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말을 먼저 해야 할까요. '2010 view 블로거대상 문화/연예 채널 우수상'이라니... 정말 과분한 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잠시 3년전으로 돌아가 볼까요? 2007년 6월 23일, 처음 블로그를 개설했을 때의 방문자 수는 달랑 4명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시간이 흐른 지금은 누적 방문자수가 5,130,000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아마 누군가 찾아와 내 글을 읽는다는 자각이 없었다면 3년 이상이나 블로그를 운영할만한 동기부여는 그리 강하지 않았을 겁니다. 결국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든건 순전히 방문자들 덕분이었던 거죠.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올 한해는 조금 힘든 시기였습니다. 자세한 것 까지 밝히기는 어렵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찾아오는 감정적인 기복(흔히 히스테리라고 하죠. -_-)도 물론이거니와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을 그 어느때보다도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에 사실상 예년에 비해서는 블로그에 신경을 덜 쓰게 되었죠. 마음 한편에서는 늘 방문자들에게 미안한 심정이 자리를 잡았지만 타성에 젖어, 때로는 그저 의무감에서 글을 올린 적도 종종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행인 것은 그래도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는 저를 이해해주시고 또 힘들때 격려하신 많은 분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사실 블로그를 개설하게 된 것은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만 본의 아니게 제가 더 힘을 얻게 되어 저 자신도 놀랐습니다. 지나고 보니 제가 블로그 하나는 정말 잘 키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치 정성들여 키운 자식처럼 말이지요. 혹 누군가가 저에게 블로그를 개설하면서 좋은 점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런 블로그의 긍정적인 힘에 대해 말해주고 싶습니다. 토닥거려주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 요즘같이 팍팍한 시대에 얼마나 큰 자산인가요. 몇푼 안되는 애드센스 클릭 한번보다 방문자의 댓글 하나가 저에게는 훨씬 더 소중합니다.
무엇보다 블로거대상 문화/연예 채널에서 영화블로거로 우수상을 받게 된 점도 무척 뿌듯합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문예/연예 채널 심사위원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감독님이시더군요) 사실 같은 카테고리에서 연예블로그에 비해 영화블로그는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경향이 있는데 제가 뽑히게 되어서 무척 의외였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다른 영화블로거분들도 마이너리티에 구애받지 않고 자부심을 갖고 계속 좋은 글들을 써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나저나 미국에서는 남자나 여자나 아카데미 주연상을 타고나면 그 담부터는 내리막길을 걷는 징크스가 심하다던데, 이걸로 저의 전성기는 끝난게 아닌지 벌써부터 걱정됩니다 ㅎㅎ
현재 넷환경은 계속 변하고 있고, 이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기존 블로그를 대체할만큼 위협적인 SNS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블로그라는 플랫폼도 기억속으로 사라지겠지만 아직까지 1인 미디어로서 블로그의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봅니다. 내년에는 더욱 멋진, 그리고 열정적인 블로그가 많이 생겨서 이런 연말 시상식을 더욱 빛나게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저 역시도 내년에는 더욱 심기일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괴작열전의 레퍼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계획중이고, 연초에는 공저자로 참여한 블로그 운영관련 도서가 출간될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 블로그에 올라온 컨텐츠 중 하나를 책으로 펴내고 싶은 욕심과 계획도 있습니다. 물론 좋은 배필을 만나는 것도 말이죠.
끝으로 올해 저와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 만나 좋은 인연을 만들어 간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정말 힘든 결정을 내릴때에도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일진님, 맛있는 저녁과 함께 텅빈 시사회의 빈자리를 채워주시는 선석님, 항상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신 지은님, 생기는 것 없이 고된 작업의 반복과 변덕스런 수정요청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웹툰작업을 해주신 하로기님, 부족한 글솜씨에도 늘 좋은 체험단 기회를 주시는 가진님, 저의 글쓰기 멘토이자 롤모델이신 정대님, 그리고 바쁜 논문준비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친구가 되어주신 지현님.... 정말 감사합니다. (원래는 닉네임으로 불러야 하겠지만 특별히 소중한 분들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었네요) 그리고 여러분의 한해도 좋은 기억이 함께 하셨길 바랍니다.
언제나처럼 ‘심사’는 쉽지 않았다.
이번에 <페니웨이™> 를 문화/연예부문 최종 수상자로 결정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요소는 콘텐츠와 전문성이었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활동 내역(송고수/best수/구독자수/추천수등)에 있어 낮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나를 비롯한 다른 심사위원들의 전체적 평가는 상당히 좋은 편이었고 내부평가도 우수했다.
네티즌 평가와의 괴리 부분이 큰 고민 지점으로 남았으나, 단순히 활동성이나 네티즌들의 호응만이 평가 기준이라면 굳이 외부 전문가 심사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내용을 주최측으로부터 확인 받고서야 원활한 심사가 진행되었음을 밝힌다.
<페니웨이™>의 글은 일단 전문성에 있어서 독보적이었다. <고전열전><속편열전><괴작열전>등 열전시리즈를 통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콘텐츠를 제공하였고 또한 그의 글에서 좋았던 점은 자기 의견이 뚜렷하다는 점이었다. 보통 영화평이나 문화예술 비평은 자기 생각보다는 남의 의견을 인용하거나 티 안 나게 짜깁기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의 글은 자기 주관이 뚜렷했고, 흔히 주관성이 강하면 공격적인 필치가 되기 쉬운데, 품격이 있으면서 편안한 문체도 돋보였다.
콘텐츠도 영화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른 예능분야나 IT분야, 일상사 등 다양한 관심사들이 골고루 포스팅 되었다는 점도 좋았다.
네티즌으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은 <초록누리>는 활동내역이 매우 독보적이고 대중문화의 키워드를 기민하게 캐치하여 쉽고도 대중적인 필치로 풀어낸 점은 높이 평가할만한 부분이었으나, 반면에 전문성의 심도와 콘텐츠의 다양성 면에서 상대적으로 미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네티즌들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것 자체가 이미 큰 award라는 생각에 <초록누리>에 대한 미안함을 덜 수 있었음도 밝힌다.
<소박한 독서가>와 <따듯한 카리스마>도 수상후보로 비중 있게 논의가 되었음을 밝힌다.
마지막으로 <김삼웅>도 네티즌과의 쌍방소통이라는 기능에 있어 취약함은 보였지만 젊은 네티즌들이 ‘인물평전’을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쉽게 접함으로써 현재 한국사회에 대한 성찰과 이해에 큰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자 한다.
수상자에게는 진심으로 축하를 드리고 수상하지 못한 다른 블로거들에게도 깊은 축하의 말을 함께 전합니다.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후보에 오른 자체가 이미 수상과 버금가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후보에 올랐던 모든 분들의 노고를 축하하며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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