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관한 잡담

내가 아카데미 시상식을 즐길 수 없었던 이유

페니웨이™ 2010. 3. 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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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현지시간 3월 7일) 열린 8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막 끝났다. 한때 부부였던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과 [허트 로커]의 캐슬린 비글로우의 맞대결이라는 이슈로 관심을 모았던 이번 아카데미의 승자는 [허트 로커]였다.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 총 9개 부문 노미네이트에 6개 부문의 알짜배기를 챙겼으니, 단연 독보적인 승전보라 하겠다.

허나 미국내에서도 그렇고 현재 아카데미의 위상은 많이 추락한 상태다. 매년 사회자도 바꿔보고, 여러가지 퍼포먼스를 새롭게 시도해보기도 했으나 예전만큼의 화제성은 기대하기 힘들다. 물론 이건 아카데미의 흥행성과 연관된 부분이니 굳이 여기서 논할 필요는 없겠고 문제는 아카데미를 즐기는 우리나라 영화팬들의 입장이다. 여느때와 달리 국내에서는 중계권만큼 시청율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작년부터 생방송을 정식으로 접할 수가 없어 관심있는 사람들은 인터넷 방송을 통해 아쉬운대로 시청해야 했다. 아카데미 시청율이 안나온다고? 그야 그럴수밖에 없지.

솔직히 말해 난 오늘처럼 재미없는 아카데미를 보지 못했다. 매년 갈수록 시시해져 가는건 사실이지만 유독 올해처럼 아무 감흥도 느끼지 못했던 건 왜일까. 단적인 예를 들어볼까. 아카데미 시상식의 꽃이라 불리는 상 중 하나는 '여우주연상'이다. 그렇기에 시상식의 순번도 감독상, 작품상 바로 직전에 발표하는 것이 관례다.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된 후보를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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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블라인드 사이드 - 산드라 블록 수상 (미개봉)
라스트 스테이션 - 헬렌 미렌 (미개봉)
언 에듀케이션 - 캐리 멀리건 (미개봉)
프레셔스 - 가보리 시디베  (미개봉)
줄리 앤 줄리아 - 메릴 스트립 (개봉)


시상식을 즐기는 포인트는 이미 접한 영화들을 되새겨 보면서 과연 누가 받게 될 것인지를 예측하는데 있다해도 과언이 아닌데, 위의 리스트를 함 보라. 국내에 정식으로 개봉된 영화는 고작 [줄리 앤 줄리아] 한편 뿐이다. 이래서야 누가 연기를 어떻게 했는지 알길이 있나. 그저 흥행성 있는 작품만을 골라서 개봉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아카데미의 가시권에 있는 작품은 접할길이 없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래 그래, 산드라 블록이 연기하난 잘했지' 혹은 '헬렌 미렌이 연기 참 잘했는데 아깝네'하며 감정이입을 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최우수 작품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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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ltage Pictures/Summit Entertainment . All rights reserved.


허트 로커 - 수상 (미개봉)
아바타 (개봉)
블라인드 사이드 (미개봉)
디스트릭트9 (개봉)
언 에듀케이션 (미개봉)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개봉)
프레셔스 (미개봉)
시리어스맨 (미개봉)
업 (개봉)
인 디 에어 (개봉)



금년 아카데미부터 작품상 후보군을 5개에서 10개로 늘렸으나 정작 우리가 접한 영화는 [아바타]를 비롯해 6편. 거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올 아카데미의 승자인 [허트 로커]를 관람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는건 불행중의 불행이다. [허트 로커]의 개봉일은 올해 초까지만해도 3월경으로 잡혀있었으나 어느새인가 라인업에서 빠진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이제 작품상도 탔겠다 아카데미 6개부문 석권이라는 뒷북성 홍보문구로 허둥지둥 지각개봉할게 안봐도 뻔하다.

이러한 극장가의 편식은 관객들의 정서를 심히 빈곤하게 만든다. 적어도 흥행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DVD출시라도 제때에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이러니 아카데미 시청율이 안나올수 밖에 없는거다. 아카데미에 출품되는 영화들 중에서 국내 관객들에게 생소한 작품들이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 동시 개봉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적어도 DVD는 출시되어도 좋지 않겠는가. 부가판권시장이 망가질대로 망가진 이 시점에서 누굴 원망하랴마는 여러모로 국내 관객들은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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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트는 2010.3.8. 구글의 메인 화면에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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