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열전(續篇列傳)

속편열전(續篇列傳) : 컬러 오브 머니 - 25년의 세월을 이어준 '허슬러'의 속편

페니웨이™ 2009. 11. 1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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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열전(續篇列傳) N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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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말해 소위 거장이라 불리는 감독들은 속편과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하기 쉽죠. [대부 2]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속편을 만든 프란시스 F. 코폴라를 제외하면 이런 예술성 있는 감독의 경우 대개는 속편과는 무관할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사실 속편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전편의 후광을 이용해 흥행시켜보려는 상업적 색체를 강하게 풍기거든요. 그래서 '전편만한 속편은 없다'는 속설이 굳어지게 된 것이기도 하구요.

7전8기의 정신으로 오스카 수상에 끊임없이 도전했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침내 그에게 오스카의 영광을 안긴 [디파티드]의 속편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일부 사람들은 스콜세지가 웬일로 속편을 만들겠다고 하는것인지, 과연 그가 속편을 잘 만들 수 있을까 의아해하는 반응을 보였을겁니다. 하지만 이런 우려와는 달리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이미 속편을 만든 적이 있답니다. 그것도 아주 훌륭한 속편을요.

그 영화가 바로 오늘 소개할 [컬러 오브 머니], 속칭 '허슬러 2'라고 알려지기도 했던 작품입니다. 따라서 이 영화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먼저 [허슬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1961년작 [허슬러]는 59년에 출간된 월터 테비스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당시 인기스타로 각광받던 폴 뉴먼을 기용해 상업적 성공과 더불어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흑백영화의 걸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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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th Century-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허슬러]는 내기 당구의 달인 에디(폴 뉴먼 분)와 그의 파트너 찰리가 미국 각지를 떠돌며 내기 시합을 벌이던 중 당구계의 거성 미네소타 팻츠(잭키 글리슨 분)에게 크게 패한 뒤 신체장애를 가진 여성 사라와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사랑에 실패하고 미네소타 팻츠와의 재승부에 모든 것을 걸게되는 다소 비극적인 내러티브를 가진 영화로서 '당구'라는 종목을 드라마와 결합시켜 멋진 앙상블을 연출해냈지요.

아카데미 9개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이 작품은 촬영상과 미술상을 수상하는데 그쳤지만 누구보다 아쉬웠던 건 에디 역으로 열연을 펼친 폴 뉴먼의 남우주연상 수상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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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th Century-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이제 전작의 이야기가 있은지 25년 후의 이야기를 다룬 속편이 바로 [컬러 오브 머니]로서 이 역시 작가 월터 테비스가 1984년에 발표한 동명소설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각주:1] 하지만 영화 [컬러 오브 머니]와 소설 '컬러 오브 머니'는 엄밀히 말해 서로 다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는 영화의 각색과정에서 제작자가 소설과의 차별성을 두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원래 소설에서의 에디는 현역에서 은퇴해 조그마한 당구장을 운영하는 사업주로서 숙적인 미네소타 팻츠와의 리턴매치를 준비한다는 플롯을 가지고 있지만 영화속에서의 에디는 당구와 완전히 연을 끊은 술 외판원으로서 목표없는 삶을 살아가던 중 젊은 커플인 빈센트(톰 크루즈 분)와 칼멘(메리 E. 메스트란토니오 분)을 만나 당구의 정석을 코치하면서 마음속에 간직된 열정이 되살아난다는 줄거리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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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uchstone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허슬러]에서 비중있는 역할이었던 미네소타 팻츠를 연기한 잭키 글리슨의 부재는 [컬러 오브 머니]의 가장 큰 아쉬움인데요, 원래의 스크립트에서는 미네소타 팻츠가 등장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잭키 글리슨이 원했던 만큼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건 아니어서 본인 스스로가 역할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글리슨은 이 영화가 개봉한 이듬해인 1987년에 사망합니다.

따라서 [컬러 오브 머니]는 오랜 라이벌간의 대결이 아닌 신-구 세대의 대결에 중점적인 포커스를 두고 있는데 여기서 한 시대를 풍미한 배우인 백전노장 폴 뉴먼과 이제 막 청춘스타의 반열에 오른 톰 크루즈의 연기대결을 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큰 흥미거리입니다. 영화에서나 실제 삶에서나 노년기에 접어든 뉴먼이지만 그는 그 어떤 작품에서보다도 반짝거리는 눈빛을 선보이며 일생일대의 명연기를 펼치지요. 덕분에 그는 이 작품으로 생애 최초의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전작 [허슬러]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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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uchstone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그밖에도 [허슬러]에는 무척 반가운 얼굴들도 많이 눈에 띄는데요, 최근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에서도 코믹한 시몬스 요원으로 낯익은 존 터투로를 비롯, [라스트 킹]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수상한 포레스트 휘태커의 젊은 시절 모습이나 감독인 스콜세지 자신도 이 작품에서 까메오로 잠깐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펑크록 뮤지션인 이기 팝도 등장하니 잘 찾아보시길.

이렇듯 전편이 자신의 작품이 아니었음에도 25년이 지난 후 바톤을 이어받아 훌륭한 속편으로 완성시킨 마틴 스콜세지의 연출력은 역시 녹록치 않습니다. 비평가들은 일제히 이 기념비적인 속편, [컬러 오브 머니]에 대해 극찬을 늘어놓았고, 시간이 한참 흐른 현재까지도 로튼토마토의 신선도 지수는 91%에 육박하는 높은 평점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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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GN Entertainment, Inc. All rights reserved.


분명 [컬러 오브 머니]는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속편의 반열에 들 자격이 있는 작품으로서 전작의 후광 없이도 독립적인 작품의 완성도를 보장하는 영화라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스콜세지 감독이 [디파티드 2]가 아니라 다른 작품의 속편을 맡는다 하더라도 충분히 전작을 뛰어넘는 영화를 만들거라고 생각합니다.


P.S

1.일본에서는 원제인 [컬러 오브 머니]가 아니라 [허슬러 2]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습니다. 반면 한국에서 일본을 따라하지 않고 원제 그대로 개봉했는데, 당시 정서로 볼땐 지극히 이례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바람직한 현상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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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uchstone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2.이 영화의 백미 중 하나인 실제 당구시합 장면에서 톰 크루즈는 단 한 장면만 빼고는 모두 자신이 직접 연기하는 열연을 펼칩니다.

3.폴 뉴먼은 개인적으로 마틴 스콜세지에게 연기에 대한 조언을 많이 받았노라고 회상하는데, 특히 유머스런 장면에서는 '절대 웃기려고 노력하지 말라'는 충고를 받았다는군요.


* [컬러 오브 머니]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Touchstone Pictures.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허슬러 (ⓒ 20th Century-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로튼토마토(ⓒ IGN Entertainment, Inc.)




  1. 공교롭게도 영화나 소설 모두 실제로 25년이라는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과 일치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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