ㅎㄷㄷ 하네요~ 혹자들은 한국에서 친숙하지 않은 캐릭터다 보니 역시나 흥행에 신통치 않을 것이라고들 하시지만, 뭐 제겐 스필버그 감독님은 항상 즐거움과 행복감만 주셨네요~ 오늘도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2011.12.12 10:04진정한 '보증수표'였던 스필버그..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그의 소년같은 마음은 여전하더군요.
2011.12.12 10:12 신고안녕하세요, TISTORY입니다.
2011.12.12 10:48티스토리 메인에서 '영화<틴틴>'을 주제로 회원님의 글을 소개해드렸습니다.^^
혹시 노출과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tistoryeditor@hanmail.net 메일을 통해 말씀해주세요!
앞으로도 재미있고 유익한 글로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2011.12.12 18:13 신고국딩때 보물섬에서 볼때 다른만화와는 다르게 종이가 약간 붉은색이었던게 아직도 기억나네요..
2011.12.12 11:55오오.. 맞아요. ^^
2011.12.12 18:13 신고전 보물섬 연재 당시 땡땡을 그리 좋게 보지 않아서(악감정이 있다는 게 아니라 뭐가 재미있는 건지를 몰랐다는 게 맞겠네요) 이 영화도 그닥 기대는 안 가네요. 보게 될지 그냥 지나갈지 모르겠삼. 위에 아자 님은 인쇄 상태를 기억하시는 듯 하군요. 분명 컬러는 컬러였는데 지금 기억으로는 좀 덜 채워진 컬러의 느낌..
2011.12.12 14:28저는 그림체가 좋더군요. 특히 국산과는 달리 왠지 모르게 안정된 작화가 참 특이했습니다.
2011.12.12 18:14 신고'언케니 벨리'가 느껴지게 하는 캐릭터 묘사는 좀 불쾌해요.
2011.12.12 15:22차라리 만화적인 묘사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은데...
풀CG의 기조자체가 언캐니밸리라고 생각합니다. 제임스 카메론이 아바타로 입증한 이상, 이를 뛰어넘거나 또는 동일선상에 놓이려는 작품들은 계속 쏟아져 나오겠죠. 만화의 원작이 언캐니밸리를 이끈 것 중에 가장 맘에 안든건 [개구쟁이 스머프]였습니다. 이건 뭐,..
2011.12.12 18:16 신고흥겹고, 재미나고, 무엇보다 본문에 쓰신 것처럼 인디아나 존스의 향기가 느껴져 좋았습니다. ㅎㅎ
2011.12.12 15:35스필버그 아저씨가 '요~ 애니메이션이란 거 참 재미난 장난감인데?' 라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기도 했고요^^
초반부에 다소 덜그럭거리긴 했어도, 각색도 크게 불만은 없습니다.
다만 [틴틴의 대모험]이라기보다 [하독선장의 대모험]이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이...ㅎㅎㅎ
(앤디 서키스가 연기했는데도 내내 해리슨 포드를 보는 것 같았다니까요 ㅋㅋㅋ)
저는 보는 내내 아이고... 인디4를 이렇게 만들어야 하는건데.. 싶더군요.
2011.12.12 18:17 신고항상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2011.12.13 10:08색감과 무게감이 인상적일만큼 뛰어나더군요.. 특히 그 바닷물의 표현력이 정말이지..
아쉬운 점은.. 액션의 하일라이트 분배가 좀 아쉽지 않았나..개인적으로 생각해 봤습니다..
마지막 자동차 추격씬과 그뒤에 나온 크래인씬의 액션강도가 뒤바뀐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추격씬의 임팩트가 강하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겠네요.. 그 두개를 붙혀서 했을면 어땠을까요?
추격씬에서의 흥분이 앤딩으로 이어지면서 한번 더 치고 올라가 카타르시스를 느껴야 되는데..큰일보고 나서 휴지가 조금 부족한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암튼..3D로 극장에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행이었고, 스필버그가 건재하구나 하는 생각에 왠지모를 안도감이 느껴지네요.. 좀..짠한 생각까지 들뻔했었는데..ㅋㅋ
저는 마지막 액션도 그만하면 맘에 들었습니다. 중간의 오토바이 추격전은 마치 [레이더스]를 보는것 같았고요^^
2011.12.13 12:04 신고80년대 보물섬에서 연재할 당시 재미있게 보았다는 갸날픈 추억의 끈을 잡고 관람을 하였는데 이만하면 여러 요소의 재미들을 느낄 수 있게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옛날 보물섬에 연재할 때 중간에 작가인 에르제의 사망소식을 땡땡과 밀루가 눈물을 흘리는 그림과 함께 전해졌던 것이 기억에 남네요,
2011.12.13 15:23재미있게 본 기억만 있고 자세한 기억은 이제 희미했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캐릭터들이 새록새록 기억이 나는게 신기하네요...
원작가인 에르제의 사진을 본 적은 없지만 영화초반에 땡땡의 초상화를 딱 원작만화풍으로 그려준 이름모를 거리의 화가가 혹시 에르제를 모델로 한 것이 아닌가 추측합니다. "예전에 자네 그림을 몇번 그린 것 같은데..." 라는 의미심장한 대사도 날려 주신걸로 봐서는 확실하지 않을까요? 자신의 초상화를 옆에 들고 있던 그 도입부가 인상적이었네요. 마치 "이제부터 얘가 나야" 라고 확실히 각인시키고 시작하는 것 같았습니다.
원작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본격적으로 CG의 세계를 진행하는 도입부가 참 맘에 들었더랬죠.
2011.12.13 18:30 신고한국 흥행이 초반부터 기대이하더군요. 스필버그 이름값 들이대면서 640개가 넘는 상영관들을 차지했음에도 오싹한 연애에 밀렸더군요. 사실 스필버그 영화라고 무작정 본다도 아니고(이젠) 무엇보다 틴틴을 보고 정말로 초코틴틴이냐 뭐냐..^^a 이런 사람까지 본 저는 이게 한국에선 별로 성공못할 것이라 예상은 들긴 했습니다
2011.12.13 18:22무엇보다 2002년인가 나온 책이 아직까지도 재고가 남아서 할인판매하는 신세인데요 ,,,
그런데 한국과 달리 인기가 많은 일본에서도 초반 흥행은 영 아니더군요.자국애니 케이온 극장판이 흥행 1위이니 ㅓ허허허
스필버그의 이름이 통하는 시대는 지났으니까요 ㅜㅜ 유럽내 흥행이 어떨지가 기대됩니다.
2011.12.13 18:31 신고유럽에서 먼저 개봉했습니다.10월 26일 프랑스와 벨기에 상영이 먼저였죠.
2011.12.14 00:04일단 해외 흥행은 그럭저럭 거둔 듯 싶으나 스필버그 이름값치곤 그저 그렇네요. 한달이 넘게 유럽과 아시아 여러 나라 흥행은 2억 3300만 달러가 넘었습니다.프랑스가 5300만 달러 가까이 벌면서 흥행 1위. 그 다음.스페인.영국이 2천만 달러가 넘었고 독일이 1500만 달러를 넘겼습니다. 그 밖에 이탈리아에선 400만 달러를 넘기며 부진중이고 일본에선 개봉 1주동안 577만 달러로 역시나 기대 이하네요.
결국 미국 흥행을 더 기대해야할 듯..우리나란 초반부 흥행을 집계하니까 15만 4천 달러랍니다...
역시 프랑스에서 터져주는군요. 음.. 애니메이션이라 그런가 해외에서의 스필버그는 아직 먹어주는 이름일텐데..
2011.12.14 09:25 신고다음편도 무척이나 기대가 되는군요. 관심있던 유럽 만화 중에서 영화화하여 성공한 몇 안되는 케이스가 되겠네요. '아스테릭스'를 보면서 얼마나 가슴 아팠는지..
2011.12.13 21:56영국 만화로 인기많았던 걸 영화화하여 아주 잊혀진 저지 드레드도 있죠..
2011.12.14 00:05아 정말이지 저지 드레드 ㅜㅜ (리메이크로 칼 어번이 주연을 맡았다죠)
2011.12.14 09:24 신고저지 드레드는 재앙 수준이죠...ㅠㅠ
2011.12.14 09:39으아 저지 드레드 망할만했죠.
2011.12.15 08:4199년인가 MBC에서 방학 특집식으로 '틴틴의 대모험"이라는 제목으로 TV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방영해줘서 봤었죠,그당시에 PC통신 만화 동호회에서 동호회 사람들이 유럽이 원작이라 틴틴이 아니라 탱탱 혹은 땡땡이 원제라고 했던 기억도 나는군요.
2011.12.14 22:2399년엔 제가 한국에 없어서 못봤군요^^
2011.12.15 05:57 신고문화방송에서 30퍼센트 지분(애비인 박정희가 가로챈 것이지만)을 가진 박근혜가 땡땡빠순이로 유명해서 ...박근혜 땜시 방영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2011.12.15 08:40방영당시 땡땡 성우는 손원일 씨.
보물섬은 저에게는 아주 귀한 잡지였죠. 저에게는 아주 비싼잡지였기에 부모님에게 사달라 졸라댈수 없는 가격이었죠...
2011.12.15 06:41저는 어머니께서 유일하게 사주시던 만화책이 보물섬이었습니다. 지금은... 그야말로 보물이죠. ㅠㅠ
2011.12.15 09:16 신고예전 수업시간에 짧게나마 배운 기억이 나네요~ 전 불문과 출신입니다. 아 물론 그땐 땡땡이라고 배웠습니다.^^
2011.12.16 10:44오오~ 불문과 시군요. 그 어렵다는 프랑스어...
2011.12.16 10:46 신고저는 하독선장을 보면서, 월터 매쏘우가 떠오르더군요.
2011.12.16 13:56(만화 캐릭터로는 뽀빠이의 숙적 부르투스가....)
월터 매튜 말씀이시죠? 그분도 닮긴 했네요. ^^
2011.12.17 09:29 신고일본이나 헐리우드 흥행은 기대 이하네요. 일본은 3주가 되어가도록 1000만 달러를 겨우 넘겼고 헐리우드도 개봉 첫 주 2410만 달러이니..이대론 1억달러도 어려워 보입니다,,한 6~7천만 달러?
2011.12.29 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